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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19. 2022

<농촌 체험하기> 생식생장과 영양생장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한번째 이야기

  나와 동료들은 토마토 곁순제거 작업에 들어갔다. 곁순 따기는 첫 번째 꽃이 피고 나서 진행하는데, 꽃 밑에 있는 곁순들을 제거해줘야 한다. 본 줄기와 잎이 나있는 가지 사이에 자라는 자그마한 곁순을 잘라낸다. 곁순 가지의 밑동을 살짝 밀어주면 떨어져 나간다. 첫 번째 꽃이 핀 토마토 한 그루에 3~5개의 곁순이 있어서, 이것들을 모두 따냈다.


  비단 토마토만 곁순 제거 작업을 해주는 것이 아니다. 고추나 가지 등 열매채소들은 대부분 곁순을 따주어야 한다. 심지어 고추는 ‘Y’자 모양의 첫 번째 방아다리보다 아래쪽에서 자란 잎들은 모두 따주고, 방아다리에 생긴 첫번째 고추까지도 따낸다.


  열매채소들의 곁순을 제거해주는 것은 영양생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조치이다. 식물들은 영양생장을 한 뒤 생식생장으로 전환하면서, 꽃이나 씨를 가진 열매 등 생식세포들이 만들어진다. 고추나 토마토 같은 열매는 자신들의 자손 번식을 위해서 만들어지는 씨 주머니인 셈이다. 튼튼한 열매나 꽃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줄기를 만드는 영양생장이 잘 이뤄져야 한다. 가지가 지나치게 많이 자라면 영양분이 분산되면서, 본줄기와 주요 가지의 영양생장이 부실해지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서 지나치게 많은 열매를 맺게 되면, 모든 열매들이 충분히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된다. 열매의 성장이 부실해지는 것이다. 적정한 숫자의 열매들이 맺힐 수 있도록, 곁순 따기를 해주는 이유이다. 


  동물들은 식물과 다르게 배 발생 초기부터 생식세포가 생긴다. 하지만 생식세포의 발달은 몸이 건강하게 자란 뒤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성장과정은 식물과 비슷한 셈이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크고 튼튼한 수컷이 암컷들에게 선택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건강하게 성장해야, 수컷과 암컷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 건강한 부모가 건강한 새끼를 낳을 수 있다는 종족번식에 필요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야채들도 건강한 영양 생장기를 거쳐야만, 맛있고 튼튼한 결실을 만들 수 있다. 채소나 식물들에게 영양생장기와 생식생장기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농촌체험을 하면서 처음 접했다. 식물도 사람이나 동물과 똑같은 성장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신기하였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성장하는 야채들을 지켜보면서, 신비로운 체험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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