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 일기

외계인 인터뷰

실은 작가 본인 인터뷰

by 심윈터
외계인 인터뷰.png

1947년 미국 뉴멕시코주 로스웰에 미확인 비행 물체가 추락했다. (사실은 근처의 다른 지역에 추락했는데 로스웰에 있던 군대가 수사했기 때문에 그 명칭이 붙은 것.) 신고를 받은 미 육군 항공대는 비행 물체의 잔해를 수거했고 외계인의 비행접시가 아니냐는 의문에 기상 관측용 기구가 추락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후로 수많은 추측과 상상이 만발했다. UFO와 외계인에 관련한 콘텐츠들이 이 로스웰 사건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모론자들은 당연히 군의 발표를 믿지 않았다. 51구역 같은 지하 시설에 외계인 사체가 보관돼 있고 정부와 군대가 비밀리에, 파손된 비행접시를 연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급기야 1995년에는 한 외계인 해부 영상(Alien Autopsy: Fact or Fiction?)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고 여기 나오는 외계인이 로스웰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물론 이 영상은 나중에 ― 인터넷이 발달된 근래에 들어서야 ―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 로스웰 사건 자체는 아직 극비 문서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UFO와 외계인에 대한 진위 여부가 계속 중이다.


<외계인 인터뷰>란 이 책은 도발적인 제목처럼, 그때 로스웰에 비행접시가 추락했고 거기서 생존한 외계인을 군대가 호송했으며 비밀 기지에서 인터뷰까지 나누었다고 한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여담이지만 이런 책까지 나온 걸 보면 로스웰 사건이 왜 UFO 이야기 중 최고봉인지 이해된다. 지구에서 일어난 어떤 목격담이나 경험담도 외계인과 나눈 대화가 문서로 남은 경우는 없다.


그럼 대략 어떤 내용이냐 하면 드넓은 우주 은하계에 도메인과 구제국이라는 두 세력이 있고, 전자가 착한 쪽이고 후자가 나쁜 쪽이고, 원래 우주의 모든 지적 생명체는 이즈비라는 영적 존재인데 어떤 잘못을 저지르거나 구제국으로부터 납치당해서 지구 행성에 감금된 것이고, 인간들은 자신의 본래 자아가 이즈비라는 걸 잊은 채 살아가다 육체의 죽음을 맞으면 구제국이 지구 둘레에 설치한 전자 스크린에 의해 기억 삭제를 당한 뒤 다른 인간으로 환생하고, 지구에서 인간의 삶은 그렇게 오랫동안 반복되었고, 구제국의 임무는 이즈비들이 자신이 진정 누구이고 어디서 어떻게 지구로 왔는지 기억해 내는 것을 막는 것이고, 로스웰에 추락한 외계인은 에어럴이라 불리고, 도메인에 소속된 장교이자 파일럿이자 엔지니어이고, 지구의 방사능 폭발을 조사하러 왔다가 대기 중의 방전 충격으로 비행 통제 능력을 상실해 추락한 것이고, 당시 간호 장교로 일하고 있던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라는 여성이 에어럴과 텔레파시가 통해 군의 감독 하에 인터뷰를 시작했고, 인간의 진정한 본질이 영적인 이즈비라는 것과 지구는 그들을 가두고 있는 감옥 행성이라는 것과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고대사의 비밀과 우주 전체에서 벌어진 대강의 역사 같은 것을 알게 되었고, 에어럴은 그렇게 지식과 지혜를 전수한 뒤 기계적이지도 않고 생물학적이지도 않은 '인형' 몸에서 벗어나 지구를 떠났고(그도 영적 존재인 이즈비이므로 언제든지 육체를 떠날 수 있다.),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는 60년 후인 2007년에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인터뷰 필기본을 한 작가에게 보내 출간을 부탁했고, 그래서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다.


확실히 센세이셔널한 부분이 있다. 전 세계에 가장 널리 알려진 UFO 사건과 관련한 것이고 그 외계인과 대화한 기록이라고 하니 주목을 안 할 수가 없다. 총 18편의 인터뷰로 구성돼 있는데 초반 7편까지만 흥미롭고 나머지는 지루하다. 외계인이 우주와 인간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알려줄 것 같지만 실제 기록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이라서 그런지 ― 즉 이 말은 내가 이 책을 진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어디서 들어본 것들의 짬뽕이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기 힘든 것들을 ― 예를 들면 비행접시의 공학적 원리나 외계 생명체의 생물학적 특성 ―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나라면 신의 존재와 우주의 탄생에 대해 물어봤을 텐데, 에어럴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진화된 종족이라고 자부했으니 충분히 답해줬을 텐데 역시 어쩔 수 없는 작가(인간)의 지적 한계 때문에 마틸다 오도넬 맥엘로이는 신이란 무엇이고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묻지 않는다. 그리고 외계인의 답변 곳곳에서 작가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지식만 자세히 기술돼 있는 느낌이 든다. 지구에 추락한 외계인이라면 수많은 독서를 통해 ― 에어럴이 맥엘로이에게 책을 읽고 싶다며 몇 권 가져다줄 것을 부탁한다 ― 거의 모든 분야에 일정하게 편재된 지식량을 가졌을 텐데 유독 신화와 역사를 얘기할 때만 말이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 책을 신봉하는 사람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어디 가서 투자 같은 거 하지 말라 하고 싶다. 나는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자마자 음모론·오컬트 마니아를 겨냥한 허구라고 확신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서 'UFO 목격'이나 '외계인 조우'와 거리가 멀고 국민성 자체가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음모론 따위가 성행할 수 없는데 미국은 땅이 넓고 개인성이 다양해서 음모론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이 있고 그걸 상업적으로 파는 산업 또한 존재한다. 그러니까 퇴역한 장교에게 음모론 회사가 접근해서 현역 시절 네바다주에 있는 벙커에서 근무한 적 있는데 정부에 협조하는 외계인 몇 명을 직접 목격했고 그들이 타고 온 비행접시를 과학자들이 분해하고 연구하는 것도 봤다 말하면, 그렇게 세간에 거짓말해주면 음모론 스타로 만들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계약을 하게 되면 퇴역 장교는 음모론 회사가 써준 각본대로 거짓 이야기를 숙지하고, 지역 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고, 다큐멘터리 채널에 출연하고, 책을 출간하고, 강연을 다닌다. 음모론이 생성되기 적합한, 광활한 땅 사이즈와 음모론도 상품으로 만들어 팔 수 있는 자본주의 풍토가 실제로 그런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애초에 믿지 않았는데 중요한 건 그 진위 여부가 아니라 내용 자체가 별로 재미없다는 것이다. 제목만 흥미롭지 책에 담긴 얘기는 놀랄 만한 것도 없고 ― 인간 내면에 진아(이즈비)가 숨어 있고 영적 각성을 통해 그것이 본래 자신이었음을 깨달으라는 가르침은 뉴에이지의 뻔한 레퍼토리 아닌가 ― 오컬트와 미스터리가 갖춰야 할 신묘함과 긴장감도 부족하다. 책 중반부터 나는 빨리 해치우고 싶었다. 끝까지 보는 게 좀 고역이었다. 얼마 전 뉴스 기사를 통해 외계인에 관련한 CIA 문서가 공개됐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훈련 중이던 소련군이 저공 비행 하는 UFO를 격추했는데 거기서 다섯 명의 외계인이 나왔고 그들이 합쳐져 커다란 구체가 되었고 그것이 빛을 발하면서 폭발했는데 현장에 있던 스물세 명의 군인들이 돌로 변했다고 한다. 이 몇 줄의 기사가 275쪽짜리 <외계인 인터뷰>보다 재밌다.


책 말미에 맥엘로이 여사는 소통과 연대를 강조한다. 이 책을 널리 알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이즈비임을 깨우쳐야 하고(소통) 공개적 논의를 통해 힘을 합쳐 구제국의 기억 삭제 요법에 대항해야 한다는 것이다(연대). 우리가 사는 지구는 자유로운 영혼인 이즈비가 갇혀 있는 감옥이고 우리는 스스로가 누구인지 깨닫고 기억해 낼 때 해방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좋은 말이지만 나는 현재 지구의 삶이 나름 행복해서 이즈비임을 몰라도 괜찮을 것 같다. 구제국의 기억 삭제 스크린이 실존한다면 죽을 때마다 환생을 반복한다는 건데 계속 지구에 살아도 나는 만족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공포 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