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하루 퇴고글>친환경 농사의 시작

- 귀농 첫 해에 겪은 열 네번째 이야기

by 유진

한시간 정도 밭에 미생물 배양액을 뿌리고 있던 신반장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노지 밭 한 켠에서 트럭의 PTO(Power Take-Off; 동력인출장치)를 조작하고 있었다. 동력인출장치(PTO)를 작동시켜야, 대형 물통에 연결된 긴 호스로 신반장이 배양액을 살포할 수 있었다. 신반장은 호스 끝 부분에 있던 분사기 노즐을 들어 보이면서 이야기했다.

“노즐의 구멍이 막힌 모양이네요? 배양액이 잘 나오질 않아요.”

내가 분사기 노즐을 분리해서 물로 씻고 있는 사이에, 신반장이 한가지 제안을 했다.

“분사기 노즐이 없는 상태에서 호스로만 미생물 배양액을 뿌려보면 어떨까요? 분사기의 노즐 구멍이 작다 보니까, 배양액 뿌리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거든요.”

작물을 정식하기 전이어서 굳이 분사기 노즐이 필요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해보자고 했다. 분사기 노즐을 제거하고 배양액을 살포했더니, 시간이 절반으로 줄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지 밭과 비닐하우스를 포함해서 1천평에 가까운 밭에 배양액을 살포하는 데 3~4시간이 걸렸다.횡성군 둔내면 삽교리의 3월 초중순 날씨는 여전히 싸늘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삽교리 근처에 자리한 태기산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체감온도를 크게 낮추기에 충분하였다. 태기산 정상에는 여러 개의 풍력발전기가 가동되고 있을 정도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이었다. 미생물 배양액을 밭에 뿌리고 있으면, 태기산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귀가 시려왔다. 더군다나 호스 끝에서 나오는 배양액이 이리 저리 날리기를 반복했다.

미생물 배양액을 뿌리고 있는 나_20230323_1679566434377.jpg


2023년 4월 중순부터 감자를 시작으로 여러 작물들을 정식할 계획이었다. 친환경 농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작물들을 정식하기 전에 작물이 자라기에 적합한 상태로 밭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유기물 퇴비나 석회 등을 이용해서 밭의 pH수준이 강산성이나 강알칼리성이 아닌 적정 수준(5.0~6.0)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작물들이 중성에 가까운 pH수준의 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유기물 함량도 높이는 것이 좋다.

토양의 유기질 함량을 높인 뒤에는, 이것을 무기질로 변환시켜주어야 작물이 소화할 수 있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생물이다. 그래서 신반장과 내가 작물에 유익한 미생물들을 밭에 많이 뿌려줬던 것이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각종 유용한 미생물을 분양해주고 있어서, 이것들을 이용해도 좋다. 하지만 농가당 분양되는 미생물 양이 제한되어 있고,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분양 받을 수 없다.

당시 아직 농업경영체가 없던 나는 농업기술센터의 미생물 대신, 나의 밭 주변 산에 쌓여 있는 부엽토를 이용해서 미생물을 배양했다. 경작하는 밭의 주변 산에서 자란 나무들은 밭의 토양과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 이 나무들의 잎이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부엽토는 작물에게도 유익한 미생물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미생물을 배양하려면, 돼지꼬리 가열기를 이용해서 20도내외의 온도로 1~2일 정도 데워주어야 한다. 배양된 미생물과 바닷물(또는 소금), 천매암, 산야초 액비 등을 물과 섞어서 밭에 뿌려주어, 미생물들이 활동하기 좋은 토양으로 만든다. 친환경 농업 전문가들은 작물을 정식하기 전에 3~4회 정도 미생물 배양액을 뿌려주라고 권고하고 있다. 나는 최소 5회 이상 뿌려줄 계획이었다. 그래서 작물을 정식하기 한달전인 3월중순부터 미생물 배양액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노지 밭을 절반씩 나누어 경작하기로 한 신반장과 같이 살포작업을 하였기 때문에 힘이 덜 들었다.

그렇게 고생하면서 미생물 배양액을 뿌려준 까닭일까? 작물을 정식하고 난 후 잡초를 뽑아줄 때나 작물을 건사할 때 지렁이가 많이 보였다. 전년도에 화학 농법으로 옥수수를 재배할 때만해도 지렁이를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밭에서 지렁이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밭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지렁이 분변은 작물에게도 유용한 무기질 영양분을 공급해준다.


내 밭을 장만하고 농업경영체 등록을 한 뒤로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미생물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주일에 1인당 40리터로 공급량을 제한하고 있다. 내가 사용하기에는 적정한 양이지만, 밭의 규모가 큰 농부들에게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은 농업기술센터의 미생물을 배양해서 사용하곤 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고초균, 유산균, 효모균, 광합성균 4가지 종류를 제공하고 있는데, 나는 주로 고초균과 유산균을 많이 사용한다. 고초균은 토양내의 유기물 분해작용, 병해충 억제, 식물 성장 촉진에 효과적이다. 유산균은 토양내 질소 고정, 작물 면역력 강화 효과가 있다. 이들 미생물들이 토양 개선이나 병충해 방제, 작물 생육 촉진 등의 효과를 가지지만, 단기간내에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적정한 양을 1~2년정도 장기간 살포해줘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프링쿨러나 점적테이프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중요하듯이, 친환경 농사를 짓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은 땅을 튼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그래야 작물도 잘 자라고 병충해 예방효과도 강화될 수 있다. 미생물 살포는 그 출발점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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