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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Feb 17. 2024

<초보 농사꾼의 하루>귀농귀촌 창업자금

- 귀농 첫해에 겪은 서른 네번째 이야기

  횡성군 농업인 회관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 30분이 지나서였다. 3층에 있는 대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횡성군 공무원 한 명이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면서 인터뷰 심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이 앉을 의자가 6~7개 놓여있었고, 그 앞에 있던 길다란 책상위에는 심사관련 서류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미 심사를 볼 몇몇 지원자들이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3~40대로 보이는 젊은 남자도 있었고, 4~50대로 보이는 여자들도 있었다. 그날 총 일곱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했다.

  2023년 7월말 귀농귀촌 창업자금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심사가 있던 날이다. 3시가 다가오자 심사위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다. 횡성군 담당 공무원도 있고, 몇 몇 마을의 지도자로 보이는 분들과 농협의 대출 담당자도 자리를 잡았다. 이윽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심사위원과 기다리고 있던 지원자 사이에는 별다른 장애물이 없는 상태여서, 그들 사이에 오간 이야기가 살짝살짝 들려왔다. 나를 포함한 지원자들은 인터뷰하는 지원자와 심사위원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 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5분도 채 안돼서 인터뷰가 끝난 반면, 누구는 10분이상 소요되기도 하였다. 아무래도 오래 걸린 사람은 이미 제출한 귀농 사업계획의 적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섞인 질문들을 많이 받는 것 같았다. 

  내 이름은 4번째로 불리워졌다. 심사위원 맞은 편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내가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심사위원중에 누군가가 먼저 꺼냈다. 귀농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이기에, 귀농에 대해 진심을 가진 지원자로 평가받는 것 같았다. 귀농창업자금을 받은 후에 실제로 귀농을 하지 않는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귀농에 대한 진정성 여부가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작용하는 모양이다.

  “이미 밭을 구입한 건가요?”

  나이 지긋한 분이 먼저 질문을 했다. 횡성군의 한 마을에서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분인 것 같았다. 

  “네. 귀농하기로 이미 마음먹었기 때문에 적절한 매물이 나와서 계약을 했습니다.”

  나는 귀농을 꼭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증거로, 밭 구매계약서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했었다. 

  “그 밭에 어떤 작물을 기를 생각인가요?”

  “올해 임대한 하우스에서 토마토를 키우고 있고, 이 밭에서도 토마토를 재배할 생각입니다. 둔내면이 토마토 키우기에 좋은 기후라서요.”

  그 분과 나 사이에 몇 번의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억대의 귀농창업자금을 받고 5년후부터는 이자뿐 아니라 원금도 분할 상환해야 하는데요. 상환이 충분히 가능한가요?”

  이번에는 농협에서 나온 심사위원이 질문을 던졌다. 대출을 담당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상환 계획이 중요했을 것이다.

  “이미 구입한 밭에서 농산물 매출이 발생할 테니까, 그것으로 상환할 계획입니다. 제가 서울에 가지고 있는 부동산도 있기 때문에, 상환에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나는 상환 능력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해서, 좀 더 상세한 답변을 해주었다. 그렇게 심사위원중에 2~3명이 질문을 한 뒤, 나의 인터뷰는 끝났다. 간단한 과정이었다. 


  귀농귀촌 창업자금 지원서 접수는 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진행된다. 2023년 하반기에는 6월에 지원서를 제출하였다.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은 꽤나 까다롭다. 신청 지자체에 주민등록 상 전입이 먼저 이루어져 있어야 한다. 귀농 귀촌관련 교육을 100시간 이상 이수(온라인 교육은 교육시간의 50%로 인정)해야 했다. 이외에도 영농정착 의욕, 융자금 상환계획의 적정성 등의 계획도 정해진 서류 형식에 따라 제출해야 한다. 가장 배점이 높은 것은 사업계획의 적정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사업계획서를 제외한 지원 서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심사위원들은 사업계획서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밖에 없다. 

  사업계획서에서는 농지, 주택 등을 포함한 비닐하우스, 농기계 등 귀농에 필요한 구입자금을 구체적으로 적어 넣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에 대한 가격 정보들을 탐색해서, 적정한 가격수준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비닐하우스, 저장고 등 제작시설에 대한 지원을 받고자 하면, 이것들의 설치 옵션별 가격 수준을 비롯해서 부가세가 포함된 총 가격 수준을 알아야 한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이들 제작업체와의 접촉이 필수적이다. 

  귀농한 이후 매출 및 비용 지출 계획에 대해서도 작성해 넣어야 한다. 귀농계획이 현실적인 지를 판단하고, 지원받은 자금의 상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항목이다. 농작물의 재배 면적과 면적당 예상 매출액, 농작물 재배에 투입되어야 하는 비용 등이 포함된 장단기 영농계획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것을 작성하려면, 농작물당 평균 매출액과 투입 비용을 알아야 한다. 해당 농산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민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8월 중순경에 귀농창업자금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횡성군 둔내면에 정착할 때 들어가는 수억원의 비용을 당장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귀농과정에서 soft-landing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창업자금을 받는 절차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농협으로부터의 복잡한 융자 절차가 시작되었다. 전답이나 지원대상 기자재의 구입 계약서를 농협에 주면, 이것을 바탕으로 신용조회를 하고 부동산이나 동산의 담보과정을 거치게 된다. 담보 물건의 가액이 충분하지 않으면 농신보(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보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외에도 인감증명서, 주민등록등초본, 지방세 및 국세 완납증명서 등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 그것도 창업자금 지원을 받을 항목별로 서류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 웬만한 서류는 온라인으로 발급이 가능하기에 편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번거로운 절차였다. 


  드디어 2023년 10월달 횡성군 둔내면으로 이사를 하였다. 한달 전에는 이미 전답의 등기이전을 마무리한 상태였다. 귀농을 위한 중요한 인프라인 전답과 주택이 마련된 것이다. 6월에 신청한 뒤 귀농창업자금 대출을 받기까지 3~4개월이 필요한 기나긴 과정이었다. 하지만 귀농창업자금을 지원받은 덕분에 원하는 주택과 전답을 구입하는 데 들어가는 자금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제2의 삶을 그려갈 터전이 확보되었다. 이제 어떻게 원하는 삶의 스토리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집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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