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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15. 2022

<한옥 대목반> 정원이와 전동톱질

- 대목과정의 첫번째 퇴고버전: 열한번째 이야기

  정원이가 연신 허리를 돌리면서 스트레칭을 한다. 한옥학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허리가 좋지 않았던 정원이는, 전동 톱질을 하기 시작하면서 유난히 허리를 아파했다. 전동 톱질이 허리를 굽히는 자세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정원이에게는 고역이었다. 


 며칠 전에 선생님이 전동 톱을 이용해서, 장여로 사용할 원목 자르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장여는 기둥과 기둥 사이를 연결하는 자재여서, 길게 치목해야 했다. 15평 맞배집에 맞게, 원목을 4미터 정도 길이의 직사각형 각재로 만들었다. 톱질을 하기 전에, 원형의 원목 위에 톱이 지나갈 자리를 먹선으로 표시해 놓았다. 우리가 초보자들이기 때문에, 실제 잘라야 할 지점보다 1치(3센티미터 정도) 바깥쪽에 제2의 먹선을 추가로 그렸다. 자칫 잘라내야 할 부분보다 안쪽을 잘라내게 되면, 원목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목 위에 그려진 먹선을 따라 전동톱질을 할 때는 집중을 해야 했다. 자칫 전동 톱이 먹선보다 안쪽으로 먹어 들어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제 2의 먹선보다 안쪽으로 동료들의 전동 톱날이 향할 때마다, 선생님으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가급적 원목과 평행한 상태가 되도록 상체를 굽혀줘야, 먹선을 따라서 잘라낼 수 있었다. 허리가 안좋은 정원이에게는 이 자세가 너무 힘들었다. 

  정원이의 전동톱날은 오히려 먹선보다 바깥쪽으로 멀어져 가곤 했다. 원목의 안쪽으로 자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다가, 허리가 아프다 보니까 똑바로 잘라 나가질 못했다. 더군다나 원목이 두꺼워서, 한번의 톱질로 잘라지지도 않는다. 원목의 위 아래를 반복적으로 톱질을 하면 할수록, 정원이의 전동 톱날은 바깥쪽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 교육생들의 전동 톱질이 서툴다 보니까, 선생님은 2인 1조로 작업을 하라고 지시하였다. 한 사람이 전동 톱으로 자르는 동안, 다른 사람은 맞은 편에서 톱날이 먹선을 따라서 잘 잘라 나가는 지 살펴보게 했다. 그리고 톱질하는 자세가 삐뚤어지면, 제대로 교정해 주라고도 하였다. 

  나는 정원이랑 같이 한 조가 되어서 작업을 진행하였다. 정원이의 얼굴에는 자신없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톱질 연습하는 것을 지켜만 볼 뿐, 선뜻 자신의 전동 톱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톱질을 하면 허리가 많이 아프지? 네가 허리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톱질을 하면서 점차 톱날이 먹선 밖으로 벗어나거든. 그럴 때마다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작업을 해봐.”

  제대로 톱질이 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정원이를 위로해주었다. 정원이는 30대 초반으로 우리 동료들 중에 막내였다. 한옥 짓는 작업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어 하면서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깡다구가 있는 친구였다. 그런 모습이 예뻐서, 정원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도와주곤 했다. 내가 몇 번이나 자세를 잡아주고 나서야, 정원이는 비로서 먹선을 따라서 톱날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한옥학교에 들어온 지 한달이 지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보다는 기존에 배웠던 것을 숙달하는 작업이 많아졌다. 지난 주까지 배웠던 도리, 주두, 서까래, 그리고 기둥을 만드는 작업을 반복해서 진행하면서, 기계기구나 각종 손 도구를 익숙하게 사용하는 훈련을 했다. 

  정원이는 가장 자신이 없는 전동 톱질을, 가능하면 많이 시도해보았다.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방법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반복해서 전동 톱질을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원목에 예비 먹선까지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잘라내야 할 부재의 크기에 맞는 먹선을 따라서, 충분히 반듯하게 톱질을 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정원이는 나에게 보호대를 찬 오른 손목을 보여주었다. 전기대패를 비롯해서 전동 톱 등 각종 기계를 주로 오른손으로 작동시키다 보니까, 손목이 너무 아프단다. 주말이면 한의원에 가서 허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도 오른 손목뿐 아니라 팔꿈치, 어깨가 아파서, 정형외과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손목과 허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전기 대패나 전동 톱 등을 다룰 때 자신이 생겼어요.” 

  정원이는 생전 처음 잡아본 기계들이지만, 이제는 친해진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서, 한옥 목수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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