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고나서야 깨닫는 마음

"차라리 내가 없었다면, 네가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았을텐데"

by 백도윤

안녕? 편지는 처음 써보는 거 같아.

편지라는 거 자체가 막 거창하게 마음을 전하는 용도라고 해서

쓰는 걸 많이 망설여 왔거든.


근데 좋은 소식은 이렇게 시대가 발전해도

아날로그 감성으로 전해야 마음이 와닿을 거 같아서

음음


있잖아. 사실은 나 너무 힘들었어.

근데도 네가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손을 맞잡으며 눈물을 흘리던 날에

너를 위해서 살아왔는데, 네가 나를 버렸잖아.

그래서 죽을 이유가 생겼어.

너는 내가 망가져야만 옆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이게 좋은 소식이야.


.. 하지말았으면 좋겠다고 살아달라고 애걸복걸이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넌 날 버리고 갔으니까. 다 너 때문이야. .

평생 후회했으면 좋겠어.


2024년 너를 기다리다 사라진 나.



편지를 다 읽고나서도 현실감각을 되찾는데는 꽤 시간이 걸린다.

어린 시절 이 곳의 기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그 아이는 이미

죽어버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체 왜 그런 이유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마치 파도처럼 몰려들어온다.


"죽지마. 나를 위해서라도 살아줘. 제발 부탁이야"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이 그 아이에게 사는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사람 한 명이 뭐라고 인생을 바치다니,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하여 부딪혀서 바닥으로 꽃히는 듯한 감각이 느껴진다.


'에이, 진짜겠어'


설마라고 내치고 싶었지만, 걸음은 그 아이의 집이다.

빈집이었기에, 그 아이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었기에, 자연스레 들어가

그 아이의 방으로 들어간다. 서랍을 열어보고, 침대 밑을 보고, 이곳저곳을 보다가,

발견한 일기장으로 보이는 노트를 열어본다. 별 다른 내용은 없었지만, 마지막에 내게 전하는 편지같은

문장이 보인다. 떠나지 말라고 옆에서 살아달라고. 빌면서, 핏자국과 함께 보이는 이 편지.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다.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눈물만을 흘리며, 힘없이 주저앉아있을 수밖에 없다.


.. 그 아이의 인생은 나였음에 간절히 후회한다.


사람들은 항상 잃고나서 후회하기를 반복한다.

아 이러지 말걸, 소중히 대해줄 걸. 뭐 이런 식의 후회를 보통 하곤 하는데

그런 후회들은 비로소 당신들의 마음 중에 하나이다.


만약에 잘 대해줬는데도 불과하고, 나 너 싫어한다면, 그건 그냥 마음이 맞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 쓴 내용은 진짜 별 것이 없다. 버리고 나서 후회하지말고, 있을 때 잘해라. 라는 뉘양스가

있는 그런 글을 써보고 싶었다? 정도려나. 음음 사람의 마음은 인간이 뭐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니, 나도 매번 잃고나서 후회하는 타입의 인간이기 때문에, 그래서라도 당신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잃기 전에 미루다가, 잃고나서 후회하지말고, 잃기 전에, 즉 지금 잘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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