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모든 행동들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남자의 행동
고요 속에서 울리는 목소리가 비명이 되는 순간까지도 아무 말조차 할 수 없다. 남자는 바라만 본다. 고통 속을 헤매며, 이승에서 멀어져 가는 사람을 바라본다. 혐오와 복수심이 불타오르는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본다.
칼을 집어들고, 장기 하나하나에 남자는 흔적을 남긴다. 남자는 사람을 향해 칼끝을 얼굴 코앞에 들이밀면서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다. 무엇도 지닐 수 없고, 무엇도 바랄 수 없는 듯한 표정으로.
"당신은 나의 어린시절을 상처와 피로 물들게 했으면서, 아무것도 안 당할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무력함과 나약함을 좀 더 빨리 알려줘서 고맙지만, 딱히 도움 되지는 않았단 말이지"
말투에서 느껴지는 아주 작지만, 느껴지는 감정. 사람은 감정이 있다. 즉, 남자에게도 감정이 있다. 하지만, 감정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드러나는 것과 표현하는 것이 다름을 남자는 알고, 사람은 모른다는 명확한 차이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고, 그들을 구분하고 있으니, 아무말 없이, 남자에게 동정을 표해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은 알지 못한다. 평범하게 자라온 사람은 폭력에 뒤덮인 남자의 생각을 알 수 없다.
"당신도 살고 싶어서 그런거잖아요. 저도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죽인거라고요. 왜 내 마음은 몰라줘?
본인들은 그 마음을 이용해서 살아왔으면서, 나는 대체 왜?"
남자는 복잡한 머릿속에 헤집는 문장들을 수시로 꺼내어 말하는 듯했다. 남자의 행동과 말은 사람을 이해시킬 수 없다. 평범함과 거리가 멀었던 삶이니까. 이해할 수 없는 범위라는 것이다. 남자는 칼을 공포에 질린 사람의 다리쪽으로 갖다댄 다음, 살점들이 피로 물들면서 칼이 깊숙이 박히는 걸 보면서, 묵묵히 사람의 반응을 본다. 공포를 억누르던 표정이 사라지고, 표정이 뭉게지면서, 입안에서 세어나오는 비명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러댄다. 남자는 아량곳하지 않고, 다리에 감각이 집중되면서 다른 곳의 경계가 풀어질 때쯤을 노려서, 입을 강제로 벌리고, 그 안으로 다리에 꽃은 칼을 입안으로 욱여넣으며, 숨통이 끊어지는 그 광경까지 모든 걸 눈에 담는다. 더이상의 저항이 사라지는 순간, 남자는 문뜩 떠오른다. 사람의 감각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다룰 수 있다면, 이보다 완벽한 인형은 없을 것이라고.
"음,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렸네"
남자는 칼을 뽑아내며, 차갑게 식은 검붉은 피가 곳곳에 묻어나는 사람을 바라보며, 칼을 내던지곤, 방문을 굳게 잠근 채, 뒤를 돌곤 가버린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차갑게 식은 사람과, 그런 사람을 공포로 몰아 고통을 선사하고, 안식을 준 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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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쓰는 글의 묘미란 말로 표현할 수 없군요. 이 글에 담긴 진실은 남자는 인간의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인간의 감정을 관찰하는 데에서 느끼는 단순한 싸이코패스가 아닐까. 라는 생각뿐입니다. 사람은 남자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람이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감정을 남자는 느끼지 못한, 그런 이야기일 뿐이죠. 요즘, 감정이 무뎌지며, 감각이 잘 느껴지지 않기 직전의 제가 딱 남자가 아닐까. 라는 무서우면서도, 싹을 돋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저는 남자가 되었을까요. 고통을 받는 사람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