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o far
가을은 내가 가장 멋져 보이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뭘 입어도 괜찮다.
검은 터틀넥 혹은 후디에 네이비 코트.
청바지에 첼시 부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머플러를 한 바퀴 감으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가을은 내가 가장 못나 보이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땅에 잘 붙어있던
두 다리가 붕 떠올라
바람 빠진 풍선처럼 이곳저곳을 떠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약속 잡았다가 미루고.
연락하다가 끊고.
웃다가 울고.
울다가 웃다 보면
어느덧 한 해의 끝.
올해는 다를 거라는 근거 없는 희망은
역시 근거 없는 희망일 뿐이라는 생각.
주위를 둘러보면
지나간 한 해를 축하하고
새해를 기다리는 사람들뿐이다.
곧 서로에게 Happy New Year를 외쳐대겠지.
제야의 종이 울리고
요란한 카운트다운 소리와 함께
옛 달력이 찢겨 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입춘. 봄의 시작.
또 지겨운 한 해가 시작되고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는
봄의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겠지.
하지만 봄은 언제나 너무 빨리 지나가고
여름은 늘 내가 감당하기엔 조금 벅차다.
가을은 두 얼굴을 지녔고 겨울은 침묵이다.
기쁨은 스쳐가고 슬픔은 눌러앉는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간다.
특별한 것도 없이 달라질 것도 없이.
그래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ㅡ
빌어먹을 Happy New Year는
무슨 Happy New Year.
그냥 Fuckin' New Year.
Just Another Fuckin' New Ye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