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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Jan 15. 2022

과잉 친절의 늪

성인아이의 특징 중 하나인 People-pleasing

어제 자족 모임 멤버 선생님과 새벽에 통화를 했다.

우리  모임은 "프로그램 call"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힘들 때 멤버에게 전화해서 말을 한다.

그럼으로써 부정적 감정을 빼내는 작업을 한다.

이때 전화를 받 멤버는 조언이나 상담을 하면 안 된다. 그냥 듣고 공감만 한다.

 

우리는 서로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통화가 즐겁다. 왜냐하면 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어제는 "People pleasing"의 특징에 대해서 말했다.

"과잉 친절", 결국엔 사람들이 나를 그저 친절이 과한 사람으로 취급하고 나의 친절을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나도 과잉친절 병이 깊은 것 같다.

 

인정받고 싶어서 그런 걸까?

난 있는 그대로 은은히 향기가 나는 사람이고 싶은데

내가 내 향을 맡으라고 사람들에게 향수를 막 뿌려대는 것 같다.

인위적이고, 자연스럽지 못하고, 무언가 내면의 '심리적 게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향수의 뿌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나를 안쓰럽게 여기자.

네가 인정받고 싶구나.

사람들에게 칭찬받고 싶구나.

 

어제 <우리 이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최고기 유깻잎이라는 이혼 커플의 딸 솔잎이를 봤다.

솔잎이가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쓰는 걸 엄마 아빠에게 보여준다.

이혼 자녀는 부모가 이혼하면 죄책감을 갖는다고 한다. 자기의 잘못으로 이혼한다고 여긴단다.

그래서 부모를 만나면 자신이 무언가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한다.

그 장면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내 이야기라서 눈물이 나는 거겠지?

 

나도 보여주려고 나 이렇게 잘하고 있다고 자꾸 증명하려고 하는 걸까?

그 습관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일까?

이젠 안 그래도 되는데... 부모가 이혼한 것은 그들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닌데...

난 그저 그들의 싸움 속존재했던 연약한 어린아이였고, 희생자이고 피해자였을 뿐인데...

 

부모는 심리적으로 성인 아이기 때문에 끝까지 자기 자신밖에 모른다. 자녀인 내가 항상 부모 역할을 하면서 성인 아이인 부모를 돌봐야 했다. 피를 나누었는데도 남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린 나의 원가족.

그런 부모를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기대하지 않으니까 마음이 편하다.

 

나와 매일 통화하고, 나를 걱정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가까운 지인분들이 정말 가족인 것 같다. 그들에게 진정 '친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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