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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가방 Oct 17. 2021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의 관심과 주목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의 어떤 요소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았을까요? 어찌 보면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의 가지고 있는 불편한 점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돌풍의 주역이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어쩌면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고 비평하는 세계 각국의 시선들을 보면서 비평하는 시선 속에 담긴 각 나라의 다른 문화적 특성을 엿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국의 BBC는 칼럼을 통하여 오징어 게임에 나타난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양성평등 순위가 102위라면서 한국사회의 성차별문화가 드러나고 있다고 합니다. 생존을 위하여 성을 도구로 사용하는 장면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강새벽을 통하여 탈북자들의 삶을 보여주기도 하고, 성기훈을 통하여 실패한 노동자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한국의 상위 20%는 하위 20%보다 자산이 166배라는 사실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알리를 통해서는 이주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년간 노동 관련 법들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그들의 삶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조상우는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게임에 참가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BBC는 이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정치 엘리트들의 부패 역시 소환하고 있습니다. 한중관계는 새벽이의 어머니가 중국을 통하여 탈북하려다 억류되어 았다는 대목에서 한번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오징어 게임이 배급되지 않고 있지만 불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하여 수십 만의 시청자들이 이미 드라마를 감상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들은 오징어 게임 관련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고 상하이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달고나와 디저트를 팔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드라마의 인기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시사평론가 존슨 박사가 미국 주말 프로인 '더 비트'에 오징어 게임 참가자들의 의상인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출연하여 미국의 소득 불평등 자료를 제시하면서 이 게임이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였습니다. 치솟는 불평등 속에서 빚에 대한 디스토피아적 우화에 이끌리는 것이라고 주장입니다. 미국 내에서 소외계층과 낮은 교육 수준의 사람들의 고통은 심화되는데 반하여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등이 이끄는 미국 6대 IT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였습니다. 이런 와중에서도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중도파에서 복지 예산 확대에 반대하고 있는 현실을 대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알리가 산업재해를 당했으면서도 월급이 체불되며 착취당하는 장면을 부각하기도 하였습니다.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83개국 중에서 마지막까지 난공불락이었던 인도에서 드디어 10월 1일 마침내 1위를 기록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간 인도는 자국 콘텐츠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나라로서 노래와 춤이 없는 이야기는 1위를 하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계속되었는데 그간 1위를 차지한 스토리는 '코파 팩토리'라는 치열한 대학 입시경쟁을 다룬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그간 파키스탄 노동자인 알리 역을 맡은 아누팜트리파티의 인상적인 연기를 소개하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관심이 증폭되더니 드디어 인도에서마저 오징어 게임이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기대하던 뉴스가 도착하였습니다. 참고로 아누팜트리파티는 한국예술인 종합학교 국가장학생 출신으로 현재는 석사과정 중인데 그의 성씨 중 트리파티는 인도 카스트 제도의 최상위 계급인 브라만 계급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알리의 출신지역인 펀자브 지역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지역인데 펀자브어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은 언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파키스탄인들도 검색을 하고 나서야 알리 역의 배우가 인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소식입니다. 아쉽게도 인도에서 오징어 게임이 1위에 오른 날 덴마크와 터키 2 나라에서 순위가 2위로 떨어짐에 따라 전 세계 동시 1위 달성은 무산되었지만 발리우드로 불릴 정도로 영화산업이 강세인 인도에서마저 1위를 달성했다는 점은 대단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그럼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이슈의 중심에 선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방송가에서는 크게 4가지 요인을 성공요소로 꼽는다고 합니다. 첫째 욕망을 다룬 메시지, 둘째, 빼어난 연출력, 셋째 소재의 단순함 넷째 무대 미술의 힘이라고 합니다. 메시지 측면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미국에서 각광을 받은 이유가 미국의 주거불안이 한 이유인 것처럼 지옥 같은 환경으로 변해버린 현실 속에서 한탕으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을 잘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은 극도의 긴장과 느슨한 이완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하였다는 평가입니다. 드라마에 등장한 게임의 소재인 전통 게임의 규칙은 무척 단순하여 보는 순간 바로 이해가 가능하다는 점도 몰입에 도움이 되었고 마지막으로 채경선 미술감독은 사전에 1년 3개월을 준비하면서 소품 하나하나가 전 세계의 화제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들이 흥행요소로 작용하였다는 것입니다.


k 드라마가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이유를 한국의 달라진 위상과 환경과 연관 지어 분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첫째 1990년대 정치적인 자유화를 이루면서 인터테인먼트 사업에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진 요인과 둘째, 중국이 고도성장을 이룬 것이 한국문화가 급부상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것입니다. 중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드라마는 미국 쇼보다 정감이 가고 도덕적 공감대가 쉽게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셋째,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가 확산하면서 넷플릭스 등을 통하여 영어자막을 커고 합법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점과 넷째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양의 인터테인먼트 산업이 셧다운이 되었지만 k드라마는 꾸준하게 제작되었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시아에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시청은 전해에 비하여 4배로 폭증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 영국 작가 럼블은 k드라마는 스타일이 잡혀있고 화려하면서 누드나 섹스신이 없어서 가족친화적인 콘텐츠라는 점도 강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징어 게임의 주제인 경제적 불평등의 측면에서 볼 때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의 수익률이 노동의 수익률을 앞서고 있는 현실을 통계자료를 통하여 보여준 바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불평등 구조가 미국에 이어서 2위이지만 불평등의 심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피터 필립스의 <자이언트>는 2016년에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한 사람은 62명이었으나 2017년에는 단 8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반면에 하위 70%가 세계 자원의 5% 미만으로 근근이 살아가다고 합니다. 이런 부의 집중화의 추세 속에 2021년에는 몇 명이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까요? 지금과 같은 트렌드로 흘러가면 오징어 게임은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현실은 경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는 디스토피아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아니면 유토피아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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