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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11.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귀농 귀촌 교육

- 귀농 첫해에 겪은 아홉번째 이야기

  “저는 집에서 수돗물은 물론 생수도 안 마셔요. 생수에는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들이 섞여 있기 때문이죠. 저는 여러가지 약초를 달인 물만 마신답니다.”

  강사는 자신이 WPL(Work Place Learning) 담당 교수들의 회장이라고 소개하였다. WPL 회장이 되기까지 과정을 설명하면서, 수십분동안 자기 자랑을 하였다. 그러더니 자신이 가져온 물병의 약초물을 마시면서, 생수와 함께 생수를 파는 기업들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제가 대기업에서 생수를 개발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는데요. 생수에는 여러가지 미네랄 성분이 들어있어서, 몸에 좋다는 것이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어요.”

  수업을 듣는 학생중의 한 명이 분자생물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서 생수를 개발한 경력이 있었다. 그는 생수의 성분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강사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였다. 아무 생각없이 평상시 가지고 있던 생수에 대한 선입관을 피력하던 강사는 당황하였다. 두 사람간의 논쟁이 얼마간 진행되더니, 강사가 갑자기 잠깐 쉬는 시간을 가지자고 하면서 일단락되었다. 


  귀농을 할 때, 정부의 저리 융자 지원을 받으면 정착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일반 귀농의 경우 최대 3억원을, 40세 미만의 청년 농부는 최대 5억원을 1.5%의 저리로 15년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정부로부터 보조금 지원을 받으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최근 5년이상 도시지역에서 거주한 후, 주민등록이 귀농지역으로 옮겨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농림수산부에서 제공하는 온오프라인 교육을 최소 100시간이상 받아야 한다. 오프라인 60시간, 온라인 40시간(온라인 교육은 실제 받은 교육시간의 50%로 인정해준다.)이 최소 요구수준이다. 

  이런 제도로 인해서 농업이나 어업, 임업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많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이중에는 농촌이나 어촌에서 정착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많다. 굳이 정부에서 강제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지 않아도, 권하고 싶은 좋은 과정들이다.

  문제는 교육을 시키는 강사들의 teaching 능력이다. 오프라인 교육 과정 중에서는 강사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이 수업 초반에 반드시 들어간다. 자신이 어떤 농사를 짓고 있고,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얼마나 고생을 했는 지 소개하는 것은 좋다. 그런데 때로는 자기 자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심한 경우에는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이것으로 채우는 강사도 있다. 

  귀농이나 귀촌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직접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우수한 사람들을 선발해서 강사로 활용하고 있다. WPL 교수, 마이스터, 정부에서 인정하는 교육자 등등.. 그만큼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고 있는 농림어업 분야의 교육사업이, 이들 교육자들의 중요한 소득원중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정부에서는 교육 프로그램들을 사전에 점검하고, 강사를 대상으로 한 teaching 교육도 시행한다. 강사들의 원래 직업이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이상, 가르치는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것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키지 않는 강사들이 가끔 눈에 띈다. 자기 자랑을 지나치게 늘어놓거나, 작물에 대한 교육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농사 철학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는 자기 자랑 등에 대한 지엽적인 이야기는 가급적 짧게 하라는 feedback을 받았다는 것까지도 밝히면서 길게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2023년 4월말에 횡성군 안흥면에서 유기농 관련한 교육을 3박 4일동안 들은 적이 있다. 8명의 학생들 중에서는 유기농 토마토 농장을 만들려고 하거나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명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저런 질문들이 많았다. 자연스럽게 수업시간이 매우 진지해졌다. 

  교육 첫날 저녁에는 선생님이 삼겹살을 사들고 와서, 서로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자 둘째날에는 학생들이 삼겹살을 준비해서, 선생님 부부를 초대하여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진지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 교육과정이었다. 과정이 끝난 뒤에도 교육생들끼리 카톡방에서 대화가 이어지고 있고, 정기적인 만남도 가지기로 하였다.

  대부분의 교육생들이 처음으로 시골생활을 하기 때문에, 교육이 끝난 뒤에 서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교환하는 유익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나아가 같은 지역에서 정착할 경우, 유대관계가 더 돈독해지기도 한다. 새롭게 정착하는 지자체에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교육으로 맺어진 인연이 소중해지는 것이다. 

  귀농 귀촌 교육은 이러한 부차적인 효과도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그러려면 교육 내용도 충실해야겠지만, 교육생들 상호간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더욱 귀농이나 귀촌에 도움이 된다. 100시간 교육 의무화라는 제도적인 여건때문에, 수많은 귀농 귀촌 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이들 프로그램이 좀 더 귀농 귀촌에 도움이 되도록 한단계 upgrade를 하려면, 교육생들의 열정만큼이나 강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 제고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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