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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Jan 26. 2022

엄마가 된 박사 연구자의 현실

열악한 연구 환경

아이 낳기 전까진 매년 책 한 권이나 논문 한 편을 무난히 쓸 수 있었다.


2017년에 박사 학위 받고, 2018년에 임신하고, 2019년에 출산하면서 나는 연구경력 단절녀가 되었다.


다행히 한국연구재단에서 최근 5년 이내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 연구자에게 연구경력 인정 기한을 늘려 주었고, 2020년엔 감사하게도 연구과제가 선정되어 책임연구자로 연구할 수 있게 되었다.


36개월 미만이라 분리 불안이 있는 아기가 가여워서 독하게 애를 놓지 못하니, 내가 안심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간은 명절 연휴밖에 없었다. 책이나 논문 한 편이 나오려면 연속해서 1주일 이상은 연구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설 연휴엔 시댁에 가지 않고 집필에 몰두하여 공동저자로 책 두 권을 출판했다. 그중 한 권은 대표저자로 작업했다.


다시 한국연구재단에 연구과제 신청하 시기가 다가왔다. 내 개인 연구실은 없고, 밤에 자주 깨는 아기로 인해 수면 시간은 늘 부족하여 피곤하고, 애 보고 나면 진이 다 빠져서 연구에 몰두할 에너지가 없다.


연구과제가 선정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도 박사 받고 7년 이내로만 기회가 있기에 다시 도전해야 하는 건지, 내 욕심인 것인지... 다 내려놓고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야 하는 것인지... 늘 고민스럽다.


밤새 잠을 제대로 못 자서 하루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있고, 애 씻기고, 아침 먹이고, 옷 입히고, 가기 싫다며 우는 애 입에 초콜릿 넣어주며 어르고 달래서 어린이집 보내고 나면 넋이 나간 상태가 된다.


신랑은 애가 태어나도 승진하고  지장 없이 일하고 있지만, 난 출산할 때 10년 넘게 시간강사로 강의하던 대학을 그만둬야 했다. 풀타임 제안이 들어와도 어린 아기 생각에 다른 분께 기회를 양보하기 일쑤였다.


파트타임으로 잠깐씩만 하는 일들에 둘러싸이다 보면,

나도 이젠 정규직이 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어린 아기를 생각하면 그래도 되는지 죄책감이 들고, 이러다 나이만 먹고 영원히 발전 없이 이렇게 주저앉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어떻게 해야 올바른 결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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