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러야 할 때인가
언제적에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당시 감동으로 읽다가 어떤 이유에선가 읽기를 멈추고 다시 책꽂이에 꽂아 놓았던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김남조 시인의 <생명>이라는 시 중에서...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내가 이 시를 20대에 읽었다면, 그리고 30대에 읽는 느낌과 40대, 50대, 60대에 다시 읽었을 때 그 감동이 다르겠지.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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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기 시인의 <낙화> 중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중략---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인듯 하다.
이 시를 처음 만난 날, 엄청나게 매료되어 첫 연을 잊은 적이 없다.
이 시로 시화를 만들기도 했다.
초등학생 때 내가 느낀 그 <낙화>의 감동,
40이 훌쩍 넘은 지금, 이 시를 다시 만나 읽어보니
고전이란 것은 이렇게 같은 글을 나이에 따라 다른 감동을 얻는 묘미를 주는 것 같다.
늘 붙잡는다. 가야할 때를 모르고, 불안함을 숨긴 가능성이라는 명목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연명하고 있는 꽃은 추하다.
꽃은 시들고, 더 이상 예전처럼 아름답지 못하다.
최고일 때 떠나라는 것은 꽃이 피고 지는 이치처럼, 어쩌면... 순리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떠나야 할 때인가
있어야 할 때인가...
몸은 감정을 알고 있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결정의 후회를 알면서도 그곳에 있는 것 또한 아직 더 치이고 깨달아야 할 무언가가 남아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