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하루 퇴고글>’아농회’ 첫 모임

- 귀농 첫 해에 겪은 여덟번째 이야기

by 유진

돼지고기 수육, 굴, 당면, 전 등 큰 상위에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차려졌다.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였다. 최선생님 형수님이 워낙 요리를 잘하기도 했다.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과정에서 회식을 할 때면, 최선생님 형수님이 음식을 준비하곤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항상 맛있어서, 회식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였다.

“와우! 맛있는 음식들을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네요~”

“역시 형수님이 만드신 음식은 최고예요!”

상위에 차려진 음식을 보면서 동료들은 한마디씩 칭찬을 하였다. 누구는 서울에서, 누구는 일산에서, 누구는 둔내에서 달려온 동료들이다. 겨울 농한기여서 각자 자기 집에서 흩어져 지내다가 몇 달 만에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게다가 맛있는 음식들이 놓여 있는 저녁 식탁을 보니 저절로 행복했다.

최선생님 집들이_식사를 위해 상위에 놓인 음식들_20230116_150815.jpg


2022년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서 같이 교육을 받았던 동료들은, 만남을 지속하자는 의미에서 계모임을 만들었다. 이름은 ‘아농회(아기 농부들의 모임 또는 아름다운 농부들의 모임)’라고 붙였다. 회장으로 추대된 장미씨가 제안한 이름이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전국 발표대회에서 최우수상까지 차지하면서, 교육의 대미를 장식한 동기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육과정에 대한 추억이 많았고, 서로 정도 많이 들었다. 10명의 동기들 중 6명이 이미 횡성군에 정착한 것도 만남을 계속할 수 있는 동인이 되었다.

‘아농회’의 첫 번째 모임을 2023년 1월 중순에 횡성읍의 최선생님 댁에서 가졌다. 최선생님의 집들이로 대신한 것이다. 첫 모임에 교육을 담당하였던 산채마을의 김대표님과 팀장님도 참석하였다. 장미 회장이 준비한 여러가지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식사후에 이어졌다. 동료들이 미리 준비해온 물건들을 가지고 경매를 진행하였다. 집에서 쓰지 않는 물건 중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었다. 최선생님은 담금주, 대표님은 가스난로, 나는 고급 향수 등등… 각각 가져온 물건들을 내놓고, 그 물건에 대한 설명을 했다. 그리고 필요한 사람들이 제시한 가격들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낙찰시켰다. 경매 대금은 ‘아농회’의 공동 기금으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그날 이십만원이 넘게 모았다.

최선생님 집들이_경매하기_20230116.jpg

경매가 끝난 뒤에는 윷놀이 판이 펼쳐졌다. 2팀으로 나누어 윷놀이를 하면서, 모두들 실컷 웃었다. 마지막으로 최선생님 형수님이 준비한 삶은 가리비를 먹는 것으로 아농회의 첫번째 모임은 끝났다.


아농회의 모임은 너무 재미있었다. 최선생님 형수님이 준비한 음식들도 맛있으면서 풍성했고, 장미회장이 제안한 여러가지 이벤트들도 잘 어우러졌다. 만난 지 1년도 안된 우리들이 이런 계 모임을 만들고, 정기적으로 회식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도 했다. 횡성군에서 만나기 전까지 우리들은 서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동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회사 동료들은 직장이라는 울타리안에서 주로 접촉을 하는 반면, 아농회 동료들이나 농촌의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생활 터전인 집에서 주로 만난다. 회사 동료들에 비해 서로의 삶에 깊숙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더군다나 각자 자신의 농사를 짓기에, 경제적 이해충돌이 거의 없다.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는다. 직장 동료들과는 다른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만남이다.

아농회 멤버들은 제2의 삶을 준비하는 새내기들이기에, 각자가 겪은 시행착오를 공유하면서 서로를 보둠어줄 수 있는 공간이 많다. 한마디로 기댈 수 있고 품어줄 수 있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평생을 살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에서 이렇게 웃으면서 떠들 수 있는 사람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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