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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10. 2022

<한옥 대목반> 켜는 톱과 자르는 톱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버전: 열번째 이야기

그동안 한옥학교 생활에 대해 써왔던 글들을퇴고를 위해 다시 다듬어서 연재 형태로 올려본다몇번의 퇴고과정을 거쳐야 최종적으로 완성된 글이 나올    없지만그때까지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기를 바라면서  내려가본다.


  그날은 날씨가 추워서, 실내 실습장에서 서까래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졸업하기 전까지 완성해야 할 한옥 맞배집과 사모정에 77개의 서까래가 필요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서까래를 치목해야 했다. 수 십개의 서까래를 반복적으로 만드는 작업에, 젊은 동료들이 지루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하는 일에 집중하는 젊은 동료들이 예뻐 보였다.


  모두들 작업에 한창 집중하고 있던 오후에, 선생님이 우리를 불러 모았다.

  “이제 곧 가공작업에 들어갈 거예요. 기둥 끝부분에 보아지, 보, 장혀, 도리가 얹혀지려면, 이것들이 올라갈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가공작업을 하려면, 지금 쓰는 자르는 톱 말고 켜는 톱이 필요해요.”

  자르는 톱날과 켜는 톱날이 있는 양날 톱을 들고 와서, 서로 어떻게 다른 지를 설명하였다. 톱날의 형태가 확연하게 달랐다. 작고 날카로운 자르는 톱날은 양쪽 방향으로 뻗쳐져 있는 반면, 약간 큰 사이즈의 켜는 톱날은 한 방향으로만 만들어져 있었다. 자르는 톱날은 나무결의 직각방향으로 자를 때 사용되고, 켜는 톱날은 나무결의 순방향으로 자를 때 쓰인단다.


  “나무결의 순방향으로 자를 때, 켜는 톱날과 같은 형태가 왜 유리한가요?”

  나는 톱날의 생김새가 어떤 작용을 하길래, 나무결의 순방향과 직각방향일 때 서로 다른 톱날을 써야 하는 지 궁금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직접 두 개의 톱날을 이용해서 나무를 잘라보라고 했다. 

  선생님에게서 건네 받은 양날 톱을 가지고, 나무결의 순방향으로 잘라 보았다. 켜는 톱날을 사용할 때는, 굳이 힘을 주지 않고 톱질을 해도 나무가 부드럽게 잘려나갔다. 그렇지만 자르는 톱날은 켜는 톱날만큼 톱질을 해도 잘 잘려나가지 않았다. 양쪽으로 뻗어있는 자르는 톱날이 켜는 톱날보다 넓은 면적으로 잘라나가기 때문에, 나무 결을 부드럽게 헤쳐나가기 어려웠다. 오히려 나무의 저항을 강하게 만들었다.

  이번에는 나무결의 직각방향으로 잘라 보았다. 어떤 나무이든 나무 결의 직각방향으로는, 나무가 쉽게 잘라지지 않았다. 순방향으로 자르는 것보다 나무의 저항이 세기 때문이다. 양쪽 방향으로 뻗은 자르는 톱날은 교대로 나무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반면 한쪽 방향으로만 톱날이 세워져 있는 켜는 톱날로는, 나무의 저항을 뚫고 나가기가 힘들었다. 


  톱날의 모양이 서로 다른, 켜는 톱과 자르는 톱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고는 매우 신기했다. 톱도 그 쓰임새에 따라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듯이, 사람들도 그 성격이나 역량에 따라 쓰임새가 다르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나에게도, 젊었을 때와 다른 형태의 역량이나 기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게 필요한 톱날은 어떤 모습일지, 그 톱날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할 지를 고민하게 된다. 

  나무를 자를 때도 상황에 맞는 톱날이 다르다는 것을 새롭게 배우면서, 우리의 두 번째 달을 시작하는 수업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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