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가방 Apr 28. 2021

가상은 현실이다

페이스북, 알파고, 비트코인이 만든 새로운 질서

요즘 블록체인, 비트코인이 새로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에서도 6월부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관련 모의실험을 실시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내용은 주영민 저자의 <가상은 현실이다> 책이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주제를 생각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저자는 2014년 구글에 입사하여 구글 마케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국내 유수 스타트 업체들의 마케팅을 돕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창업투자회사 패스트 벤처스, 공유 오피스인 패스트 파이브 등의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비트코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돈의 역사와 함께 아톰으로 이루어진 현실세계에 대칭되는 비트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물리법칙이 적용되는 현실과 적용되지 않는 인터넷 세계의 차이를 구분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서는 가상의 세계를 소개하면서 1장에서는 페이스북으로 예시되는 가상의 현실, 2장에서는 알파고로 설명되는 가상의 지능, 3장에서는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가상의 돈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내용은 가상의 세계 중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관련된 설명에 치중하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인간의 돈의 역사를 살펴보면  선사시대에는 돌, 가축, 조개껍데기 등으로 돈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하였습니다.(287p) 이는 원시인들이 생각할 때 좀 더 가치를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자연적 대상으로 화폐를 삼았다고 생각됩니다. 역사시대에 들어서면서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이 그 자리를 차지하였습니다. 이중 내구성과 가치 보존성 때문에 특히 금이 귀한 대접을 받아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가 등장하면서 그 자리를 주화나 지폐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통화는 금과 같은 내재가치는 없었지만 은행과 정부에 의하여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신용카드가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화가 진전되면서 미국 달러의 90%, 영국 파운드화의 97%가 실물이 아닌 장부 상으로만 존재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화폐보다는 위챗 결제가 대체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개인과 개인의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의 형성인데, 근대 이후 국가와 은행이 중간자의 입장에서 그 기능을 담당했습니다. 앞으로 미래의 거래는 크게 2가지 흐름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현금 없는 사회'로의 변화입니다. 대표적으로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의 완성형 같은 곳입니다(310p). 1661년 유럽에서 처음으로 지폐를 발행했던 스웨덴은 현금 사용비율이 1%인 나라입니다. 노숙자마저도 스웨덴의 결제 애플리케이션인 스위시로 구걸하고 있다고 합니다. 덴마크도 2015년 동전과 지폐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프랑스도 100유로 이상의 결제를 금지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만일 앞으로 이러한 '현금 없는 사회'가 완벽하게 구현된다면 개인들의 모든 거래 내역과 소비활동이 중앙화 된 서버에 기록될 것은 분명합니다.(311p) 현금이 소멸되는 것이 좋은 측면도 있지만, 현금 거래로 보호받는 사생활과 자유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가 가지는 화폐 발행 독점권은 국가의 가치와 도덕에 대한 독점권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가는 화폐를 통하여 윤리적 경계를 만들고 자신의 구성원들에게 국가의 가치체계를 강제할 수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마리화나, 성매매, 포르노, 낙태,, 안락사와 같은 거래들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금기시되거나 범죄로 다루어져 왔습니다.(316p) 영화에서 보면 갱단들이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경우 수표를 사용하거나, 계좌이체를 하지 않고, 달러가 가득 들어있는 돈가방으로 거래를 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만일 현금 없는 사회가 이루어지면

그런 거래를 선호하는 개인이나 집단들은 새로운 거래방법을 찾아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국가 또는 거래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기관은 수족관의 물고기처럼 개개인의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전부 파악하는 사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또 다른 거래방법이 바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거래입니다. 비트코인은 국가가 범죄시 하여 금지한 거래들을 바로 가능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자유주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중앙화 된 정보처리방식이 아닌 탈중앙화 된 가치교환 시스템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중앙 통제 없이 동등한 위치의 개별 컴퓨터끼리(P2P) 정보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각 거래를 블록화하고 이를 체인처럼 연결하는 블록체인 방식으로 중앙의 서버가 없이 분산화된 거래장부를 유지시켜나가는 것입니다. 


태생 초기에 인터넷은 절대적인 자유가 보장되는 공간이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국가의 권위에 대항하여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정착했던 동부가 아닌 히피들의 천국이었던 서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미국 히피들이 꿈꾸던 이샹향이 가상공간에서 펼쳐지던 곳이었습니다. 과거 인터넷 플랫폼은 의견과 정보의 교환에 자유를 허용하였고 최대한 다양한 신념을 포용하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디지털 플랫폼은 유저들의 의견을 검열하고 감시하며 차단하는 방향으로 나갔습니다. 플랫폼이 정보 중개자에서 재판관 역할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플랫폼에서 추방된 의견은 의견 전파에 필요한 기반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322p). 경제적 기반이 상실됩니다. 유튜버를 통한 광고 수익 공유가 끊긴 채널은 지속 불가능한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는 상황입니다. 비트코인은 표현의 자유를 위한 마지막 피난처입니다. 비트코인은 표현의 자유를 서술한 법조문보다 더 실질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경제적 기반을 만들어줍니다.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거래 수단은 기성 사회의 윤리 시스템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줄리언 어산지가 2010년 6월 아프가니스탄에서 10월 이라크에서 미군 관련 문서들을 공개했을 때, 위키리크스의 활동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 의견이 격렬하게 대립하였습니다. 이 위키리크스가 행하는 비밀 폭로 활동에 대한 가치판단을 잠시 접어두고, 위키리크스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은 비자도 페이팔도 아닌 비트코인 때문이라는 점은 매우 상징적인 것입니다(323p).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가 적이 됐을 때, 국가가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서는 '절대적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은 '비트코인' 뿐입니다. 만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가상화폐를 금지하는 순간 이것의 가치는 제로가 되지만, 지구상의 한 국가라도 허용하는 한 이 국가를 통하여 가상화폐의 가치를 현물 화하게 되고 지하경제의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그 가치를 유지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돈의 역사상 최초로 아무런 물리적 실체를 갖지 않는 순수하게 가상화된 통화입니다. 순수한 디지털 코드로 탄생하였습니다. 실물과 전혀 매개되지 않은 비트코인의 가상성은 비트코인의 혁명적인 본질을 의미합니다.(289p) 비트코인은 돈이라는 가치체계가 꿈꿔온 돈의 '최종 진화형'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290p)

이것은 익명의 개인 혹은 집단으로 추정되는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했고 세계에 퍼진 개인과 네트워크가 발전시켰습니다.(326p) 기업의 상업적 목적이나, 국가의 정치적 목적이 아닌 최초로 개인의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기술인 것입니다. 중앙화 된 소프트웨어와는 달리. 비트코인은 힘을 분산시키고 민주화시킵니다. 블록체인은 더 많은 권한을 중심부에 집중시키는 시스템이 아니라, 중심부를 사라지게 하고 개별 노드와 노드를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입니다. 탈중앙 시스템에 기반한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더 많은 힘을 돌려줍니다. 


중국이 전 세계 국가 중 비트코인을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과 권위주의는 서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327p) 만일  이러한 사고방식을 다른 측면으로도 활용하여 블록체인을 비트코인과 같은 돈거래뿐만이 아니라 다른 데이터 처리에도 사용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거대 기업인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이 운영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 글로벌 사용자들의 컴퓨터 네트워크 위에서 작동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갖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즉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회사'의 분리가 실현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본서는  '돈을 은행이 독점해도 되는가"에 이어서 "개인 데이터를 디지털 플랫폼이 독점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329p).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이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우리로부터 가져가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초당 1.7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산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우리는 이 데이터가 실제로 무엇이고, 누가 보관하며,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는지, 데이터를 생산하는 당사자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 데이터들은 사용자가 접근 불가능한 인터넷 회사의 중앙화 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며 그에 대한 데이터 생성 당사자의 관리나 삭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는 기술의 힘에 쉽게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집중화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개인 데이터를 자신의 기기에 담아놓고, 원하는 때에만 제공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오픈소스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창시자 브랜든 아이크 역시 블록체인에서 탈중앙 인터넷의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익스플로러나 구글 크롬과 같은 기업 브라우저가 인터넷을 장악하게 되면서 사용자들은 이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넘겨주지 않으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인터넷의 중앙화와 분산화를 둘러싼 대립은 단순한 사항이 아닙니다. 인터넷 세계가 실재계를 제어하는 가상계로 기능하고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오늘날, 인터넷을 현실을 조작하는 원리는 현실과 동일합니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행하는 선택은 우리의 현실로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인터넷 세계의 가상은 부인되지 않은 현실의 실재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제로 투원 <ZEROTO ON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