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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전연 May 14. 2024

외계+인 2부

퓨전 음식에 대한 지극히 당연한 호오

<외계+인> 2부가 망했다고 한다. 손익 분기점이 800만 명인데 총 관객 수가 14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1부에 이어 2부도 망했다.

나는 1부를 넷플릭스로 봤는데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건 영화관에서 비싼 돈 주고 봤다면 절대 같은 평가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1부의 문제점은 내러티브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상업 영화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해하기 쉬운 내러티브를 구성해 마지막에 반전만 빵 터뜨려주는 게 좋다. '외계인'은 이야기를 너무 꼬아 놔서 관객이 이해하기 힘들게 했다. 현재 한국과 과거 고려를 우왕좌왕 넘나드는데 둘의 서사가 평행선만 그리다 보니 관객 머릿속엔 도대체 무슨 내용의 영화인가 하는 생각만 든다. 액션과 코미디도 그리 세련되지 못하다. 기존 영화에서 흔히 봐온 것들이 답습되어 나온다. 최동훈 감독이 무얼 지향하는지는 알겠으나 그게 현재 관객에게는 먹히지 않은 코드다. 주성치 같은 개그 액션을 보여주면 관객이 깔깔 웃을지 알았는가. 염정화의 캐릭터를 칭찬하는 말이 많은데 나는 그 두 신선의 설정과 연기가 가장 억지스럽고 유치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외계인' 1부는 정액으로 무한히 볼 수 있는 OTT에서는 충분히 볼 만한 영화다. 일단 돈이 크게 나가지 않고, 최동훈 짬밥에 영화의 기본은 지켰을 것이니 말이다. 근데 또 다른 의미로 이런 이유 때문에 넷플릭스로 볼 만한 것이라면, 극장에서는 웬만하면 보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과 같은 것이니 실제 흥행 성적이 저조했다는 사실도 놀랍지 않다.


나는 1부를 보고 감독의 생각이 궁금했다. 최동훈은 이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무얼 말하고자 이 괴상한 내러티브를 구상했을까. 2부를 보고 나서 나는 무릎을 탁 치며 깨달음을 얻었다. 2부를 보고 나서야 최동훈의 생각이 이해된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자아, 즉 진아 혹은 참나는 육체에 있는 게 아니라 정신의 연속성에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내가 살아온 기억이 나인 거지 몸뚱아리는 진짜 나가 아니라는 것. 등장인물 중 몇몇이 외계인에게 육체를 빼앗기거나 오래전 기억을 되찾는 설정은 절대 예사로운 게 아니다.

나는 결말에서 로이 오비슨의 'In Dreams'가 흐를 때 무척 기분이 상쾌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이기도 했고 그것이 영화의 주제와 꽤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육체의 삶은 꿈처럼 덧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켰던 삶의 기억은 실체로서 유의미하다는 것. 어쩌면 그런 기억 또한 우주라는 꿈의 일부라는 뜻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지켰던 기억이라고 한 이유는 이 영화가 가족과 연인의 사랑을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은밀히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무륵과 이안은 잠깐 부부의 연을 맺은 적 있고, 이안과 썬더와 가드는 엄밀하게 따지면 혈연이 아니지만 어쨌든 가족이었고, 흑설과 청운은 불로의 경지에 오른 신선이지만 부부처럼 행동하고, 우왕과 좌왕은 형제처럼 무륵을 따라다닌다. 그리고 민개인의 조상은 누구인가. 능파다. 가족과 가문의 연이 고려에서 현재까지 이어져온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고 그 기억이 인간의 진짜 본질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기분 좋았다. 영화의 주제를 대충 알았고 그 메시지에 꽤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남에게 추천할 만큼, 영화관에서 비싼 돈 주고 볼 만큼 재밌는 영화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거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1부를 그럭저럭 괜찮게 봐서 2부를 영화관에서 본 것이지만 1부에 실망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2부도 그 우려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본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었던 이야기는 2부에서 하나로 통일되지만, 그래서 이해하기 쉽고 본격적인 액션 활극으로 나아가지만 평균적인 재미를 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넘어와 외계인의 침공을 막는다. 이게 전반적인 이야기고 거기에 1부와 수준 비슷한 액션과 코미디가 첨가돼 있다. 그래도 2부가 1부보다 나은 건 1부의 의문점이 풀리고 반전이 조금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안에 대한 반전이 드러난 순간부터 영화가 꽤 재밌어졌다.


1부를 재밌게 봤다면 2부 꼭 보시고, 재미없었다면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이게 아마 이 영화에 대한 대다수의 생각일 것이다. 현대의 SF와 과거의 무협을 섞어 발칙한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했던 최동훈의 시도는 뻔하고 촌스러운 괴작으로 대중의 기억에 남았다, 결국. 그래도 요즘 나오는 수준 낮은 상업 영화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그동안 해온 가락이 있으니까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면, 대단하지 않아서 그렇지 나쁠 것도 없는 영화라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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