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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인사드려요

전 여전히 아이들에게 나아가는 중입니다

by 유우미


몇 년 전 주임교사로 일했을 때 한 출판사에서 일터에서의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글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은 '보육교사 생존기 1'로 매거진을 채워나갔었는데(보육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https://brunch.co.kr/magazine/teacherkinder


그 이후 '아이들로 인해 바라보게 된 시선'으로 이어갔던 저였습니다.(아이들과 함께 하며 깨닫게 된 생각들)


https://brunch.co.kr/brunchbook/childreneyes


그리고 여전히 저는 아이들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그로 인한 에피소드도 넘쳐나는 중이기에 또 아주 가끔은 꺼내고보싶은 추억보따리 될 것 같아 이곳에 다시 남겨보려 합니다. 일기처럼 크게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끄적일 거라 편하게 읽어주시길 부탁드려요.




어느덧 마지막 일터에서 2월까지 일을 마치고 3월부터 현재까진 전업주부로 사는 중입습니다. 이전엔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기 그지없어 마치 자신은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요즘은 자신의 모든 일상마저 순조롭게 받아들이고 또 나름 즐기며 감사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틈틈이 아이들 생각이 날 때면 구인 사이트로 향하곤 합니다. 보육교사 세계엔 꼭 담임교사가 아닌 다른 유형의 선생님이 꽤 있기 때문입니다. 보조교사, 대체교사, 연장반 교사, 영양사, 사무직 행정교사, 특수교사 및 기타 영역들의 교사까지 규모를 떠나 어린이들이 성장하는 이곳에선 참 많은 분들의 손길이 거쳐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요즘 보조나 대체교사 아니면 사무직 형태의 단시간 업무 위주로 이력서를 내곤 있는데 그리 자주 답변을 듣진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보통합의 여파인지 대학교 타전공을 졸업한 저로선 학점은행제(그래도 아동학 전공, 열심히 공부했어요)의 영역은 사실 원장님들 눈에 성이 안 차시는 걸까 괜히 조바심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애쓰며 애달파하지도 않으려 합니다. 지금으로서의 제 주 직장은 육아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보육교사의 일은 프리랜서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나름의 워라밸?을 지켜가며 이뤄가는 생활인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전의 배재대학교 부속시설 어린이집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대체교사로 제안을 주셨는데 시간이 풀타임? 다른 곳도 아닌 배재대 유교과란 이유로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대전서는 조금 알아주는 곳입니다) 그래서 남편의 배려 덕에 6월 한 달만 정해진 날짜에 맞춰 풀타임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남편 고오맙습니다)

잠깐 있다 가는 교사가 아닌 아이들과 하루 종일 동고동락하며 또 나름의 수업도 진행해 보고 그렇게 시작과 헤어짐을 함께해서일까 아이들도 저도 정이 많이 들었던 시간였습니다.


잊고 있던 담임교사의 매력, 담임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제게서도 아이들을 향한 깊은 사랑의 마음이 나올 수 있음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였습니다. 8시간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지쳐있던 몸뚱이에게 "일하니까 어때?"라고 묻는 남편의 질문에 돌아가는 답변은 늘 똑같았습니다. "재밌어"라고 웃으며 대답하는 저였기 때문입니다. 원장님께도 한 달 일하며 힘들지 않았냐 물으셨지만 "재밌었습니다"라고 답하는 순간 빙그레 웃어주시는 원장님 얼굴이 아직도 떠오르곤 합니다.


어쩌면 이상하리만큼 솟구친 자신의 열정과 그 순간 자신을 위해 일과 육아를 도맡아 해 줬던 남편의 배려로(직장 갔다 아이 하원 후 육아) 이뤄질 수 있었음이 감사했습니다. 또 우연한 기회였을 뿐인데 다시금 담임교사로서의 꿈도 꾸게 했던 아이들에게 고마움마저 느낀 시간였습니다. 어쩌면 훗날 세상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키워준 과정이 아녔을까 생각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고 잊었던 열정의 마음을 깨닫게 되어서인지 또 한 번 도전해 볼 용기가 생겼습니다. 마치 잊고 지냈던 두근두근 설렘의 용기랄까요?


곧 있음 새로이 봐둔 면접 발표가 있을 텐데 그 모험의 여정은 또 어떨지 기대가 되면서 이때만 또 누릴 수 있는 프리랜서의 용감한 도전의 나날이 즐겁기만 합니다.




생각의 차이, 시선의 전환은 우리가 가진 또는 가지지 못한 것들마저 바라볼 수 있게 공간을 넓혀주는 것 같습니다. 전업주부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투리 시간 언제든 마음먹기 나름으로 자신의 영역을 계발하고 펼칠 수 있는 적기의 타이밍이 지금이라 생각합니다. 프리랜서의 일은 스스로 가진 것도 돌봐야 하는 메임도 있겠지만 또 새로이 도전할만한 시선의 눈도 뜨게 해주는? 창작자의 삶도 될 수 있기에 오늘도 저는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데 서슴지 않습니다.


앞으로 보육교사의 일은 어딜 가나 무궁무진한 형태로 바뀌어 갈 것 같습니다.(이번엔 학교서 진행했던 사업에 지원을 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식의 모양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 과정 맘껏 보여드리려 합니다. 꼭 어린이집에서 일할 보육교사가 아니더라도 더 넓은 세상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이 어떻게 쓰임 받게 될지 가끔씩 글로나마 여러분들 만나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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