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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Jul 10. 2022

<농촌 체험하기 퇴고 글>첫 인상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두번째 퇴고 글

  “강원도가 좋아서 귀농을 꿈꾸며 이곳에 왔어요. 얼마 전까지 평창 한옥학교에서 한옥 짓는 기술을 6개월 동안 배웠고, 앞으로 농사짓는 법에 대해 배우고 싶어요. 잘 부탁 드립니다.”

  횡성군 둔내면의 산채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촌에서 살아보기’ 2기 과정의 참가자들에게, 나를 처음 소개하는 날이다. 다른 참가자들은 벌써 3주차 교육과정을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지각 합류를 했다. 거기에다가 얼핏 살펴보니까, 내 나이가 어린 편인 것 같았다. 나이도 어린 사람이 지각 합류를 해서, 그다지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를 소개했다.


  어제 일요일 오후에 이찬슬 사무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아침 9시까지 산채마을로 오면 된다고 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3주차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날은 4월 18일 월요일이었다. 아침 6시쯤에 일어나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샌드위치로 점심때 먹을 도시락까지 쌌다. 

  다른 참가자들은 산채마을에 숙소가 있어서, 각자 숙소에서 점심을 먹으면 된다. 하지만 나는 점심을 먹으러 숙소인 원주까지 올 수 없는 노릇이어서, 매번 도시락을 싸야만 한다. 아내가 샌드위치에 들어갈 동그란 떡갈비와 달걀 프라이, 양념이 들어간 데친 버섯, 치즈 등을 다 준비해줬다. 덕분에 쉽게 샌드위치를 준비할 수 있었다. 매주 이렇게 음식준비를 해준 아내에게 너무 감사하다. 

  아침 식사할 때 먹을 반찬들도 아내가 이미 준비해놓아서, 식사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그래도 식사하고 설거지하고, 점심 도시락까지 준비하려니까 마음이 바빴다. 첫날이니만큼 지각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그렇게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오니까, 맑고 화창한 하늘이 나를 맞아주었다. 뭔가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서원주 아파트에서 30분정도 영동고속도로를 달려가다가, 둔내 IC에서 왕복 4차선 지방도로로 접어들었다. 그리고는 곧 왕복 2차선의 마을 도로로 10분 정도 달렸을까? 산채마을이 보였다. 나무로 지은 여러 채의 집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펜션이었다. 넓은 땅에 여기 저기 자연스러운 형태로 집들이 위치해 있었고, 바로 옆에 있는 개울에는 뒷산인 태기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오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집들 뒤편에는 꽤 넓은 텃밭이 있었고, 일부 텃밭에서는 곰취들이 많이 자라고 있었다. 집 옆쪽에는 족히 4~5천평이 되어 보이는 넓은 감자 밭에 검은 멀칭 비닐들이 씌워져 있었다. 이미 씨감자도 심어져 있었다. 그리고 펜션의 제일 안쪽에는 호밀 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녹색의 호밀 밭 한 가운데에는 파라솔과 의자 몇 개가 놓여져 있었다. 아마도 sns에 멋진 사진을 올리라는, 펜션 사장님의 배려인 것 같았다. 시골 펜션 정경이 처음 오는 나를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마치자, 교육에 참가중인 동료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네 쌍의 부부와 한 명의 여자분이 참가하고 있었다. 네 쌍의 부부 중에서 한 쌍은 30대 중반의 부부였고, 나머지는 60대 초중반의 부부들이었다.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분이 제일 연장자였고, 공무원 생활을 하고 은퇴하신 분, 해군 대령으로 예편 하신 분도 계셨다. 대부분 귀농이나 귀촌을 계획하고 있었다. 30대의 젊은 부부는 농촌에서 유통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온 친구들이었다. 혼자 참가한 40대 전후의 여자분도 농촌에서 관광분야에 도전하고 싶어서 왔다고 한다. 서로 소개가 끝날 즈음에 한 분이 농담조로 이야기를 했다.

  “이제 59년생부터 64년생까지 연년생들로 다 채워졌네! 하하하”

  나이 어린 사람이 교육에 지각 참가한 것을, 고깝게 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첫 만남이었다. 모두들 따뜻하게 나를 반겨주었다. 사무장에게 들으니까, 2주밖에 안됐지만 참가자들이 서로 많이 친해졌단다. 그런 분위기 탓에, 늦게 참가한 나도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었다. 


  오전에는 산채마을 뒷편에 있는 공동 텃밭에서 간단한 정리작업을 진행했다. 동료들이 지난 주까지 이미 텃밭 정리작업을 한차례 진행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다지 할 일이 많지는 않았다. 각자에게 할당된 텃밭에다가 원하는 모종이나 씨앗을 심어서,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가면 되었다. 마치 새하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나가듯이. 오후에는 둔내면에서 채소 모종을 판매하는 ‘식물병원’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게에 갈 예정이란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나는 몇몇 동료와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다들 이런 저런 야채로 만들어진 반찬들을 내놓았다. 혼자서 교육에 참석한 장미씨는 샐러드를 준비해왔다. ‘야채가 풍부한 시골이라서 반찬이 온통 푸른 색인 모양이구나’하고 생각했다. 

  내가 샌드위치를 내놓자, 동료들이 신기한 듯이 물어보았다. 

  "이것 직접 준비한 거예요?" 

  아내가 만들어준 것을 덮히기만 해서 가져왔다고 대답했다. 사실 동료들은 이 대답이 궁금한 것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도시의 패스트 푸드를 보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동료들의 농촌생활이 3주도 되지 않았지만, 도시에서나 맛볼 수 있는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먹고 싶었단다. 패스트 푸드의 금단현상인 모양이다. 사람 수대로 샌드위치를 잘라서 시식을 해보라고 권했는데, 인기가 좋았다. 

  다들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하면서, 자신들이 가져온 밥과 반찬도 같이 먹자고 권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밥상이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산채마을 자연 환경의 편안함뿐 만 아니라 교육 참가자들의 따뜻함이, 나의 긴장된 첫 날을 넉넉하게 채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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