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가방 Apr 01. 2021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510억 톤의 온실가스를 제로로






 오늘은 빌 게이츠의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저자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인터넷 역사에 있어서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인물입니다. 지난 세기에 빌 게이츠는 <미래로 가는 길>, <생각의 속도>와 같은 인터넷 관련 서적을 발간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빌 게이츠는 지구환경과 관련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지구 기후재앙에 관한 책을 출판하였습니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과 사마중달 같은 일급 책사들이 다른 등장인물과 차이가 나는 점은 군량미를 작전의 최우선 변수로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용감하게 돌격하는 것을 최고로 생각하는 인물에 비하여 작전 수립 시 아군과 적군의 군량미 수준을 항상 고려하면서 작전계획을 수립한다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빌 게이츠는 비용 대비 효과라는 관점, 즉 모든 대응책을 효율성과 효과성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비용분석을 하면서 각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초창기 동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기술적 능력이 없었어도 경영자로 성공한 이유나, 일론 머스크도 펜실베이니아 대학시절 울트라캐패시티에 관한 논문을 제출했었는데, 지도교수는 머스크가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재정적인 측면도 면밀하게 고려한 점을 극찬했다고 합니다. 과학적 지식과 재정적 감각을 겸비했다는 것입니다. 이 책도 다른 환경위기 관련 서적과의 차별점은 기술적인 논점과 함께 재무적인 감각이 돋보인다는 점입니다. 


피터 필립스는 <자이언트>라는 책에서 세계 상위 1%에 속하는 ‘초국가 자본가 계급(transnational capitalist class, TCC)’의 이익에 ‘복무(服務)’하는 389명의 인적 사항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단지 8명이 세계 재물의 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의 위상은 재력에 있어서 한 손에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있어서 누구나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는 정철화가 쓴 <제2의 스티브 잡스 손정의>을 보면 손정의가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했을 때, 빌 게이츠도 동행했었다고 합니다. 손정의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한국이 살 길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터넷 브로드밴드라고 강조했을 때, 빌 케이츠도 전적으로 찬성하여 우리나라 초고속 인터넷 투자를 앞당기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기술한 바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1975년 토플러가 저술한 <에코스파즘>이라는 책에서도 로베르트 바카의 책 <앞으로 닥칠 암흑시대>를 인용하면서 캐나다 남부에서 뉴욕에 이르기까지 발생했던 1965년 대정전의 위기를 언급하는 등 수많은 사람들이 호루라기를 불었었고,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가 지은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도 있지만 빌 게이츠의 책이 더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의 네임밸류에서 기인한 이유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본서에서 빌 게이츠는 기후는 물이 서서히 차오르는 욕조와 같다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조금씩만 흐르게 하여도 언젠가는 욕조는 물로 가득 찰 것이고, 물은 바닥으로 흘러내리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기후 재앙이라는 것입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폭풍이 오고 산불이 빈번해지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물고기와 해양생물이 사라지며 질병이 퍼지고 농작물이 치명적 영향을 입게 되는 연쇄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자신과 폴 앨런이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던 뉴멕시코주의 앨버커키 시가 당시에는 섭씨 32도가 넘는 날이 매년 평균 36일이었는데 21세기 중반에는 두 배 이상이 되었고, 21세기 말에는 최대 114일이 될 것이라고 예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푸에로토리코를 강타한 허리케인, 1970년대 이후 증가한 캘리포니아의 산불, 홍수로 20~30% 침수되는 방글라데시 등이 위기가 공상이 아니라는 증거라는 것입니다. 그 이를 막기 위하여는 반드시  1.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고, 2. 태양력과 풍력 등 이미 보유한 수단을 더 현명하게 사용하고, 3. 필요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표가 반드시 달성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러한 기후재앙을 경고하기에 앞서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먼저 자신이 집도 크고, 심지어 개인 전용기까지 있어서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회의에 전용기를 타고 갔다는 사실도 인정하면서 본인의 탄소발자국 수치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유죄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 사실에서 죄책감을 느꼈고, 이 책을 쓰면서 탄소 배출량 감소에 대해 책임을 더욱 의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진정성을 나타내기 위해서인지 자신이 부인 멀린다는 재단을 만들어 세계 공중보건과 미국 교육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자신이 청정에너지 기업에 투자했고, 적은 양의 핵폐기물로 깨끗한 전기를 생산하는 차세대 원자력발전소를 만드는 회사에 수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게이츠 재단이 화석연료 기업에 투자한 사실을 비판하자,  자신도 탄소 기술 개발이 안 돼서 화석연료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는 결과로 자신이 이득을 보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2019년 자신이 보유하는 석유 및 가스 회사 주식을 처분하였다고 서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15년 9월 청정에너지에 대한 국책 연구비를 확충하려고 부유한 지인 스물네 명에게 벤처 투자를 요청하여 26명의 투자자와 '획기적 에너지 연합'이라는 모임을 결성하였고, 이 모임은 각국 정상들도 호응하여 46억 달러의 투자금을 확보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입장도 각자의 정치적 관점에 따라 견해 차이가 있어서 미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6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을 탈퇴할 것을 선언하고 2020년 11월 공식 탈퇴한 바 있었지만, 다만 2021년 1월 취임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다고 저간의 사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부유한 16%의 사람들이 배출량의 40%를 배출하고 있는 불평등도 현실이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코로나 19와 관련해서도 빌 게이츠의 이름은 팬데믹 이전에 예언자급 언급이 조명되었고, 사태 진전에 따라 많은 관심이 부각되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도 게이츠 재단 업무 때문에 제약 산업에 대하여 자세히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빌 게이츠는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배운 교훈들과 대응 방식에 있어서의 원칙과 가치는 기후변화 대응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하면서 첫째, 국제 협력이 필요하며 둘째, 이러한 노력에는 과학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셋째, 코로나 19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들은 가장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이 듯이 기후변화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충족시켜야 해결책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일상의 모든 활동이 탄소배출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년 51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중인데, 비중이 높은 배출원인 순서로 나열하면, 제조과정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며, 이어서 전기 생산, 동식물 양육, 운송, 냉난방 순이다. 빌 게이츠는 정부의 역할 파트에서는 시장경제의 이윤추구가 불가능한 영역, 즉 장기간 손실이 예견되는 부분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상응하는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도록 제도화하고, 참여자에게는 인센티브, 기존 규제의 기능을 수시로 재검토하면서, 이익이 상충되는 경제구조의 전환 과정에서 구성원의 합의와 지지를 획득하고, 무엇보다 기술과 정부 정책과 투자자들과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자본주의 속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12장에서 빌 게이츠는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문제 앞에서 침묵하지 말고 시민으로서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고, 공개회의에 참석하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의사표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에 영향을 미치고, 공직에 출마를 고려하고, 소비자로서 배출량을 감소하고 전기차를 구매하고, 인공 고기를 먹고, 청정 전기를 신청하라고 합니다. 탄소세 도입을 언급하고, 저탄소 솔루션 혁신을 추구하고, 얼리어댑터가 되라는 등 다양하고 소소한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면 세계는 생각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빌 게이츠가 마지막 파트에서 6페이지에 걸쳐서 촘촘하게 수많은 인물들에 대하여 감사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등장인물의 숫자만큼 빌 게이츠의 영향력의 크기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번역자는 이 책의 특징으로 첫째, 일반인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둘째, 온실가스 배출 분야를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하였고, 셋째, 온실가스 제로를 위한 방법론을 행위주체별로 언급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제목을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재앙으로 네이밍 한 것이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번역자는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메타버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