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만큼은 평화로워 지고 싶다고"
매번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여러 형태의 말이 존재한다.
긍정적으로 사람을 바꾸는 말.
부정적으로 사람을 끌어내리는 말.
여러가지의 모양으로 각각의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사람의 마음 속을 침투하면
더이상, 바뀔 수 없는 형태가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상처받은 이는 더 이상의 희망도 바라지 못한 채로 절단 되고, 사라지는 것이다.
김재현. 그는 사람의 말에서부터 만들어지는 상처를 더 이상 치료할 힘이 없다.
도망치고, 찢고 뜯어도 바뀌지 않는 현실로부터 도망쳐, 방에서 안정을 취하고 사람을 피하며
삶을 살기로 함으로써,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인생의 의미를 모르겠어. 이런 식의 삶을 사는 게 과연 인생일까.
삶이란, 비참하고 사라질 거 같은 모든 것을 붙잡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끈질기고 잡아 끌려서 곧 사라질 듯해도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인가.
여러 생각이 든다. 삶의 의미가 없는 이 순간부터 그의 삶은 이미 벼랑 끝으로 내몰렸는지도 모른다.
삶의 의미는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신조차 모르는 죽음과 삶을 한낱 인간이 어찌 알겠습니까
눈 앞에서 정장인듯, 한복인듯한 의상을 입은 갓을 쓴 남성은 김재현 앞에서 형태를 들어낸다. 김재현이 눈앞에 있는 남성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은 단 하나다. 공포와 경멸. 모든 감정의 근원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감정. 김재현은 남자의 모습에서 강한 공포를 느끼지만, 그와 별개로 느껴지는 감정은 삶에 대한 경멸이 아닐까. 그는 남성에게 온갖 감정을 쏟아낸다. 그것을 묵묵히 듣던 남성은 그에게 묻는다. 단순한 질문 아래 남겨진 진실을 파해지는 듯한 말투로 차갑게 바라보는 눈에서 느껴지는 인간을 향한 경멸과 비아냥을 담은 채로 그에게 다가간다.
인간 존재의 가치는 저희에게 없습니다. 가치를 증명하는 건, 당신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제 존재는 당신의 가치가 하등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입니다. 당신의 존재, 그리고 일생의 모습은 당신을 지옥으로 이끈다는 걸,
왜 모르시는 것일까요.
명부를 꺼내들며, 펜을 허공에 날려쓴다.
김재현
김재현
김재현
세 번의 이름이 허공을 떠돌며, 그를 감싼다. 이름 사이에 보이는 일생의 모습, 이게 주마등이라는 것일까.
눈 앞에 스쳐지나가는 모든 일에는 자신을 지옥의 끝으로 밀어넣은 사건도 보인다. 시간이라는 약으로 치유되었을 거 같았던 사건을 두 눈으로 떠올리니, 자신에게 향하는 끝없는 증오심 또한 돌아오는 거 같아서, 살려달라고 외쳐도 이미 늦었을 현재를 알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모습에 깊은 절망을 느낀다.
하지만, 네게는 마지막 기회가 존재한다. 너의 미련도 없고, 암흑으로 밀어낸 삶은 운명에서 벗어난 행위. 인간의 미천한 행동에서 나온 결말이다. 그래서 저승에서는 너의 삶을 다시 되돌리기를 허락하였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허공에 던진다. 그의 이름은 명부를 따라서, 나아간다. 아무런 기회도 없을 거 같던 지옥같은 삶이 끝일까. 아무런 설명조차 할 수 없다. 나무로 만든 낡은 문이 생기며, 문이 열린다.
마지막 기회다. 김재현. 이번에는 실수 없는 삶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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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인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벼랑 끝으로 떨어져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이 요즘시대. 그런 시대에 피해자가 죽고나서의 일을 저승사자와 함께 표현해 봤습니다. 확실히 미지의 존재라서 글로 표현하기 좀 빡센 편이었어요. 그래도 사람의 인생을 산산조각 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그 편의 글은 다음 주에 다시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미련 없는 삶, 그 안에 진심이 있다면, 저는 미련 없이 살다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선, 혼자 가기를 선택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미련 없는 것도, 과거의 일의 후유증이라면, 차라리 그들에게 복수하고 사라지는 것도 꽤나 보람된 삶이 아닐까요.
평범한 것은 꽤 힘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