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사꾼의 하루 퇴고글>농촌에서 필요한 기술

- 귀농 첫 해에 겪은 열 여섯번째 이야기

by 유진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과 비닐하우스를 처음 지어본 것은 2022년 12월초 김대표님의 비닐하우스를 만들 때였다. 산채마을의 마을 도로 건너편에 있던 비닐하우스를 철거해서 만들었다. 김대표님 친구분이 사용하던 하우스였는데, 몸이 아파서 더 이상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되었단다. 그 분이 사용하던 3동의 하우스를 모두 철거해야 하는데, 그중 하나를 산채마을로 옮길 계획이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기에, 김대표님은 우리 동기들을 소집했다.

산채마을은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어서 겨울에 특히 추웠다. 동료들은 모두 두꺼운 털장갑과 털모자를 챙겨왔다. 나는 깜박 잊고 챙겨오지 못했다. 할 수 없이 목장갑을 2개 겹쳐서 사용했고, 입고 있던 외투의 모자를 눌러썼다. 그래도 태기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충분히 막아 내지 못해 작업하는 내내 추위를 느껴야만 했다.

우리는 먼저 하우스의 비닐을 고정하는 용수철 모양의 철사를 고정패드에서 뽑아냈다. 그래야 하우스를 덮고 있던 비닐을 수월하게 벗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앞뒤에 있던 문을 분리한 다음, 비닐하우스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철봉을 분해하였다. 마지막으로 디귿자 형태의 비닐하우스 철봉들을 하나씩 뽑아 나갔다. 겨울 추위에 잔뜩 땅이 얼어붙은 상태라서, 땅속에 묻힌 철봉들은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때로는 3~4명이 달라붙어서 용을 써야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수십개의 차가운 철봉들을 분리하다 보니까, 손이 시려왔다. 자연스럽게 드럼통에 피워 놓은 장작불 있는 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겨울나기_대표님 비닐하우스 분해하기_20221207_144017.jpg

그로부터 몇 주 뒤, 12월초에 분해하였던 하우스 자재들을 이용해서 산채마을에 100평짜리 하우스를 만들었다. 겨우내 얼어붙은 땅에 뼈대를 박아 넣기 위해, 커다란 드릴로 먼저 구멍을 깊게 팠다. 드릴로 한참을 작업해야 겨우 안정적으로 뼈대를 고정할 수 있을 정도인 40~50센티의 깊이로 구멍을 팔 수 있었다. 수십개의 뼈대가 비슷한 깊이로 땅속에 고정되어야 했기에 거의 비슷한 길이로 구멍을 파야 했다. 파여진 구멍에 디귿자 모양의 철봉을 하나씩 고정시켜 나갔다.

하우스의 천장과 측면에 긴 가로 철봉을 설치해서 디귿자 모양의 철봉들을 단단하게 묶었다. 강풍으로 인해서 하우스가 날아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에, 디귿자 철봉들을 고정시킨 가로 철봉중에서 지면에 설치해서 파묻은 것도 있었다.

하우스의 뼈대가 완성된 후에는 비닐을 씌우기 위해서, 이것을 고정시킬 수 있는 패드를 뼈대에 덧대었다. 긴 가로 철봉과 평행하게 해야 해서, 거의 50미터 가까이 설치했다. 고정된 뼈대위로 커다란 하우스용 비닐을 씌우고, 용수철 모양의 비닐고정용 철사를 끼우는 것을 마지막으로 비닐하우스가 완성되었다. 비닐하우스 전체 제작과정을 처음 경험할 수 있었다.


내가 2023년 임대한 100평짜리 비닐하우스는 뼈대만 남아있었다. 천장 비닐이 반쯤 찢겨 나갔고, 토마토 재배를 위한 중봉(中棒, 가로 지주봉)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중봉은 토마토 줄기가 자라면 이것을 세워줄 수 있는 지주줄을 고정시킬 때 필요하다. 비닐을 씌우고 중봉도 설치해야 토마토를 정식할 수 있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동료들의 도움으로 2023년 3월 중순에 하우스 비닐은 이미 씌워 놓았다. 김대표님의 비닐하우스를 만든 경험이 있었기에 나와 동료들은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

중봉 설치작업을 하는 날, 쇠 절단기로 필요한 개수의 철봉을 적당한 길이로 잘라내는 일부터 시작했다.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필요한 개수만큼의 철봉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다리에 올라가서 철봉들을 설치하였다. 철봉의 절단 작업은 주로 내가 하고, 파이프들을 적합한 위치에 나사로 고정시키는 작업은 신반장이 했다. 쇠파이프 절단기와 드릴을 이용해서 절단작업과 설치작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신반장이 큰 키를 이용해서 쉽게 파이프들을 제 위치에 고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토마토 지주 파이프 설치작업_파이프 절단한 모습_20230413_104455.jpg

“우와! 내 손으로 다 만들었다!!”

신반장이 사다리 위에서 두 팔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중봉 설치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끝났다. 아침 9시에 시작한 작업을 오후 5시가 되기도 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제 하우스에 토마토만 재배하면 된다.

토마토 지주 파이프 설치작업_마지막 작업을 앞두고 신반장의 자랑_20230413_173408.jpg


농촌에서 살아가려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도시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손이 부족한 탓도 있고 전문가들의 손을 빌리게 되면 금전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농촌에서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직접 해야 할 일이 도시의 아파트보다 훨씬 많다. 농촌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들은 이런 일들에 익숙하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다가 들어온 나나 신반장은 모든 것이 새롭다. 하나에서 열까지 기본적인 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한다. 그게 농촌의 생활이다.


“우리 비닐하우스 제작 알바를 할까요? 하하하”

하우스를 몇 번 지어보면서 제작기술을 습득한 신반장은 비닐하우스 제작에 자신이 있다는 투로 농담을 했다. 농촌에서 필요한 기술중 하나를 익히면서 농촌 생활에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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