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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Jan 19. 2022

영화 <다크 플레이스>를 본 후의 통찰

우리 모두에게 있는 어린 시절의 어두운 곳

가 길리언 플린은 대단한 스토리텔러다. 그녀의 작품은 모두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엔 나를 붙잡는 무언가가 있다. 처음엔 모르다가 보다 보면 예전에 보았던 영화다.

내가 이렇게 끌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오늘 그 이유 중 하나를 발견한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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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오빠가 두 언니와 엄마를 살해했던 사건.

오빠는 28년째 감옥에서 살고 있다.


주인공 리비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살다가 점점 혀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이때 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는 모임에서 기억을 되살려 달라는 조건으로 지원을 받기로 하고, 어릴 적 살인 사건을 다시 추적해 간다.


리비의 오빠는 리비가 알던 것과 달랐다.

사실 오빠는 가족들을 죽이지 않았다.

어머니가 남은 자녀들을 위해서 돈을 주고 자살을 타살로 위장하게 했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사망 보험금으로 살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아버지는 난봉꾼에 구제불능이고,

10대의 오빠는 여자 친구가 임신해서 돈을 가지고 도망가려고 집에 들렀는데,

그날이 하필이면 살인 사건이 생긴 날이다.


낯선 남자가 와서 엄마를 죽이고 둘째 여동생을 총으로 쏜다.

여자 친구는 자신의 첫째 여동생을 목졸라 죽인다.

그러나 오빠는 여자 친구와 뱃속의 딸을 위해서 모든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살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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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린 시절로 다시 가보면

자신이 알던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심리적으로 이것을 [교정적 정서 체험]이라고 한다.

어린아이는 최악의 해석자라서 오해하고 불신하고 부풀리게 된다.


영화 속에서 오랜만에 찾아가 만난 아버지는 여전히 최하의 삶을 살고 있었고, 오빠는 28년의 감옥 생활 동안 "용서하는 마음"을 깨달은 것 같다.

감옥에서 면담할 때 오빠가 했던 말

"항상 나빴던 건 아니야. 우리에게 좋은 날도 있었어."

주인공 리비는 자신이 살던 집에 다시 찾아가고, 어린 소녀가 자기가 살던 집에서 혼자 그네 타며 놀고 있다.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과거의 자신과 만난 사람은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우리 모두에겐 마음의 "다크 플레이스(어두분 장소)"가 있다.


과거의 상처 입은 자신을 만나지 못한 사람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른 채 헤매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난다.

내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항상 나빴던 것은 아니야, 우리에게 좋은 날들도 있었어."


난 그 좋은 날들을 잊고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게 있어서 그 좋은 추억을 찾는 것이 소중한 여정이 될 것이다.


"오빠는 감옥에 살면서 용서하는 마음을 깨달은 것 같다."


난 아직 용서할 수가 없다.

아파하기만 할 뿐... 내 마음 어딘가에는 용서하고 싶은 부분도 있겠지...

그러나 내게 "용서"할 대상이 있고, 내 마음은 용서가 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안에서 두 마음이 싸우고 있지만 아직은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이기고 있다.


"보살핌"이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했는지...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막내 리비, 어두웠던 어린 시절, 끔찍한 가족에 얽힌 사건들...

그런 어린 시절과 마주할 수 있게 되고, 진실을 알게 되고,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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