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귀농인의 하루>몇살까지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 귀농 4년차에 경험한 첫번째 이야기

by 유진

얼마 전에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중 하나가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동안 수차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아버님께서 돌아가시면서 좀 더 피부에 와 닿았다.

아버님께서 세상을 떠나신 나이가 87세였는데, 거의 10년가까이 척추 디스크 수술의 후유증에 시달렸다. 수술을 한 이후에도 완치되지 않아서, 걷는 것이 많이 불편하였다. 몇 분 걷다가 앉아서 쉬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가까운 거리도 전기 자전거를 이용하게 되었다. 먼 곳에 꼭 가야할 때는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런 번거로움 때문에 주로 집 주변에만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만큼 운동하는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건강 악화의 도화선이 된 셈이다.

우리나라 남자의 평균 수명은 80.8세이지만 아프지 않고 지내는 건강수명은 64.6세란다. 거의 16년동안은 이런 저런 병치레를 하면서 산다는 의미이다. 이 기간 동안은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을 못하게 된다. 이런 평균치나 아버님의 사례가 나에게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평균 수명보다는 건강하게 살 때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지난 일년을 어떻게 보냈는 지 뒤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지내는 횡성의 날씨를 감안하면 4월부터 11월정도까지가 농사를 짓는 시기이다. 농작물을 정식하기 위한 사전작업과 마지막 수확이후 마무리까지 포함한 기간이다. 보통 4월에서 5월에 작물정식을 많이 한다. 작물을 정식한 후에는 횡성을 떠나기 어렵다. 수분관리, 온도관리, 비료관리, 병충해관리, 그리고 수확과 판매를 하기 위해서는 매일 작물과 마주해야 한다. 결국 1년중 8개월은 농사에 메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12개월중 겨우 4개월 정도만 내가 온전히 쓸 수 있는 시간인데, 이러한 생활 패턴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이것이 행복한 삶을 만드는 패턴일까? 만일 내가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무엇일까? 등등… 이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더 중요한 질문은 비슷한 나이의 아내의 삶에 대한 고민이었다. 최근에 부쩍 병약해져서 힘들어하시는 장모님을 보면서, 아내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거동이 불편하신 장모님은 이제 근거리 여행조차 힘든 상황이다. 평생을 살아오신 전주시를 벗어날 수가 없는 상태이다. 더 나아가 집안일도 힘들어서, 고령의 장인어른이 설거지도 하고 밥도 짓는다. 집안일을 하면서 장모님 병치레까지 해야 하는 장인어른의 얼굴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고단함이 엿보였다. 이전에는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힘들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신다. 장인어른이 90세 가까운 고령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상황이다. 장인어른의 가장 큰 소망은 하루라도 더 장모님과 건강하게 사시는 것이다. 일주일에 3일, 그것도 반나절만 오는 간병인이 있지만 거의 장인어른이 장모님 간병을 하고 있다. 장인어른이 좋아하는 여행은 고사하고 어떠한 다른 일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나도 내 건강뿐 아니라 아내의 건강까지도 챙겨야만 남은 삶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건강 수명까지도 고려한다면 더욱 더 건강하게 살아있는 동안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귀농하면서 만들어진 8개월동안 농사짓는 삶의 패턴이 과연 나나 아내에게 행복한 생활이 될 수 있을까? 나와 같이 은퇴한 뒤에 제2의 삶으로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은 반드시 고민해야할 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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