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이후의 결혼 생활

난 언제까지 이 불행을 견딜 수 있을까?

by 최선우

출산 전엔 남편과 대화도 하고, 손잡고 다니고 사이가 좋았다.


아이 낳고 나서 난 육아우울증이 심하게 오고, 정신병원에 몇 군데 가보고 약도 먹고... 원래 불면증이 있는데 아이를 낳으니 더 못 자고 무척 예민해서 울고 짜증 내고 화내고... 가족들은 그런 나를 위로해 주기보단 평가하고 판단하고...


가족들이 전문 상담사가 아니라서 위로할 줄 모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난 남편의 따뜻함이나 다정함을 느끼기만 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고 괜찮아졌었을 텐데... 남편은 나를 아내로서 모욕했다.


"내가 너 같은 것하고 상종을 다하고, 내가 참 많이 인간이 되었네."

(가까이 가면 피하고 화내면서) "왜 그래?"


난 한 번의 포옹이면 다 괜찮아지는 사람인데...

신랑에게 안아 달라고 했더니

"너를 안는 것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야" 라고 대답했다.


출산 이후 2019년부터 지금까지 난 신랑과 스킨십 전혀 없고, 대화도 전혀 없고... 내가 가까이 가는 것을 싫어하고 나랑 손잡는 것도 싫어해서... 어느 날부터인가 나도 신랑 근처에 가는 게 싫어졌다. 손잡는 것도 싫어지고...


신랑도 나의 짜증과 분노와 힘들다는 하소연 듣기가 괴로웠던 것 같다. 자기도 힘드니까 유독 못 견뎌하고... 그래서 나는 점점 말이 없어지고 피하게 되고...


결혼 생활이 너무 불행하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이혼을 못하고 있는데...

이혼해 달라고 하면 안 해준다고, 하고 싶으면 소송하라고 하고...


난 언제까지 이 불행을 견딜 수 있을까?

일로 바쁨으로 도망가서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감정은 "외로움"인 것 같다.


남편은 나를 미워하고 내게 불평불만이 많은 것 같다.

늘 내게 화가 나 있는 것 같아서 불편하다.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애 셋씩 낳고 시부모님 한테도 잘하고 살림도 잘하고 돈도 더 많이 벌어와"


내가 요리 안 한다고 늘 불만이고 가끔 화를 낸다.


애 낳기 전엔 요리를 많이 했었다.

결혼 전에 요리 학원도 다니고...

애 낳고 나니 매일 잠을 못 자고 커피 들이부으면서 하품하며 일하고, 애 보고, 요리까지는 못하겠다.

반찬을 사 오거나 요리해 주시는 아주머니 부르는데

신랑은 돈 드니까 내가 직접 요리하길 바란다.


내가 너무 에너지가 없고 힘들어서 2주에 한 번 청소해 주시는 분이 오시는데 그것도 불만이다. 돈 쓰는 게 싫은 것 같다. 신랑은 내가 직접 청소하길 바라고... 난 너무 지쳐서 쉬고 싶고...


내가 신랑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면 못 살 것 같다.

애보고 돈 벌고 청소하고 요리하고...

내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난 그렇게 못하는 사람인데...


후회된다.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나를 너무 몰랐다.


가끔 원인 모를 눈물이 쏟아질 때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다정함"을 느낄 때 눈물이 났던 것 같다.

지금 가족들은 모두 일하며 돌아가며 아이를 보느라 다정함을 내어줄 여유가 없다. 모두 다정함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예전엔 이 사람들에게 내가 "다정함"을 주었었는데... 지금은 내가 다정함이 필요할 때인데 아무도 내게 줄 수가 없다.


그래서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정함"을 느낄 때 눈물이 나는 것 같다.


너무 사소한 것인데..

내가 너무 피곤해서 커피를 찾았는데 커피가 없었다.

내게 믹스커피 한 개 건네주던 그 마음..

별것 아니지만 날 생각해 주는 배려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그분께는 감사합니다, 한 마디만 하고 티 내지 않았지만

너무 고맙고 그 친절이 소중해서 그 믹스커피를 먹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


내 주변엔 날 사랑해 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많지만

난 남편에게서 그런 다정함을 느끼고 싶었는데

점점 포기하게 되는 것 같다.


한 사람에 대해서

한 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서

마음이 식어가는 과정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것이

내겐 출산과 육아의 과정인 것 같다.


언젠간 난 이혼하게 될까?

행복해지고 싶다.

이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내가 너무 싫어서 근처에도 오기 싫고 말 섞기도 싫어하는 사람과 그만 같이 살고 싶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이를 위해서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살아야 하는지

나의 행복을 위해서 소송이라도 해서 헤어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내가 더 치유되고 회복해서 신랑에게 "다정함"을 주어야 하는 것인지...


부부상담을 받아봐도 신랑의 태도는 늘 일관적이다. 자신은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고칠 것이 없다고... 상담사님 말도 틀렸다며 이해가 안된다고...


상담사님은 남편이 내게 하는 말은 언어 폭력이라고 알려주었다. 난 남편의 말을 듣고 울면서 상담 받으러 갔는데 남편은 좋은 뜻으로 얘기했고 농담인데 그게 왜 언어 폭력인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나도 언어 폭력에 더이상 노출되기 싫으니까 피하고 말 안하고... 지쳐가는 것 같다.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고 이해심이 더 많아지고 괜찮아지고 감사함을 느끼게 될까?


내가 힘든만큼 그도 힘들겠지...


결국엔 내 문제인 것 같다.

지금 이 상태에서 헤어지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깊은 관계가 되었을 때, 이 상황을 되풀이할 것이다.

내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누굴 만나도 결국 똑같아질 것 같다.


이젠 육아우울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으니

신랑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자.


내가 신랑에게 원했던 다정함은

사실 내가 그에게 주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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