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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Aug 26. 2022

<농촌 체험하기> 분봉

- ‘농촌에서 살아보기’ 6개월 과정에서 겪은 스물 세번째 이야기

  산채마을 사랑채 앞 마당에는 동료들의 함성 소리와 벌들의 윙윙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동료들은 여기 저기서 핸드폰 카메라로 시진 찍기에 바빴다. 마치 유명 연예인이 방문한 것 같았다. 카메라들은 사랑채 마당 앞에 있는 제법 큰 나무 위를 향하고 있었다. 나무를 둘러싸고 많은 벌들이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있어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서 카메라만 찍어댔다.

  이때 나뭇가지 사이로 벌집을 손에 든 대표님이 나타났다. 얼굴은 보호망으로 덮어쓰고 있었고, 손에 든 벌집 주위로는 많은 벌들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벌들은 벌집을 따라서, 산채마을 뒷산 초입으로 이사를 갔다. 산채마을 뒤쪽에는 천 평이 넘는 메밀과 유채꽃 밭이 자리잡고 있었다. 꽃들이 수정하기 위해서는 벌들이 필요해서, 새로이 벌집을 이곳으로 분봉한 것이다. 얼마 전에도 분봉을 해서, 같은 장소에 집을 만들어 줬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벌들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분봉에 실패한 것이다. 대표님은 이번에는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벌들이 새로운 집에 잘 들어가도록 유도해주었다.


  분봉하는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쳐다보고 있던 우리들에게, 대표님이 이 작업을 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원래 벌통이 사랑채 앞쪽 벽면에 위치해 있었다. 수많은 벌들이 여왕벌과 함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다른 여왕벌이 생기면서 자연 분봉을 시작했다. 분봉을 하는 날, 일벌들은 근처에 분봉하기 좋은 장소를 찾아 다니느라 분주하게 날아다녔다. 평상시보다 훨씬 많은 벌들이 날아다니는 것을 보고서, ‘분봉을 준비하는 것이구나.’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근처 나무 위에 놓여져 있던 빈 벌통으로, 일부 벌들이 여왕벌과 함께 이사를 했다. 일부러 분봉하기 좋게 대표님이 미리 설치해놓았던 벌통이었다. 그리고는 수정이 필요한 꽃밭 옆으로, 새롭게 분봉한 벌통을 옮겨준 것이다. 


  벌들이 분봉하는 과정이, 흡사 인간 사회가 역사적으로 확장하는 과정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인간 사회가 확대되는 과정보다, 훨씬 평화롭게 벌들은 확장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인간사회는 새로운 지역에서 공동체를 평화롭게 구축하기도 하지만, 기존에 형성되었던 공동체를 짓밟고 그 자리에 새롭게 사회나 국가를 만들기도 한다. 벌들은 단순한 확장 규칙에 따라서 공동체를 확대해 가지만, 인간은 훨씬 다양한 동기에서 복잡한 방법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가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확장의 규칙을 따라서 평화롭게 분봉해나가는 벌들이, 갈등 속에서 서로에게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인간사회의 확장 모습보다 지혜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단순하게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데서 나오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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