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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May 08. 2022

< 농촌 체험하기 > 우여곡절 끝에 참가한 농촌 체험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첫번째 이야기

나는 전라북도의 한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에 전주로 이사를 하는 바람에 도시 촌놈으로 자랐지만, 지금도 내 감성의 많은 부분은 농촌에서 지냈던 세월들이 묻혀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언젠가 농촌으로 돌아가서 남은 여생을 보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직장 일에 바쁘다는 핑계로, 그 동안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다. 가끔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정도에 그쳤다.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뭔가를 내 손으로 직접 생산을 해보는 삶을 살고 싶었다. 그것이 농산물이 될 수 있고, 임업 생산물이 될 수도 있고, 집을 짓는 작업이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분야가 무엇인가를 경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 시도한 것이 평창 한옥학교 입학이었다. 한옥학교 6개월 생활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기였다. 처음 사용하는 기계 장비를 활용해서 한옥 짓는 법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었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진 것도 좋았다. 하지만 집을 짓는 목수 생활이 적성에 잘 맞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나는 목수라는 일에 필요한 일 머리와 일 근육이라는 측면에서, 평균 이하였다. 이것을 알게 된 것만 해도 큰 소득이었다.

한옥학교 생활이 거의 끝나갈 즈음, 농림수산부에서 주관하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봤다. 사실 작년부터 이 6개월 과정을 기다려왔다. 지역별로 1년에 한번밖에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많지 않았다. 특히 나는 강원도 횡성, 홍천 두 군데 중 한 곳에서 교육을 받고 싶었다. 내가 귀촌 하고자 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두 군데에 지원을 하고 합격여부를 기다렸다.

횡성이 먼저 선발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옥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전화 면접까지 했다. 전화면접을 했던 산채마을 이찬슬 사무장과의 대화도 너무 좋았다. 나는 횡성으로 귀농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토마토, 더덕 등 하고 싶은 농작물이 모두 횡성의 주산물일 뿐 아니라, 횡성이 수도권과도 가까워서 좋았다. 나는 귀농을 한다면 토마토 농장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더군다나 횡성은 자연재해가 별로 없는 지역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만큼 농사를 짓기에 안정적인 기후조건이다.

그런데 전화면접을 진행한 몇 주 뒤, 이찬슬 사무장으로부터 교육과정에 같이 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다음 번에도 횡성을 지원하고 싶었기 때문에, 횡성의 합격 기준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총 60팀이 넘게 지원을 했는데, 4쌍의 부부와 1명을 선발하였단다. 귀농할 가능성이 높은 팀부터 선발을 했는데, 귀농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부부의 동의라고 봤던 것이다. 나는 부부가 아닌 나 혼자 교육 신청을 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란다. 그렇다면 내년에도 아내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은 횡성 교육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교육 참가자에게 농림수산부에서 주는 혜택을 받지 않을 테니까, 교육과정에만 참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6개월 교육과정중에 숙박비와 월 30만원 지급, 그리고 교육과정 참가 시간 인정 등 몇 가지 혜택들이 있었다. 나는 원주에 집을 얻어놓았기 때문에, 굳이 숙박을 횡성에서 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요청한 뒤 일주일이 지난 뒤에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렇게 나는 다른 교육 참가자들과는 다른 경로를 거쳐서, 겨우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실 홍천에서도 1차 심사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으나, 횡성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 포기하였다.)

그런데 횡성으로 가는 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6개월 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에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은 것이다. 결국 1주일간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횡성 교육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렇게 1주일 간의 자가격리가 끝나갈 즈음, 이찬슬 사무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과 같이 파트너로 일을 할 참가자가 코로나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 분이 복귀하는 시점에 같이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9명중 부부가 아니고 개인적으로 참가한 분이 코로나에 걸렸단다. 횡성 교육과정중에 개인 텃밭이나 공동 농장을 경작할 때, 나는 이 분과 주로 일을 같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모양이다. 자연히 이 분이 없으면 텃밭 가꾸는 계획을 진행할 수가 없단다. 무슨 작물을 심을 지, 얼마만큼의 면적을 텃밭으로 가꿀 지 등에 대해, 정식 참가자인 이 분의 의견이 중요하단다. 그렇게 나는 또 횡성교육 2주차도 참석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교육을 2주나 빠진다는 아쉬움이 컸다. 2주동안 진행되는 교육내용을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6개월 프로그램이 초창기에는 느슨하게 짜여져 있고, 후반기에는 진짜 농부와 똑 같은 일과를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단다. 졸업할 때까지 점차적으로 농부가 될 수 있는 기술과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이다. 그래서 처음 2주정도의 교육은 비닐 벗기기, 경작지 정리하기 등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렇게 횡성 2주차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나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급하게 비행기, 호텔, 렌터카 예약을 진행해서 제주도로 떠났다. 약 1주일 정도의 제주도 여행기간 동안 아내와 아들과 함께 이런 저런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원주로 일부 이사한 짐들도 정리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참 공교로운 스케줄이었다. 횡성 교육과정에 탈락한 후 겨우 다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도, 갑자기 나와 파트너가 교대로 코로나에 걸린 것도, 덕분에 가족들과 제주도에 여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일반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사건들이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연달아 일어난 것이다. 하느님께서 뭔가 나에게 메시지를 준 것 같았다. 한옥학교에서 6개월 동안 고생했으니까, 심신을 추스른 다음에 횡성 교육과정에 참가하라고. 그래서 횡성 교육과정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서 들어가라고. 그리고 제대한 후 코로나 때문에 한번도 여행을 가지 못한 둘째 아들, 그리고 아내와 좋은 시간을 같이 보내라고.

횡성 교육과정에 우여곡절 끝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도 감사하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낸 것도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횡성으로 가는 길에는 고난과 행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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