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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우미 Aug 30. 2024

느리게 살아보기 프로젝트 1

걸어보자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그런지 아이를 유치원 등원시키고 옴 마냥 긴장이 풀려 있습니다. 듣고픈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다던가 보고팠던 드라마를 한 자세로 보기 시작하던가 말이죠.


런데 오늘은 바람이 제법 선선히 부는 게 자전거를 타고 싶어 졌습니다. 그러다 다시 생각을 바꿔 걷기로 했습니다. 해야 할 일은 있었으니 도착지를 도서관으로 정한 뒤 그렇게 가방 메고 길을 나섰습니다.


잘한 선택였음을 걸으면서 느꼈습니다. 자동차나 자전거를 탔다면 속도를 내는 것들로 인해 빠른 결과와 편안함을 느낄 순 있었겠지만 숨 고르기,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걷다 보니 순간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24년이 시작되어 내게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 힘들기도 했지만 추억이 된 시간도 있었고 의미가 남았던 시간 또 유종의 미를 거뒀던 시간까지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 내게도 이런 시간이 있었지. 그땐 참 어려웠던 마음였는데 지나고 나니 견딜만한 시간였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들로 인해 지금의 자신이 서 있음을 꽤나 가진 것이 많아졌구나 싶을 정도의 풍성함 속 감사가 밀려왔습니다.


바람까지 머리카락 날리며 숨 한 번 더 고르고 고르게 해 주니 오늘 하루가 왜 이리 다르게 느껴지는지 잠시나마 걸으며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또 한 번 감사함이 느껴졌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나니 벌써 도서관이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짧은 거린 아녔는데 금세 다다른 걸 보면 이렇게 걸어도 충분한 시간을 뭘 그리 빠르게만 살았을까 싶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섰더니 역시나 마음까지 잔잔해지는 게 모든 것이 슬로 모션처럼 보입니다. 저 역시 오래간만에 그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합니다. 느림의 미학 속으로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림이 길어지자 오늘은 웃으며 계단을 올라갑니다. 이 또한 느림의 연속일 테고 전 오늘 그러기로 맘먹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는 느리게 살기로 정해야겠습니다. 그중에서도 걷기를 택해 최대한 천천히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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