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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원 Sep 12. 2023

지금, 혼자인가요?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 나는 1인 가구로 살아온 지 십 년이 넘었다. 이십 대 초반에는 바깥으로 놀러다니느라, 친구네 집에서 자고 우리 집에서 친구를 재우느라, 연애를 하느라 혼자 살았지만 혼자일 시간이 귀했다. 학기와 방학은 반복적이었지만 늘 새로운 일들로 가득했고 한 해, 한 해가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취직을 한 지도 7년차, 결혼 말고는 내 삶에 변화랄 게 생길 일이 없을 것 같다. 주변의 친구들도 죄다 가정을 이루는 바람에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걸던 전화도, 이번 주에 만나자고 얘기했다가도 보고싶은데 당장 내일은 어떠냐며 물어오던 친구와의 만남도 쉽지 않아졌다.


집안을 배회하는 고양이 두 마리를 제외하면 철저히 혼자인 지금, 혼자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가 그랬다. 자유는 고독을 동반한다고. 그 두 가지는 한 묶음이라고. 나는 혼자이기에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할 자유가 있다. 퇴근 후 저녁을 대충 때우고 설거지를 다음날로 미룰 자유, 휴가를 내서 어딘가로 훌쩍 떠날 자유, 퇴사를 할 자유. 그 누구도 나의 자유를 방해할 수는 없다. 다만 나는 고독하다. 일이 없는 날이면 나와 함께 하는 존재라고는 고양이들과 핸드폰 스크린 속 친근한 유튜버들 뿐. 친한 친구와 엄마와 통화를 하고 나면 그게 하루 종일 말을 하는 것의 전부다.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인 것이 그렇게 큰 일은 아니다. 20년 전만 해도, 학교에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늦잠을 자서 공중전화 부스를 나와 혼자 학교에 가고 있으면 같은 반 친구들이 다가와 '영원아! 너 왜 혼자 가고 있어?'라고 걱정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혼자서 등교하는 것조차 있어서는 안 될 아주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혼자라는 것은 끔찍한 일로 여겨졌다. 요즘은 오히려 그 반대다. 인터넷에서 '여럿이서 하는 혼밥'이라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큰 테이블에 십대 학생들이 여럿 모여서 식사가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사진이다. 웃기는 것은 모두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과 함께 하는 대화보다 핸드폰 속 대화, 혹은 핸드폰 속 정보가 더 재미있다는 뜻이다. '혼자의 자유'에 심취한 십대들, 그들도 고독하지 않을까? 어쩌면 때로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고 싶을지도 모른다. 남들도 모두 혼자라는 것을 확인하면 조금은 덜 고독할까, 궁금하다. 


고독이 나를 불안하게 해서 작년까지도 쉬지 않고 꾸준히 연애를 했다. 친한 친구가 가정을 이뤄 사이가 조금 멀어지면 그만한 새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지만, 연인은 어떤 이유로 떠나가더라도 그 자리를 채우기가 쉬우니까. 가장 최근에 만났던 남자친구를 보며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혼자서도 참 즐겁게 살던 친구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를 내려 마시고, 햇살이 밝은 날에는 책을 읽고, 토요일 오전에는 빵이나 쿠키를 굽고, 저녁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하던 친구. 늘 남을 맞이하는 것처럼 집을 청소하고 초를 켜 공기에 향기를 입혔다. 해가 어두워지면 꼭 노란 조명을 켰다. 따뜻하고 평화롭고 행복했다. 고요한 물 위에 떠있는 오리가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지만 물 밑으로 열심히 발장구를 치는 것처럼, 나 혼자서 자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나도 발장구를 쳐야 한다. 그 친구처럼, 나 자신을 대접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향기로 집을 꾸미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이불을 세탁하고 집안 곳곳이 쌓인 먼지를 털면 내 마음을 누르던 고독도 한결 가벼워 진다. 나 자신과 온전히 함께 하는 법도 남과 함께 하는 법처럼 배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비록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사회 관습을 따라 가족을 만들고 그 안에서의 역할을 위해 희생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뉴스를 보면 나와 같은 1인 가구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이 내 동지같은, 어떻게든 연결이 된 것같은 느낌이 든다. 그들의 고독을 내가 알 것이고 나의 고독을 그들이 알 것이다, 내 친구들이 아니라. 고독은 정신적 차원의 고통의 한 종류이다. 이 고통을 잘 다루어내지 못하면 삶이 너무나 힘들다는 것을 겪어봐서 잘 알기에, 나는 사람들이 스스로와 함께 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잘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방법을 여기저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동네 맘카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기 재우는 팁, 이유식 레시피 혹은 '24개월 딸래미 친구 찾아요'같은 글처럼 동네 1인 가구 카페가 활성화되어서 여러가지 글들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이따금 혼자인 것이 지칠 때면, 그 곳에서 위로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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