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하루 퇴고글>동반(同伴) 작물

- 귀농 첫 해에 겪은 열 세번째 이야기

by 유진

2023년 1월 신반장과 함께 산채마을에 있는 카페 1765에 들렸다가, 김대표님과 마주쳤다.

“비닐하우스에는 어떤 작물을 심을 건가요? 5백평이나 되는 노지밭은 어떻게 만들 거예요?”

전년도 수확이 끝난 뒤 김대표님이 신반장과 내가 경작할 밭의 임대를 주선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김대표님은 내가 어떤 작물들을 심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비닐하우스에는 방울토마토를 심을 계획이에요. 노지 밭에는 고추와 감자를 주 작물로 생각하고 있고요. 그 이외에 어떤 작물을 심을 지 고민중이에요.”

나는 내가 심고 싶은 작물을 늘어놓았다.

“밭에서 작물을 심을 위치나 전년도에 어떤 것을 심었는 지에 따라, 적정한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아요.”

김대표님은 밭에 심을 작물 디자인을 위해 조언을 해주었다. 밭의 위치에 따라 물 빠짐이나 햇빛이 비치는 정도가 달라지는 것을 감안해서, 작물을 선정하라는 의미였다. 토마토는 햇빛을 좋아하지만 땅이 습한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반면, 옥수수는 웬만큼 습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그리고 가급적 전년도에 심었던 작물의 연작(連作)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연작을 하게 되면 전년도에 발생했던 병충해에 또 다시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작물이 주로 흡수하는 영양분이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2023년에 내가 임대한 땅은 5백평정도였다. 땅을 임대해 놓고 어떤 작물을 재배할지 고민을 했다. 무엇을 재배하던 친환경 농법으로 지어 볼 생각이었다. 고민 끝에 토마토, 고추, 감자를 주작물로 해서 각각 1백평씩 심기로 했다.


임대한 밭에 심을 작물 디자인을 고민하다 보니까, ‘동반(同伴) 작물’이라는 개념이 눈에 띄었다. 동반작물은 서로의 생육을 도와주거나 해충을 방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들을 일컫는다. 예컨대 감자 옆에 고수를 심으면, 고수가 내뿜는 특유의 향 때문에 해충이 가까이 오지 않는 효과가 있다. 땅콩과 같은 콩류는 질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가까이 있는 당근이나 딸기 같은 작물들에게 질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사람도 서로 잘 맞는 사람이 있는데, 식물도 그렇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동반작물 그림들_농진청 블로그_Notes_230605_174502_9c6.jpg

주요 작물 주변에는 동반작물을 심어볼까 생각했다. 고추 옆에는 들깨와 고수를 심고, 감자 옆에는 강낭콩과 땅콩을 정식할 계획이다. 어떻게 작물 배치를 할지 설계한 후, 각 작물들을 얼마나 재배해야 할 지 계산했다. 토마토, 고추, 감자는 1백평 밭의 크기에 필요한 모종과 씨감자 수를 계산할 수 있었다. 나머지 작물들은 나와 가족이 먹을 적정한 양, 남은 밭의 크기 등을 감안해서 필요한 모종 수를 산정하였다. 육묘장이 없는 나는 둔내면 종묘사에서 모종들을 샀고, 육묘 기간을 감안해서 미리 주문했다.

기본적인 밭 디자인 작업이 끝난 후, 다음 단계는 주요 3개의 작물을 비롯한 각 작물들을 언제 정식할 것인가가 고민이었다. 각 작물들의 모종을 정식하기에 적합한 기후조건이 되는 시기에 맞춰야 한다. 먼저 토마토, 고추, 감자 3가지 작물을 심기로 했다. 그래야 부근에 심을 다른 작물들의 재배 위치와 규모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설계작업을 먼저 하듯이, 작물을 재배할 때도 밭의 규모에 맞춰서 정밀한 설계작업이 필요했다.


약간 추운 날씨에도 잘 견디는 감자부터 4월 22일에 파종을 했다. 씨감자가 많이 남아서 백평 가량을 더 심었다. 감자 옆에는 강낭콩과 땅콩을 한 이랑 심고, 그 옆에는 대파, 양파, 상추 등 엽채류를 채워 나갔다. 정신없이 정식작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어느 덧 5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5월말 비닐하우스에 토마토를 마지막으로 작물들을 다 심었다. 작물들로 채워진 밭을 보며 농사 첫해 좋을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원했다.

정식을 한 뒤 매일같이 밭에 들러서 작물들이 잘 성장하는 지 살펴보았다. 고추나 토마토는 지주대를 세워주고 곁순을 제거하는 등 관리작업도 하였다. 동반작물을 같이 재배하였기 때문인지, 인근의 다른 밭에 비해서 병충해가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했다. 화학 비료를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물들은 잘 자라주었다.


2026년 어느 덧 4년차 농부가 되어서 되돌아보면, 동반작물은 큰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농부들이 농사를 짓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매출을 많이 올릴 작물을 우선적으로 심게 된다. 내 농장이 위치한 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에서는 비닐하우스에 토마토를 가장 많이 재배한다. 노지 밭에서는 일반적으로 고추나 감자, 양상추, 브로컬리 등을 기른다. 전년도에 단위 면적당 매출이 높았거나, 그 해에 가장 가격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물을 정식하곤 한다.

일반적으로 동반작물은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영양분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농부들은 동반작물 대신 농약이나 비료를 사용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동반작물을 이용한 친환경 재배 방식보다는 매출 극대화가 목표이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3년차 귀농인의 하루>장례식장에서 즐거우면 안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