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형태

남자의 숨겨진 내면을 들여다 보면, 심연을 알 수 있다.

by 백도윤

누구에게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존재한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것.

그게 무엇이든 누구든,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던 비밀을 오랫동안 삭히면,

형태를 서서히 잃어간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몸 곳곳을 차지하며,

비밀의 하나가 되는 것. 그것이 비밀이다.



남자는 책을 덮는다. 남자에게도 비밀은 있었다.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바랄 수 없었던 단순하지만, 복잡하게 얽혀진 비밀을 지니고 있었다.

남자는 자리에서 읽어나, 종이에다가 휘갈기듯 글씨를 적어내려간다.


만약에 내가 남들처럼 똑같은 존재였더라면.

다들 외면하는 평범함이라도 지니고 있었더라면.


이런 식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았을텐데.

아무렇지 않은 척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 느끼는 것은

내가 남들과 얽히고 섥히며, 살아가고 싶었음을 가리키는

또다른 방식의 언어가 아닐까.


그런 단순한 생각을 하는 날이다.


남자는 종이를 접어서, 작게 만들곤, 주머니에 욱여넣는다.

그렇게 집을 나선다. 남자의 눈길은 집으로 잠시 머물다, 금세 멎는다.


남자의 눈가에 맺힌 눈물이 바닥에 닿는다. 남자의 비밀을 말할 수 있는 인적의 드문 장소는

다름아닌, 마을 외각에 있는 작은 주택이니 천천히 발걸음을 땐다.


"제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말씀 들이기 전에

마지막으로나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모든 감정은 사람에게서부터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허나, 그 감정이 암흑으로 물든다면, 그건은 형태를 잃은 재에 불과합니다"


남자는 그곳에서 모든 사람을 향해서 허공에 지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에 사람은 수군거린다. 남자는 평소와 색다른 분위기로 그들 앞에서

당당히 말하고 있다. 나의 비밀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고. 그게 제아무리 사람을 해친 것이어도

그것은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음을 남자는 당당히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하겠습니다.

제 비밀이 무엇이었든, 무엇이든 간에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잘 못되지 않았다고."


안녕하신가요? 진심을 말하고 싶지만, 세상의 눈은 날카롭고, 냉혹합니다. 모든 감정은 존재하지만, 그 감정의 일부는 존재하는 지조차 모를 정도로 숨겨져 있죠. 남자의 감정 중에는 자극이라는 단어가 울리는 순간이 굉장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찾아냈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사람의 목을 뜯고, 사지를 가르고, 그것으로 한가지의 작품을 만들고, 글을 씁니다. 남자는 그러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자각조차 없었습니다.


이런 극단적인 선택이 아닌, 간단한 일조차도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지금, 저희의 행동은 남자가 아닐까요? 그런 생각으로 쓴 글입니다.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비밀의 관련된 이야기죠. 저는 어떨까요.


여러 생각이 드는 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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