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첫 해에 겪은 열 다섯번째 이야기
“3기 후배들에게 우리가 먼저 인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2023년 4월 중순 어느 날 신반장이 나에게 제안을 했다. 신반장은 산채마을의 펜션을 관리하고 있었고, 나도 같은 마을에 임대한 밭이 있었다. 덕분에 매일 산채마을에 출근하다시피 하였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3기생들도 4월 1일부터 산채마을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 산채마을에서 마주칠 때마다 3기생들과 서로 인사는 했지만, 아직 서먹한 사이였다. 모든 환경이 낯설은 3기생들이기에 선배인 우리가 먼저 다가가자는 것이 신반장의 생각이었다.
며칠 전 대표님의 감자밭에서 파종하는 것을 도와줄 때가 떠올랐다. 그날 횡성읍에 사는 2기 동료인 최선생님 부부가 산채마을에 와있었다. 김대표님에게서 이런 저런 도움을 받은 것이 고마워서 김대표님의 감자 파종을 도와드리고 싶어서 왔단다. 전년도에 7~8개월을 함께 고생한 사이라서 그런지 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기들을 만나면 반갑다. 최선생님 부부에게 인사를 하러 갔을 때는 감자를 파종하고 있었다. 그때 3기생들을 처음 보았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3기생들 중 남자 5명이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들은 파종을 하는 동네 아주머니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씨감자가 가득찬 양파망을 옮겨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양파망의 감자가 무겁지 않아서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었다. 최선생님과 나를 포함해서 남자가 7명이나 있어서 바쁘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3기생들중에서 2~3명만이 열심히 일하였다. 나머지 사람들은 농사 일에 적극적이지 않은 듯했다. 특히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분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끼리도 만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지 서로 낯선 듯 보였다.
신반장이 3기생들에게 회식을 제안하고 이틀 뒤에 삼겹살 파티가 열렸다. 사랑채 옆에서 신반장이 고기를 굽고, 나는 3기생들과 함께 소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이 한순배 돌자 3기생들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전년도에 전국 최우수상을 받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3천평이나 되는 농사일을 하면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왜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되었는지 등등…
3기생들은 70대 부부, 60대 부부, 50대 부부, 그리고 40대 후반과 50대 초반의 남자 2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제일 나이 어린 40대 후반의 남자가 반장을 맡고 있어서, ‘윤반장’이라고 불리고 있었다. 50대 초반의 남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머리가 온통 하얀색이었다. 부부가 아닌 혼자서 교육에 참가한 이들 두 명은 자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았다. 50대 중반의 부부는 LA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했다고 한다. 자연환경이 뛰어난 강원도에서 살고 싶어서 사업을 정리하고 귀국했단다. 60대 부부의 남편은 건축 설계일을 하던 분인데, 평상시에도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다니는 것을 좋아 한단다. 그래서 여행중에 잠을 잘 수 있도록 개조한 9인승 차량을 몰고 다녔다. 70대 부부는 어린 시절에 시골에서 자랐고, 은퇴하고 경치 좋은 곳에서 살고 싶어서 오게 되었단다.
3기생들끼리도 아직 서먹해서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동안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는 지를 파악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전년도에 2기 선배들이 ‘농촌에서 살아보기’ 전국 사례 발표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는 점에 대해서 많이 부담스러워했다.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눈에 보였다. 물론 김대표님의 바람이 은연중에 투영되어서 나타난 것도 있겠지만.
3기생들과의 삼겹살 파티를 한 이후로 산채마을에서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산채마을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이 우리들에게 여유있고 긍정적인 마음을 열어주었듯이, 삼겹살 파티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아직 프로그램의 초창기이고 산채마을에서 살아보는 것도 처음이어서 그들은 만날 때마다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싶지 않아서 가능하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려고 노력했다. 3기생들이 6개월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랐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또 한번의 만남이 시작되고 있다는 생각에 흥분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