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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라 Jul 11. 2023

특별한 날 태어난 사랑스러운 아들

너의 꿈을 응원한다.

  누구에게나 태어난 날, 생일날은 특별한 날이다. 난 나의 생일날 만큼이나 첫째 아들의 생일날이 특별하다. 그날의 이벤트가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누구한테는 아이 갖는 게 쉬운 거 같던데 나의 경험으론 하룻밤에 턱 하고 생기는 게 아이가 아니더라. 결혼 후 6개월이 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고, 처음으로 어렵게 찾아온 아이는 유산이 되고 말았다. 그때는 건강한 아이가 나에게 와주기만 한다면, 더는 바랄 게 없었다.


  그런 마음고생 끝에 다시 나에게 아이가 찾아왔다. 너무나 기뻤고 그냥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안정기가 찾아오니 간사하게도 나에게는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 1월 4일이 아닌가? 계획적으로 임신을 한 사람들은 절대 잡지 않는다는 날짜라 한다. 웃기게도 이 시기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 등은 비수기라더라.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출산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1월 1일 기점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니 말일생 아이는 동갑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치일 수밖에 없다는 게 그 이유이다.


  막달이 되어서 많이 움직이면 아이가 빨리 나올 수 있다는 말에 12월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집에만 있었다. 그 해 마지막 주말을 앞둔 금요일, 마지막 검진을 갔다. 아이는 나올 생각이 없으니 아직은 멀었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특수 사항으로 갑자기 양수가 터지는 문제 등을 제외하고는 별일 없을 거란다. 한 달을 잘 견뎌온 나에게 칭찬하고 연말은 집에서 조용히 지내기로 계획했다.


  그다음 날, 토요일 저녁,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잘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꿀잠을 자고 있다가 난 벌떡 일어났다.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지만 신랑을 깨우면서 “나 양수 터졌어. 병원 가야 해”였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이런 게 양수가 터진 거구나 하고 말이다. 핸드폰으로 시계와 날짜를 확인했다. 12월 28일 일요일 새벽 1시 25분, 그 순간에도 난 생각했다. '며칠을 견뎌서 1월 1일에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라고 말이다. 난 이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심각하게 했다. 그렇게 난 병원을 갔고 이틀 동안 미친 진통을 겪고 30일 날 출산을 했다.


  양수 터진 후 이틀 동안 촉진제를 맞으며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올 생각이 없는 아이를 자연분만을 선호하시는 12월 31일이 생일이신 의사 선생님이 받아주셨다. 진료 때 말일생 아이를 원하지 않는데 방법이 없을까란 나의 질문에 자기 생일이 12월 31일인데 세상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씀한 선생님이시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거짓인생을 만들어주는 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신 선생님이셨다. 너무나 단호하셔서 섭섭하기까지 했다는 건 비밀이다. 그 해 마지막 날 31일, 나의 입원실은 제일 끝방으로 직원들 식당 바로옆이었는데 파티를 하더라, 의사 선생님 생일파티!! 그렇게 난 그 해 마지막 날을 병원에서 보냈고, 다음 해 1월 1일, 사랑스러운 아들을 안고 퇴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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