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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n 25. 2022

<한옥 대목반> 일 머리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 버전: 아홉번째 이야기

그동안 한옥학교 생활에 대해 써왔던 글들을퇴고를 위해 다시 다듬어서 연재 형태로 올려본다몇번의 퇴고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이 나올    없지만그때까지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바라면서  내려가본다.


  “기둥을 이렇게 깎아놓으면 어떻게 하나요? 실제로 집을 지을 때 이렇게 작업해놓으면, 다시 깎아야 해요.”

  내가 가공한 기둥을 들여다보던 선생님이 야단을 쳤다. 나는 작업에 서툰 것도 있지만, 외부에서 보이지 않던 옹이가 여러 개 나오면서 끌질을 하는 데 애를 먹었다. 결국 선생님이 알려준 치수대로 가공하는 데 실패했다. 잘라내지 말아야 할 곳을 톱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겨우 장혀와 도리가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지만, 너무 거칠게 가공해놓았다.

  잠시 후 선생님이 일현이가 가공해놓은 기둥을 보고 칭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현이가 가공해놓은 기둥은 내 것에 비해서 너무 깔끔했다. 어떻게 저렇게 깨끗하게 가공할 수 있을까? 부러웠다.


  한옥 부재들의 가공작업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은 것이 기둥을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기둥 윗부분에 보아지와 보, 장혀와 도리(때로는 창방도 포함)가 모두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제대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기둥 윗부분에 각각의 자리를 형태와 크기에 맞게 가공해줘야 한다. 집의 무게를 받쳐주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재들이기 때문에, 서로 잘 맞물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래서 기둥이 제 역할을 해야, 집이 제대로 서는 것 같다. 

  기둥의 가공작업은 보 – 보아지 – 장혀 – 도리의 순으로 4단계로 이루어진다. 보 자리의 밑그림에 따라 톱으로 잘라낸 다음, 넓은 밀 끌로 보가 잘 끼워질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을 한다. 보아지는 보의 아래 쪽에 들어가면서 보보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보 자리보다 넓지 않게 톱질과 끌질을 해서 가공을 한다. 내가 작업한 나무에는 밖에서 보이지 않던 옹이가 네 개나 들어 있었다. 옹이 덕분에 이것을 끌로 파내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다음으로 보가 들어가는 자리의 직각방향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장혀와 원형의 도리가 들어간다. 두 개의 기둥 사이에 장혀가 밑에, 그리고 도리가 위쪽에 올라간다. 먼저 장혀가 기둥 사이에 끼워지는 자리를 만든 다음에, 어느 한쪽 방향으로 밀리지 않도록 턱을 만들어준다. 그런 다음 도리 자리는 도리의 둥근 모양에 맞춰서, 둥글게 깎아준다. 둥근 도리 모양을 깎아줄 때는 둥글게 만들어야 하는 면을 따라서 톱으로 일부 잘라낸 다음, 원형 끌로 일일이 깎아내야 한다.


  일현이가 기둥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일 머리’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일현이는 나뭇결이나 나무의 상태에 따라서, 톱이나 끌 같은 도구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줄 알았다. 예컨대 망치로 끌을 나뭇결 방향으로 박아 넣게 되면, 자칫 나무가 밑그림과 상관없이 끝부분까지 쪼개질 수 있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나뭇결의 직각방향으로 톱이나 끌로 잘라준 다음, 나뭇결 방향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옹이 부분을 끌로 치게 되면, 전체 옹이가 한꺼번에 뜯겨져 나가서 가공하고자 하는 치수를 벗어날 수도 있다. 끌보다는 톱으로 잘라내는 것이 옹이부분을 밑그림에 맞게 가공할 수 있다. 일현이는 이러한 일하는 요령을 잘 알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일 머리’가 비상한 것이다. 반면 나는 나무의 상태에 맞게 작업을 해야 하는데, 무작정 힘으로만 밀어붙이려고 하니까 잘 안되었다. 요령이 부족했다.

  한옥 대목반의 동료들도 서로 일 잘하는 수준이 달랐다. 누구는 일 머리가 좋은 것 같은데, 성실하지 않아서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았다. 그런 반면 어떤 동료는 부족한 일 머리를 꾸준한 노력으로, 조금씩 실력을 늘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강점과 약점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하느님은 특정한 사람에게 많은 능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지도록 해주었다. 부족한 능력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보완이 되는 다른 능력을 주는 섬세함도 보여 주었다. 이런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면서, ‘나에게도 하느님이 뜻하신 바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옥을 만드는 일 머리는 약하지만, 나만의 다른 강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하느님이 뜻하시는 제 2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하는 고민에 빠져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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