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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pr 29.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일과 노동

- 귀농 첫해에 겪은 일곱번째 이야기

  비닐하우스에 마사토를 붓고, 퇴비를 뿌리고, 삽과 괭이로 로터리작업을 진행했다. 모두 몸을 써야만 하는 작업이다 보니까,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햇볕이 비치는 비닐하우스 안은 바람이 덜 통해서, 바깥보다 훨씬 더웠다. 30분 일하고 나면 힘들어서 쉬어야 만했다. 이왕 시작한 거니까, 그날 안에 마무리하고 싶었다. 어느 덧 시계바늘은 오후 6시를 넘기고 있었다.

   ‘내 나이에 맞는 수준의 노동 강도인가?’ ‘일을 하러 온건가? 노동을 하러 온건가?’ ‘내가 왜 귀농을 생각했었지?’

  몸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작년 ‘농촌에서 살아보기’프로그램에 함께 했던 동료들이 모두 모여서, 내가 임대한 비닐하우스의 천장 비닐 씌우는 작업을 도와주었다. 아침 기온이 7도 정도여서, 따스한 봄 날씨를 느끼기에는 조금 이른 3월중순이었다. 전문가인 대표님의 리드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달전쯤 대표님의 비닐하우스 천장 비닐을 씌워본 경험이 있는 동료들이기에, 손발이 척척 맞았다. 

  오전 8시에 시작했는데, 한시간 반쯤 지났을 때 이미 천장 비닐을 모두 씌웠다. 남자 동료들이 사다리에 올라가, 천장 비닐을 하우스 뼈대에 맞춰 씌웠다. 천장 비닐이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띠 비닐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천장 비닐과 띠 비닐을 하우스 옆면에 설치된 아연 패드에 철사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남자 동료들이 철사로 비닐을 고정시키는 동안, 비닐이 제자리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여자동료들이 천장 비닐을 잡아 주었다. 모든 작업을 마무리하니까 11시쯤 되었다. 3시간만에 비닐하우스의 천장 비닐 씌우는 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다. 

  작업을 마무리한 후, 하우스 옆 그늘에 동료들이 둘러 앉았다. 비닐하우스의 천장 비닐을 모두 같이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준비해온 빵과 요구르트를 새참으로 먹으면서, 즐겁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임대한 밭에 퇴비를 뿌리고 로터리 작업을 한 이야기, 집 수리를 한 이야기, 심고 싶은 작물 이야기 등등…

  동료들과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즐거웠다. 새참을 먹으면서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농사를 지을 때의 큰 낙(樂)이다. 자연환경을 벗삼아 땀 흘리고 난 뒤에 먹는 새참은 언제나 맛있다. 자연스럽게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감정도 깊어지게 된다. 이것이 농사의 큰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산채마을의 뒷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등에서 흘러내린 땀을 시원하게 식혀주었다.


  나는 제2의 삶을 살면서 젊었을 때와 같이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싶지 않다. 자연환경이 빼어난 강원도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기에, 지나치게 힘들게 농사를 짓고 싶은 생각이 없다.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일을 하면서, 건강한 작물을 생산하고 싶다.

  혼자서 농사를 지으면 힘들 때 함께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일할 때 더 힘들게 느껴진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낄 시간도 점점 없어지게 된다. 혼자 작업하면서, 얼마 전에 하우스를 같이 만들었던 동료들과의 공동 작업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문득 농사 일을 할 때의 규칙을 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후 5시 이전에는 일을 무조건 끝내자.’ ‘일이 힘들면 다음 날로 미루자.’ ‘작물들을 자주 만나기는 하지만, 과도하게 작물들을 보살피지는 말자.’ ‘동료들이나 마을 사람들과 공동으로 작업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자주 갖자.’

  농사를 즐거운 일로 만들어야지, 힘든 노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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