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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방 Apr 24. 2021

제로 투원 <ZEROTO ONE>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제로 투 원>의 저자 피터 틸은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파워그룹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많은 페이팔 마피아 멤버들이 창업한 회사 및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틸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하는 일로 논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먼저 모방하지 말고 창조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지금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 없고,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도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창조라는 행위는 한 번 뿐이며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낯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다른 종들과 구별되는 것은  기적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며 그 기적을 우리는 '기술'이라고 부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직원을 채용하려고 면접을 볼 때마다 던지는 질문이 있다고 합니다.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당신한테 동의해주지 않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천재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용기라고 합니다. 좋은 대답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X라고 믿지만, 진실은 정반대예요."라고 합니다. 미래를 예견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미래는 지금과 다를 것이고 미래의 뿌리가 현재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합니다. 앞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통하여 그 사람이 미래를 어떻게 들여다보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새로운 기술이 저절로 나타나지는 않으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변화시킨 주체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똘똘 뭉친 소규모 집단이라는 것입니다. 큰 조직은 관료적인 경향이 있고, 외톨이형 천재는 산업 하나를 통째로 일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역사를 돌아볼 때 1990년대의 인터넷 광풍은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버블이었고 닷컴 열풍 속에서 저자는 페이팔 열품의 덕을 보았지만 광풍을 헤쳐 나와서  깨달은 교훈은 1. 사소한 것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독점을 추구하라고 가르칩니다. 미국인들은 경쟁을 신성시하며 경제학에서는 완전경쟁을 이상적 상태로 묘사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회사들은 자신들의 지배력을 과장하고, 독점적 기업은 정부를 겁내어 엄살을 떨지만 독점은 진보의 원동력이고 혁신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창조적 독점을 말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동시에 만든 사람은 지속적인 이윤을 얻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독점기업은 1. 독자 기술을 가지고 2. 네트워크 효과를 누리면서 3.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도록 성장잠재력이 있어야 하며 4. 애플과 같이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얻을 결과는 불확실하지만 현실에서는 마태복음 25장 29절의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는"사실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경제학자 파레토는 20%의 사람이 이탈리아 땅의 80%를 소유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말했지만, 벤처업계에서는 거듭제곱법칙이 지배한다고 합니다. 저자가 투자한 파운더스펀드가 페이스북에서 얻은 수익은 나머지 여타 투자기업의 수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고, 두 번째로 잘한 투자인 팰런티어의 수익도 페이스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투자수익보다 더 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기업문화를 강조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페이팔은 2002년 15억 달러에 이베이에 팔고 난 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 x와 테슬라를 공동 설립했고, 리드 호프먼은 링크트인을,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은 유튜브를, 제러미 스토플먼과 러셀 시먼스는 옐프를, 데이비드 색스는 야머를 피터 힐은 팰런티어를 공동 창업했고 이들 7개 기업은 각각 10억 달러가 넘는 회사가 되었는데, 그 비결은 처음부터 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였던 것에서 '페이팔 마피아'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처음 신생기업으로서 자원이 한정되었고 팀의 크기도 작으므로 살아남으려면 모두가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직원을 구성했다는 것입니다. 모두 다들 SF를 좋아했고 <크립토노미콘>이라는 소설은 필독서였고, <스타트렉>보다는 <스타워즈>를 더 좋아했고, 디지털 화폐에 사로잡힌 것마저 같았다고 합니다. 신생기업의 업무를 분장할 때 각기 한 가지 일에만 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 서로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였고 기업문화가 미적지근한 컨설팅 회사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광신도 집단까지는 아니어도 마피아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기업문화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페이팔을 함께 시작한 여섯 명 중에서 네 명은 고등학교 때 폭탄을 제조한 경험이 있었고 다섯 명은 만 23세 이하였고, 네 명은 미국 밖에서 태어낫고, 셋은 공산국가를 탈출하였는데, 유팬은 중국에서, 루크 노섹은 폴란드에서 맥스 레브친은 우크라이나에서 왔다는 것입니다. 전형적으로 유복한 미국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켄 하워리 한 사람뿐이었는데 그도 대형 은행에서 제안받은 봉급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돈으로 합류하여 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창업자들은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처럼 천재일까? 아니면 우연한 행운아일까 의심받기도 하며 냅스터를 창업한 숀 파커처럼 범죄자와 성공한 기업가의 모순된 캐릭터로 알려지기도 한 것처럼 양면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창업자에 대한 명성과 칭찬은 언제든지 오명과 축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창업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스스로가 만든 신화에 너무나 확신한 나머지 미치광이가 되어버리는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의 내용이 떠오르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비밀을 엿보여주는 내용이라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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