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 우울증을 위로해주고자 친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우린 에니어그램 지도자 과정에서 만났다.
모든 만남은 다 이유가 있다.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언니도 친정 엄마에 대한 이슈가 인생에서 참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언니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그동안 외면해오던 엄마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을 수 있을 만큼 힘든 마음 작업을 오래도 했었다.
난 언니처럼 아직 치유되진 않은 것 같지만
참 마음에 남아 날 울게 한 한마디가 있었다.
'엄마에 대해 나쁜 것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니까 좋은 것만 생각나더라고,
좋은 추억들도 많았더라고...
살아계실 때 더 잘해드릴걸 후회되더라고...'
이 말을 듣는데
엄마가 내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직장 다닐 때 엄마랑 아빠랑 강남의 맛집에 모시고 가서 맛있게 식사대접을 해드렸던 때가 참 좋았다면서 그거 기억하냐고 물어보셨었다.
엄마는 가족들이 함께 맛있게 밥 먹어서 행복했었나 보다. 잠시지만 그땐 부모님 사이도 좋으셨고, 무엇보다도 아빠 믿음이 참 좋았었다.
우리에게 행복했던 날들도 있었는데
난 너무 부정적인 것들만 붙잡고 있었나 보다.
어릴 때 버림받았다고 스스로 각본을 만들어 놓고 그 감옥 안에서 계속 살고 있다.
내가 그냥 그 생각 속에서 나오면 되는데,
분노와 원망의 마음이 익숙하고 편한지
마음이 취약해지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감옥 속으로 들어가 있다.
엄마가 정말 그렇게 나쁜 사람이었을까?
할머니가 내게 저주를 하고 돌아가신 것 같다.
엄마를 '그 년'이라고 부르게 교육했고, '엄마'라는 존재를 사악하게 각인시켰다. 나와 동생은 어릴 때 '엄마'를 '그 년'이라고 불렀다. 할머니도 엄마면서 어린 손주들에게서 엄마를 그리워하지도 못하게 하고 미움만 심어놓았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할머니의 그늘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나 보다.
내 생각, 감정까지... 진짜 내 것은 무엇일까?
할머니, 아빠, 엄마... 한 많은 어른들의 감정과 사고가 나를 지배하는 것 같다.
그들의 고통, 원망, 미움들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
이젠 그만하고 싶다. 이 슬픔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