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가방 Jan 04. 2021

거대 테크 기업들은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가

예전 군대 생활을 강원도 철책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DMZ는 원래 4Km라지만 양쪽에서 조금조금씩 당기다 보니 실제는 더 가까웠다. 북한에서 보내는 대남방송이 잘 들리는 거리였다. 기억나는 내용은  "김일성 장군이 가랑잎으로 강을 건너고, 솔방울로 폭탄을 만들어 적을 쓰러뜨렸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을 들으면 그런 생각이 들게 된다. 지금 방송을 내보내는 북한 병사는 자신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일까? 아니면 믿지는 않지만 거부할 수 없어서 틀린 말인 줄 알면서도 하는 것일까? 본인이 내린 결론은 그 병사는 사실로 믿고 방송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일본 국민들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교육에 속아서 잘못된 역사를 믿고 있고, 중국 국민들은 동북공정에 속아서 거짓 역사를 사실로 믿고 있다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내가 알고 사실로 믿는 있는 내용은 정말 진실인가? 물고기가 어항 안에서 어항의 모양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이 있다. 내가 나의 시대를 통찰하면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가? 1745년 퐁트누아 전투에서는 프랑스와 영국 지휘관들이 전열 보병을 늘여놓고 신사적으로 서로 먼저 쏘라고 양보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지휘관들은 맨 앞줄에 선 병사들의 입장을 생각하기는 하는 것 일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이다. 그런 상황에서 병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미국의 교육학자 듀이는 돌격하는 병사들 뒤에는 그런 시대의 교육이 존재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내가 하는 생각은 나의 주체적인 생각일까? 누군가 대중의 일원인 나에게 주입하려고 시도한 결과를 나는 내 생각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편견과 선입견 없이 올바르고 객관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인가? 왜 히틀러 시대와 박정희 시대에는 국민들에게 라디오를 보급하려고 정부는 노력했을까? 케네디와 닉슨의 대선 토론을 라디오로 들은 사람은 닉슨의 우세를 TV로 시청한 사람은 케네디의 우세를 주장했을까? 왕조 시대에 임금님에게 바치는 충신연주지사는 문학의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많은 기업인들에게 바치는 찬양의 노래도 한 장르로 묶어서 후세에 전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시대이다.


 이런 시대에 인터넷 테크 기업들의 그림자를 조명한 <생각을 빼앗긴 세계>라는 책이 2019년 7월 번역 출판되었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조카 에드워드 버네이스가 끼친 영향력을 후미에 소개하고 있다. 버네이스로 인해 미국인들은 베이컨과 달걀이 건강한 아침식사의 전형이라고 믿게 되었고, 무의식적으로 여성 성기와 성병 이미지를 끼워 넣어서 만든 일회용 딕시 컵을 유일한 위생적인 음료 음용법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는 "프로파간다를 사용하면 소수의 생각을 더 빠르게 퍼뜨릴 수 있다."는 섬뜩한 글을 남겼다고 한다. 1930년대 뉴욕 출판업자들이 대공항으로 버네이스에게 구조를 요청할 때 그는 상품의 가격이 너무 낮다는 비판과 함께 기발한 성공 공식을 제안했다. "책장이 있는 곳에는 책도 있다." 당시 사치품이고 생소한 물건이었던 붙박이 책장을 보급시켰고 미국의 출판업계는 새로운 활기를 얻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저자인 플랭클린 포어는 페이스북의 공동 설립자인 크리스 휴스 밑에서 <뉴리퍼블릭> 에디터로 일하다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자 사직한 바 있다. 그런 저자는 2019년 5월 9일 자신을 압박한 크리스 휴스가 <뉴욕타임스>에 "실리콘밸리가 저널리즘을 망가뜨렸다."는 글을 기고하면서 "미국은 권력이 한곳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나라"라는 주장을 하자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저자는 테크 기업들이 소중한 어떤 것 바로 '사색 가능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우리가 지닌 정신의 초상화를 만들었고 이를 이용해 대중의 행동을 어딘가로 유도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의 창업자의 아버지 칼 페이지는 저녁식사 자리에서 종교적인 열정으로 미국 첨단 실험실의 AI 소식을 들려주던 사람이었다. 페이지가 구글을 설립한 이유는 "완전한 AI"라고 하는 인간의 지능과 동등하며 궁극적으로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한다. 페이지와 브린은 단순히 인공두뇌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인공두뇌를 인간과 연결시키는 상상까지 하고 있다며 "미래에는 구굴의 작은 버전을 뇌에 끼워 넣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라고 주장하였다. 구글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저작권법의 존재를 사소한 골칫거리 정도로 생각하였고, 도서관으로 트럭을 보내서 책을 박스에 담아 운반하고 재빨리 스캔해서 반납하면서 그런 일을 공개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기술사학자 George Dyson은 "사람들이 읽게 하려고 책을 스캔하는 게 아니에요. AI가 읽게 하려고 스캔하는 겁니다."라고 털어놓았다고 한다. 구글은 언젠가 100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였는데 현재보다 20배의 규모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경쟁자 없는 산업을 지배하겠다는 정도를 넘어서 더 거대한 것을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말하는 것이고, 구글이 가진 가치와 종교적 신념을 전 세계에 강요하겠다는 의도라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아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파악하고 있다. 사용자의 인종, 성적 취향, 연인/배우자의 유무, 더 나아가 마약을 사용하는 지를 단지 그들이 누른 '좋아요' 만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가 가진 환상은 "우리가 누구를, 무엇을 좋아하는지의 균형을 지배하며 사회적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는 근본적인 수학 법칙"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은 그들이 가진 파워를 자랑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하기까지 하였다. "2006년 대비 2010년에 상승한 투표율 중 0.6% 이상이 페이스북에 등장한 단 하나의 메시지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우리가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우리의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월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설계하는 세상 속에서 대중들의 존재는 그저 나사못 같은 부품에 불과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베이조스는 급성장하는 인터넷에서 상거래 가능성을 발견하고 소비자들을 온라인 쇼핑으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할 상품에 대하여 고민했다.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하고. 제품을 구하는 수고가 적고, 저비용으로 실험이 가능해야 했다. 그는 책이 최적의 상품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베이조스는 헤지펀드 일을 그만두고 아마존을 시작하였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단순히 지식의 경제적 가치의 몰락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이 아니라 지식의 가치를 허물어서 전통 미디어가 속수무책으로 테크 기업의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교묘한 술책을 펼쳤다. 예를 든다면 애플은 아이팟을 만들면서 스티브 잡스는 불법 복제 음악을 저장하지 못하도록 설계할 수 있었지만, 잡스는 불법 복제를 허용하는 기기를 만들면서, 동시에 디지털 불법 복제를 비판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 산업을 추락시킨 후 구원자를 자처하면서 음악산업을 지배하려는 교활한 전략을 선택하였다. 아이팟을 만든 지 18개월 만에 온라인 뮤직 스토어 아이튠즈를 선보인 것이다. 아마존도 똑같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동일한 접근법을 가지고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책의 가격을 떨어뜨려서 책의 가치가 낮다는 느낌을 대중들에게 주입한 것이다. 일방적으로 전자책 가격을 종이책보다 훨씬 싼 9달러 99센트로 책정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놓은 것이다. 책을 싼 가격에 팔기를 거부하는 출판계를 탐욕스러운 독자들의 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 아마존의 목표는 책을 팔아 얻는 이윤보다는 독자들이 킨들 같은 기기와 아마존 웹사이트에 중독되게 하는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우리가 당장의 편리함과 효율성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웹사이트의 난잡한 즐거움에 익숙해졌다고 비판한다. 스스로 선택하고, 공허한 유혹을 피하고, 조용한 공간을 지켜내고, 우리 자신에 대한 주체성을 장악하고자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사색하는 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마무리를 짓고 있다. 먼저 팩트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작가의 이전글 4차 산업혁명의 뉴노멀 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