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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방 Apr 06. 2021

테슬라 쇼크

'바퀴 달린 아이폰' 테슬라, 혁명을 예고하다

오늘은 <테슬라 쇼크>라는 2021년 1월 출간된 서적에 관하여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본서는 일론 머스크가 경영하는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갖는 시대적 의미에 대한 분석서입니다. 먼저 테슬라의 약진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저자는 마지막 5장에서는 자신의 견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 그룹은 10년 전에는 10조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298p). 그 사이에 중요한 변동 사건을 든다면 2011년 현대건설 인수, 2013년까지의 현대제철의 철강 생산 대폭 확대, 2014년 한전 부지에 신사옥 건설 추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자동차의 미래 경쟁력과 건설 및 제철소는 서로 무관하다고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회사가 과거 포드자동차가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던 초기처럼 제철소를 보유하면 득이 되던 시대가 지나갔으며, 자동차 소재도 철강 중심에서 벗어나 알루미늄 합금이나 특수강으로 변하면서 경량화를 추구하고 있고 삼성동 신사옥 관련 25조의 총비용은 현대차 그룹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자동차 공장을 다시 짓는 비용보다 큰 수준이며, 완공될 시점인 2026년의 경제상황을 낙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차에게 긍정적 측면으로는 하이브리드차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력이 장점으로 존재하지만, 한정된 인력으로 기존 수소차 연구도 병행해야 하는 문제점과 테슬라가 전기차에 특화되어 집중할 수 있는데 하여,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 제조 특성상 아직 수익성이 낮고 한국시장에서만 수익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테슬라에 들어가는 AI반도체 개발에 있어서도 1조 원 가까운 자금이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아직 테슬라처럼  세계 수준의 개발자로 구성된 팀을 꾸리는 것도 여의치 않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테슬라가 차량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하는 컴퓨터 ECU가 장착이 간단한데 반하여, 테슬라와 달리 수많은 부품회사가 협업하여 각기 제작하는 현대차는 OS와 ECU를 테슬라 수준의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고난도의 어려움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관련해서는 Apple이 동영상 서비스인 '애플 TV 플러스'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로 단말기 판매에만 의존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임에 반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이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기기까지 일상을 연결하는 갤럭시 생테계'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주행 보조 시스템용 AP인 엑시노스 오토 A의 앞날이 밝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이 점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의 경우 테슬라의 매출 증가로 납품 가능성이 커지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IT 플랫폼 기업들은 테슬라가 자동차 시장에서 폐쇄적 생태계를 구현한다면, 그리고 자체적으로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의 구현이 현실화된다면 이에 따른 파장을 어떻게 극복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자는 2019년 현대자동차 CTO(연구개발본부장)인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카고 컬트(화물 신앙)를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겉멋과 입에 발린 말에 치중하고 내용보다 형식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문화는 조직원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카고 컬트라는 단어는 2차  세계대전중 미군 비행기를 처음 본 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이 이를 하늘에 계신 신들의 선물로 이해하면서 전쟁이 끝나고 미군들이 철수한 텅 빈 비행장에서 비행기가 다시 오기를 하염없이 예배(컬트)를 드리는 원주민의 컬처 쇼크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저자는 테슬라가 이 시대에 던지는 의미를 2018년 손정의 회장의 동생인 손태장 미슬토 회장의 시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는 난제들이 산더미같이 존재하는데, 과제 해결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부터는 과제 해결의 시대는 끝났고, 과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힘이 중요한 시대이다."라는 것입니다(40p).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하여 이층 버스, 이층 전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같은 시간 대에 출근하는 방식을 바꾸는 식으로 과제를 새롭게 설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후발 기업인  테슬라가 아무리 노력해도 도요다가 갖는 원가 경쟁력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소유 기간 내의 총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이라는 관점을 설정하여 도요타 자동차가 장점이 많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차량가치가 감가상각이 되는 절대적 한계가 존재하지만, 테슬라는 차량 기능의 무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를 통하여 탑재된 주행 보조기능을 업데이트시켜 5,000만 원을 주고 산 차가 자율주행기능 업데이트를 통해 2억 5,000만 원의 값어치를 하는 차가 될 수도 있다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44p). 또 만약 비싼 돈을 주고 산 자동차를 대부분의 시간을 주차장에 세워두는 현실을 무인 우버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테슬라가 중계 수수료를 받더라도 차량 소유자에게도 득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기존의 관점으로는 BTS가 성공한 것에 대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어떤 방법으로 세계인들의 마음을 얻었을까요. 전문가들은 팬들이 BTS에게서 비틀스와 같은 진정성, 가식적이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연결점을 찾자면 BTS와 머스크는 진정성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머스크는 2017년 한 논문에서 "인류의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문명을 이룩하고 인류가 행성 간 종족이 될 필요가 있다. 여러 행성과 위성을 이 주지로 검토한 결과 가장 유망한 것이 화성이다(271p)."라고 기술하였습니다. 보통의 사업가처럼 현실적인 시각, 돈을 벌 수 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꿈을 말하면서, 전기차, 우주 운송 서비스, 뇌 이식 디바이스, 초고속 지하 수송 터널 등 SF소설에나 나올법한 사업을 실현하려고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테슬라의 본심이 무엇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직원 소비자 투자자들의 공감을 얻으면서 연간 7,000조 원에 달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의 맹주가 되려는 목적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272p). 테슬라는 미국 공대생들이 졸업 후 가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스페이스 X'와 함께 1,2위를 기록했습니다(97p). 테슬라는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기 위하여 첫째, 전기차를 통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둘째 재생 가능 예너지를 줄이기 위하여 태양광 패널,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Energy Storage System)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사업목적을 천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반대되는 경험으로써, 저자는 2007년 겨울 GM의 릭 왜거너 회장을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거대기업의 보스로서 그는 "GM은 영원하다"라고 말했지만 1년 후 GM은 파산하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까지 핀란드 젊은이들의 입사 선호도 1위였던 노키아는 혁신의 상징이었던 기업문화가 관료적이고 안정적으로 변하면서 2007년 Apple의 등장으로 회사를 MS에 매각하였고 저자가 방문했던 2013년에는 거대한 건물의 사무실이 대부분 비어있었던 광경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2016년 ARM을 인수했다가 2020년 젠슨 황의 엔비디아에게 매도한 사실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손 회장은 인수 당시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성의 탄생을 의미하는 싱귤래리티가 현실화될 것인데 이 과정에서 '딥러닝'이 필수이고 이를 위하여 빅데이터를 계속 빨아들여야 하며 이를 위한 매개체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설계 분야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가진 회사가 ARM이라며 자신은 ARM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을 인수했다고 자평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ARM을 4년 만에 매각한 것은 천하의 손정의 회장도 추구하는 기술적 방향과 비즈니스 모델을 연결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장, 모빌리티 시장은 엘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가장 유력한 후보이며, 젠슨 황의 엔비디아도 현재 벤츠와 공동 개발한 전기차가 2024년에 나올 예정인데 주목할 만하고 이스라엘인 암논 샤슈아가 1999년 창업한 모빌아이가 인텔에 팔렸는데 주행 보조장치 장을 장악하고 자율주행 시장에서 가장 매출이 높은 회사라면서 막강한 기술력을 가진 이 3 회사의 공통점이 모두 비미국인들이 만든 회사라는 점이라고 합니다. 마우로 기옌이 <2030 축의 전환>에서 언급한 이민자의 중요성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이 떠오르는 지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우리의 삶은 2000년대의 인터넷 혁명, 2010년대의 모바일 혁명으로 변화하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7p). 테슬라는 연간 700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입니다. 자동차 업계는 100여 년 전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방식이 처음 되면서 혁신을 이루었습니다. 이민주의 <지금까지 없던 세상, 18p>에서는 지금은 해체되고 있지만 100년간 유지돼 온 고용사회를 만든 것은 헨리 포드가 그 주인공이라는 것입니다. 이 방식을 다소 개선한 것이 도요타 생산방식(TPS)이고, 이를 MIT와 미국 산업계가 재도입한 것이 린 생산방식(Lean Production System)이라는 것입니다(34p). 100간 자동차 생산 모델은 변화가 없었고 주요 자동차 업체 중 2차 대전 이후에 생긴 업체는 현대차(1967년)가 유일하다는 것입니다(35p).


자동차 생산의 역사에서 일론 머스크는 헨리 포드와 찰스 케테링 수준이라고 샌디 먼로가 비유했습니다(61p). 포드는 자동차 생산에서 여의도 면적보다 넓은 미시간 공장에서 철광석이 들어오면 자동차가 돼서 나가는 수직 계열화를 이룬 업적이 있고, 케터링은 GM에서 전기 점화장치를 개발한 업적이 있습니다. 헨리 포드가 '제품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에서 수직계열화를 성공시켰듯이 100년 뒤인 일론 머스크도 '서비스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를 완성시킨 두 번째 혁신가로 기록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샌디 먼로는 테슬라가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 분야별로 5~10년 앞서 있다고 하였습니다. 타 회사가 위험을 감수하기 싦어하는데 비하여 테슬라는 3월과 8월의 5개월 만에 혁신적 기술발전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포드에 있을 때 5년이 걸려도 볼 수 없었던 변화라는 것입니다(81P)


나카니스 다카키는 테슬라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향후 자동차 시장은 테슬라, 폴크스바겐, 도요타 정도는 문제없이 생존할 것으로 보이지만, 르노닛산, 혼다, 포드, 현대차 등 중간급 회사들은 위험하다고 진단했습니다(214p). 현대차는 기술력으로 업계를 선도하기보다는 가격 대비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높여 왔고, 한국 시장을 제외하면 한계를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215p). 현대자동차의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할 때 가볍게 흘러 넘기기에는 무서운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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