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진 Jul 14. 2023

<초보 농사꾼의 하루>비닐하우스 제작 기술

- 귀농 첫해에 겪은 열여섯번째 이야기

     “우와! 내 손으로 다 만들었다!!”

   신반장이 사다리 위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토마토 가지를 잡아주는 가로 지줏대(쇠봉)를 하우스 안에 다 설치한 것이다. 그것도 예상보다 빠르게 끝냈다. 이제 하우스에 토마토를 재배할 준비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신반장과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이 비닐하우스를 처음 지어본 것은, 2022년 12월초 김대표님의 비닐하우스를 새로 만들 때였다. 산채마을 바로 맞은 편 집에서 있던 비닐하우스를 철거해서 만든 것이다. 김대표님 친구분이 사용하던 하우스였는데, 몸이 아파서 더 이상 농사를 짓기가 어렵게 되었단다. 그 분이 사용하던 3동의 하우스를 모두 철거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를 산채마을로 옮길 계획이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김대표님은 우리 동기들을 소집했다. 

  산채마을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겨울에 특히 추웠다. 동료들은 모두들 두꺼운 털장갑과 털모자를 챙겨왔다. 나는 깜박 잊고 챙겨오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목장갑을 2개 겹쳐서 끼었고, 입고 있던 패딩의 모자를 눌러썼다. 그래도 태기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충분히 막아 내지는 못했다.

  우리는 하우스의 뼈대를 덮고 있던 비닐을 제거해주기 위해, 이것을 고정시켜주고 있던 철사를 뽑아냈다. 그리고 양쪽 문의 뼈대를 분리한 다음, 비닐하우스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철봉을 분해하였다. 마지막으로 둥근 디귿자 형태의 비닐하우스 뼈대들을 하나씩 뽑아주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몇 주 뒤에 12월초에 분해하였던 하우스 자재들을 이용해서, 산채마을에 100평짜리 하우스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겨울에 얼어붙은 땅에 뼈대를 박아 넣기 위해, 커다란 드릴로 먼저 구멍을 깊게 팠다. 구멍이 파여져 있어서, 둥근 디귿자 모양의 뼈대를 고정시키기가 한결 수월하였다. 고정된 뼈대위로 커다란 하우스용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마지막으로 하우스가 완성되었다. 이렇게 나와 동료들은 전체 비닐하우스 제작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마을에서 임대한 100평짜리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남아있었다. 천장 비닐이 반쯤 찢겨 나갔고, 토마토 재배를 위한 가로 지주봉도 모두 잘려진 상태였다. 토마토 재배를 위해서 하우스를 빌렸기 때문에, 지주봉 설치와 비닐 씌우는 작업을 작물 정식전에 끝마쳐야 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의 도움으로 2023년 3월 중순에 하우스의 비닐 씌우는 작업을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작업은 가로 지주봉을 설치하는 것이다. 지주봉을 잘라버려서, 기존의 것은 사용하기 어려웠다.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둔내면 근처에서 필요한 개수의 쇠 파이프을 구할 수 있었다. 작업하는 날, 쇠 절단기로 필요한 개수의 쇠 봉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내는 작업부터 진행했다. 그리고 하우스 안에 작은 사다리 2개와 큰 사다리 1개를 이용해서, 쇠파이프들을 설치하였다. 쇠 파이프 절단 작업은 내가 주로 하고, 파이프들을 적합한 위치에 나사로 고정시키는 작업은 신반장이 주로 했다. 신반장이 큰 키를 이용해서 쉽게 파이프들을 제 위치에 고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농촌에서 살아가려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다. 일손이 부족한 탓도 있고, 전문가들을 불러서 작업을 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농촌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있다. 직접 건사해야 할 일이 도시의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농촌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익숙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다가 들어온 나나 신반장은 모든 것이 새롭다. 하나에서 열까지 나 혼자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게 농촌의 생활인 것이다.

  우리는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 비닐하우스 제작 알바를 할까요? 하하하”

  하우스를 몇 번 지어보면서, 제작기술을 습득한 신반장은 비닐하우스 제작에 자신이 있다는 투로 농담을 했다. 농촌에서 필요한 기술중 하나를 습득하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농촌 체험하기 퇴고글>닭장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