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

by 정예은

빛의 속도


정예은


밤새 얇은 비가 지나간 자리마다

풀잎은 작은 빛을 매달고 있었다.


햇살은 아직 뜨겁지 않아

새순의 어깨를 가만히 두드리고


개울은 유리 같은 소리로

돌들의 등을 씻어 주었다.


가지 끝에서

연두가 천천히 번지는 동안


나는 아무 말 없이

그 색의 속도를 바라보았다.


바람이 스치자

꽃망울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그 흔들림 사이로

빛이 조금 더 깊어졌다.


봄은 늘 그렇게

보이지 않는 쪽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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