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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20. 2022

<농촌 체험하기> 생각하는 정원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두번째 이야기

  아름다운 분재 정원수들, 기괴한 나무들, 그리고 화산석으로 만든 폭포… 제주도 ‘생각하는 정원’에는 다양한 아이템들이 평화의 정원, 철학의 정원 등 여러 가지 주제로 나누어서, 전시되고 있었다. 입구부터 제주의 화산석을 이용해서 아치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이곳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재 정원수들의 정원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아내, 둘째 아들 찬수와 제주도의 ‘생각하는 정원’을 찾은 것은 5월 중순이었다. ‘생각하는 정원’은 제주도의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인, ‘오설록 티 뮤지엄’ 근처에 있었다. 색다른 여행지를 좋아하는 찬수가 인터넷에서 찾아낸 곳이었다. 가는 길에 지나쳤던 ‘오설록 티 뮤지엄’은 관광객으로 붐볐다. 날씨가 화창한 5월인데다가 코로나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탓일 것이다. 반면 생각하는 정원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서 그런지, 관광객이 많지 않았다.

  이곳은 1968년부터 ‘성범영’이라는 분이 수십년동안 만들어온 정원이었다. 그의 고향은 경기도 용인인데, 제주도가 고향인 군대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제주도에 반하게 되었단다. 용인에서 와이셔츠 공장으로 부를 축적하였지만 건강이 많이 나빠졌단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 자주 제주도에 찾아오면서, 차츰 제주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리고는 마침내 한경면 저지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저지리까지 제주공항에서 차로 한 시간도 안 걸리지만, 1960년 후반에는 제대로 된 도로도 없었다. 특히나 이곳이 모두 용암으로 뒤덮힌 땅이어서, 농사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땅으로 버려져 있었다. 처음에는 밀감나무를 심기 위해서, 이곳 돌 땅을 개간하는 일에 집중했다. 그러나 돌땅이어서 일하기 힘든 이곳까지 일하러 오려는 인부를 구하기 힘들었다. 비싼 인건비뿐 아니라 숙소는 물론 식사까지 제공하면서, 인부를 구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경면장이 분재원을 만들자고 설득해서, 분재를 육지에서 사다가 키워서 전시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50여년을 ‘생각하는 정원’을 만드는데 투자한 성범영원장의 끈기는 누가 뭐라 해도 높이 사주어야 한다. 오늘날에 와서는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쉼터를 제공해주고, 마음속에 아름다움을 키우는 시간을 주고 있지 않은가! 처음 방문한 나는 이곳을 만든 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여러 가지 질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왜 이런 무모하기까지 한 작업을 평생 동안 해왔을까?’

  ‘왜 하필 여러가지 일들중에서 분재원을 만드는 데 투자했을까?’ 

  ‘분재원은 부산물로 만들어진 것이고, 단순하게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제주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던 것일까?’

  ‘제2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가치 있을까?’를 고민하는 나에게, 성원장의 삶이 좋은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하는 정원’ 어디에도, 왜 그가 평생을 분재원 가꾸는 데 투자를 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단지 그 동안 이 정원을 가꾸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쏟았고, 어떤 유명한 사람들이 분재원을 방문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만 알 수 있었다. 

  성원장이 언론과 인터뷰한 기사를 통해서도, 그가 왜 제주도에 분재정원을 만들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에 매료되었고, 밀감나무를 다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그가 좋아하는 분재를 하기 시작했다는 정도였다. 

  그는 인생을 바쳐서, 무엇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였다. 짐작컨대, 좋아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즐거움 속에서 건강을 찾으면서 행복을 만들어간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삶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어쩌면 이것이 ‘생각하는 정원’이 제2의 삶을 설계하고 있는 나에게 주는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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