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공부하는 부끄러움
신형철 평론가의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을 읽었다.
읽고 난 후 나는 문득 부끄러워졌다.
슬픔을 공부하는 부끄러움이라고 나만의 제목을 지어보았다.
책에는 슬퍼하는 한 사람이 소개된다. 그의 슬픔에는 이유가 없기에 그의 슬픔은 공부의 대상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어떤 슬픔은 항아리에 가득 찬 물과 같아서 항아리가 비어있을 때는 소나기가 내려도 거뜬히 받아내지만 가득 차 있을 때는 한 방울의 물로도 흘러 넘친다고.
또 다른 이는 말한다: 거대한 슬픔은 정체되어 있다가 이완의 순간에 터져 나오는 법이라고.
한 사람의 슬픔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은신기한 일이다. 동시에 슬픈 일이기도 하다. 어떤 슬픔은 해석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대체로 슬프다.
나의 슬픔에는 이유가 없다.
그저 슬픔만이 존재할 뿐이다.
우리가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신형철 평론가는 이렇게 적었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타인의 슬픔이다".
그의 고매한 인격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이 사람의 문장 앞에서 난 계속 부끄러워졌다.
망설이다 나는 다시 적어보았다.
"인간이 배울 만한 가장 소중한 것과 인간이 배우기 가장 어려운 것은 정확히 같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슬픔이다"
타인의 슬픔보다 나의 슬픔이 더 중요한 나에게 슬픔에대한 공부는 부끄러운 공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