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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15. 2022

<농촌 체험하기 퇴고글> 언니네 텃밭

- '농촌에서 살아보기'과정에 대한 세번째 퇴고 글

  여성 농민회 조직중 하나인 언니네 텃밭은 자그마한 건물에 입주해 있었고, 주변은 논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언니네 텃밭의 회장님 집이 바로 옆에 있었다. 회장님은 10여년전에 횡성으로 귀농해서 더덕, 옥수수 등 많은 농작물을 심어봤지만, 실패를 많이 하면서 고생을 했단다. 스스로 ‘책으로 배운 농사’라고 할 만큼, 농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귀농을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한우를 60여마리 기르고 있어서, 경제적으로 안정이 된 것 같았다.

  언니네 텃밭은 사회적 농업기관이고,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꾸러미 사업을 통해서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었다. 꾸러미에 들어가는 농산물은 여성 농민회의 조합원들이 친환경으로 농사지은 제철 채소나 과일들이었다. 1~2주일 동안 먹기 좋은 양만큼 꾸러미로 만들어서 배송해주고 있는데, 아직 이곳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매달 60~90꾸러미 정도를 판매하는데 그치고 있었다.

  가입되어 있는 횡성군 조합원들의 친환경 농산물들 중에서, 주문량을 감안한 물량을 수확해서 꾸러미를 만든다. 공급하는 조합원들이 소비자에게 배달될 꾸러미를 직접 포장하지만, 인근에 사는 장애인들을 고용해서 일을 같이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언니네 텃밭에서는 우리나라 농산물의 토종 씨앗들을 나눠주고 보관하면서, 전통 종자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사실 횡성군 여성 농민회와의 만남은 뜻밖이었다. 그것도 ‘농촌에서 살아보기’의 첫 번째 교육과정으로 말이다. 대학교 다닐 때 어렴풋이 여성 농민회에 대해서 들어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둔내면 산채마을에서 차로 40~50분은 족히 달린 것 같다. 횡성읍에 있는 언니네 텃밭까지는, 꾸불꾸불한 왕복 2차선 지방 도로를 따라 내려가야 했다. 산채마을은 해발 650미터 위치에 있는 데 비해서, 언니네 텃밭은 해발 450미터 정도에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산채마을보다 봄 기운이 따뜻했다.


  언니네 텃밭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야외 테이블에서,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면서 회장님으로부터 이곳에 대한 소개를 받았다. 회장님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배려’와 ‘협력’이라는 단어였다. 언니네 텃밭은 2009년에 만들어져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조합원들간에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특히 조합원들이 꾸러미 매출을 더 올리고 싶은 경제적 욕구를 조절하는 작업이 힘들었다고 한다. 서로 자신의 농산물을 꾸러미로 더 많이 팔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자신의 이익을 조금씩 희생할 줄 알고, 협동 작업을 통해서 전체 매출 규모도 올릴 수 있도록 문화를 바꿔왔다고 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언니네 텃밭을 운영해나갈 수 없다는 점을 조합원들이 인식하도록 해야 했단다. 

  ‘배려’와 ‘협력’은 비단 언니네 텃밭에만 적용되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귀농이나 귀촌을 하게 되면, 이주하는 마을 공동체에서 실행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웃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고 지내는 도시에 비해서, 농촌에서는 이웃집 사정을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농번기나 마을 축제 때에 자연스럽게 접촉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마을 공동체라는 울타리가 형성되게 되면, 서로를 배려하고 같이 힘을 모으는 일들이 중요하게 된다. 귀농 귀촌에 실패하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 적응 과정이 힘들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덧 점심시간이 되어서, 언니네 텃밭의 실내 작업장에 준비된 점심식사를 가지러 갔다. 큰 접시에 6~7가지 나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농촌에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채소 반찬들이었다. 고기보다 채소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진수성찬이었다. 교육과정에 참가한 동료들은 오전에 교육을 받았던 외부 벤치에 둘러 앉아서 식사를 했다. 오늘 처음 본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먹는 점심식사는 매우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산채마을로 돌아가려고 나서는 데, 건물 입구에 붙어 있는 언니네 텃밭 명패에 쓰여진 문구가 보였다.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하는 언니네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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