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하루 퇴고글>집과 밭 구하기

- 귀농 첫 해에 겪은 아홉번째 이야기

by 유진

“나는 이 땅이 마음에 드는데! 남향이면서 경치가 아름답고, 주위에 집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좋아. 마을로 들어올 때 지나온 산에 나무가 우거져서, 좋은 산책 코스가 될 것 같아.”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아내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내와 나는 횡성군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전답을 거의 2년여동안 찾아 다녔다. 2023년 3월 중순에도 안흥면과 강림면 일대의 땅을 여러 군데 가보았다. 그중 아내는 안흥면의 한 곳에 있던 땅을 마음에 들어 했다.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땅들 중에서 제일 좋단다.

나도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마을은 안흥면 소재지에서 20여분 떨어진 안흥 2리에 속해 있는 곳이었다. 안흥면을 가로지르는 주요 도로에서도 10여분 정도 들어와야 마을이 나타났다. 20가구도 채 되는 않는 작은 마을이었고,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조용한 곳이었다. 주 도로에서 마을 입구까지 들어오는 길 양쪽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진입로를 따라서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안흥면의 주 도로를 벗어나 마을 입구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반하였다.

주인이 알려준 주소에 있는 밭을 살펴보았다. 천평정도 되는 큰 면적이었다. 집을 짓고도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크기였다. 하지만 구거(溝渠; 시냇물이 흐르는 곳)가 차지하고 있는 면적이 족히 1백여평은 되어 보여서, 쓸모 없는 부분이 많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흐르고 있었기에, 경작을 하거나 집을 지을 수 없었다. 마을도 그리 크지 않아서, 농사 규모를 늘리고 싶을 때 추가로 구입할 만한 밭이 없었다. 그날은 아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해서, 일단 부정적인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땅을 보러 다니면서 제일 큰 고민은 농사지을 곳을 먼저 골라야 하는지, 아니면 집 지을 곳을 우선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지에 대한 것이었다. 집을 지을 땅은 남향이나 남동향이 좋은 반면, 농사지을 곳은 남북방향의 직사각형 형태로 길게 뻗은 곳을 원했다. 그래야 해가 뜨고 지는 과정에서 하우스내에 그늘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 지을 땅은 경사가 있건 없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농사지을 곳은 가급적 경사가 없는 평평한 곳이 좋다. 특히 하우스 농사를 짓고 싶은 나에게는 경사가 심한 땅을 피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하우스를 짓기 위해 평탄화 작업을 해야만 한다.

집 지을 땅은 2~3백평 정도면 충분하지만, 농사까지 지으려면 최소 5~6백평이상이어야 한다.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려면 밭이 300평이상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농사 지을 땅의 주변에는 물이 풍부한 개울이 있는 것이 좋다. 그래야 개울 물을 이용해서 농사 짓기에 좋고, 지하수 물도 풍부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땅에는 지하수나 상수도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개울물이 굳이 근처에 없어도 된다.

이렇게 농사지을 전답과 집 지을 땅을 고르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두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어떤 기준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만일 농사지을 땅과 집 지을 땅을 한 장소가 아닌 서로 다른 곳에서 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거리가 최대 1~2km이내에 위치해 있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각종 농기구나 비료, 농약 등의 운반이나 보관, 하루중 쉬거나 식사하기 위한 이동 등 여러가지 불편한 문제가 생긴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교육에 참가한 뒤 거의 2년동안, 매일 유튜브나 네이버 부동산 등 온라인에 나와있는 토지와 전원주택 물건들을 리뷰했다. 집을 지을 자재비나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오르는 바람에 집을 신축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난 뒤였다. 이제 웬만한 매도 물건들은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게 되었다.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고, 집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고, 토지의 생김새는 어떻고 등등… 그리고 주변 시세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지, 싼지 여부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전답과 전원주택 거래시장의 흐름을 보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토지 가격보다 많이 떨어졌다. 전원주택의 매물이 많이 늘었다. 신축 주택도 잘 팔리지 않는 데다가 기존 주택도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였다. 경기둔화와 부동산 시장의 침체 때문인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전답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있거나 장기 투자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전원주택에 비해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러한 추세를 생각한다면, 주택보다는 농지를 먼저 선택하고 가까운 곳에 위치한 전원주택을 구입하거나 신축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으로 전원주택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드디어 매매가능한 토지와 주택 중에서 가장 좋은 선택 옵션을 결정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귀농창업자금 지원 서류에는 구입하고자 하는 토지와 주택의 주소지가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수정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신청하기 한달전에는 구입 가능성이 높은 곳을 결정해야 한다.

그동안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을 통해서 돌아봤던 수많은 땅과 전원주택 중에서, 가장 머물고 싶은 곳을 선택해야 했다. 물론 아내와 상의를 하면서 최종 결정을 할 것이다.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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