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경험기
제목: 고통은 지나가고,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임플란트를 하러 반차를 냈다.
병원에서는 진통제를 먹으려면 30분 일찍 오는 게 좋다고 했지만, 현실은 늘 생각만큼 여유롭지 않다.
"최대한 일찍 갈게요"라고 했고, 실제로 지하철에서 내려 버스 정류장까지 뛰었다.
그런데 바로 눈앞에서 버스가 출발했다.
다음 차를 기다리는 5분은 왜 그리 길던지.
병원에 도착하니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 있었다.
이제는 접수 데스크 직원이 이름도 안 물어본다. 그냥, 내 얼굴이 접수다.
급히 접수를 하고, 병원에서 준 진통제를 물로 삼켰다.
워낙 긴장한 탓에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평소에도 중요한 일을 앞두면 화장실을 자주 찾는 버릇이 있다.
마취 주사를 맞은 후에도 결국 한 번 더 다녀왔다.
‘방광도 오늘은 바짝 쫄았나보다’ 하고 혼자 웃음이 났다.
이번엔 왼쪽 위 어금니 세 개. 임플란트다.
아무리 익숙해도 ‘마취 주사’는 무섭다. 특히 그 찌릿찌릿한 잇몸 안쪽, 바깥쪽에 디테일하게 주사 놓을 땐 가슴이 쉴새 없이 두 방망이질이다.
생각해도 가슴이 콩닥콩닥, 심장은 이미 탈출 시도 중이었다.
"이러다 마취 전에 죽겠네" 하는 찰나, 의사가 불쑥 등장한다.
자세도 반쯤 내려가 있는 의자에서 입을 벌리고 있으려니 피도 안 통하고, 목과 어깨는 이미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는다. 긴장, 불편, 체념의 콜라보다.
의사는 아주 친절(?)하게 “좀 아플 거예요~”라고 말해준다.
준비하라는 말이겠지만, "자, 이제 고통 시작합니다!"라는 공포의 신호탄일 뿐이다.
마취 주사는 몇 초지만, 내겐 영겁 같았다.
마치 시간의 신이 내 앞에서 하품하며 “이건 좀 느리게 재생해야지~” 하는 느낌이었다.
잇몸 안팎으로 세세히 놓는 주사에 얼굴은 굳고, 턱은 벌써 뻐근하다.
진통제를 미리 요청해 복용했더니 고통은 있었지만, 지난번처럼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
주사 끝나고 숨 좀 돌리려는데, 간호사가 다가와서 종이 한 장을 불쑥 내밀면서 싸인을 하란다.
임플란트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작용에 대해 병원은 책임지지 않으며, 모든 책임은 환자에게 있다는 내용이다.
아니 무슨 이런!!
내 돈 내고 고통도, 책임도 내가 져야 해? 이쯤 되면 그냥 인생 자체가 서바이벌 게임 같다.
하지만… 싸인 안 하고 버티면 치료도 못 받는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숙명, 그냥 쓰윽 싸인하고 입 다물었다.
임플란트 수술을 하기 전,
간호사가 “뼈가 말라 있어서 발치 할 때 어려울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속으로 ‘아니 그건 의사 선생님이 감당할 몫인데?’ 싶었다가 내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결국 내 일이라는 생각에 긴장한다. 시작부터 어려움이 예상 되서 불안했다.
눈을 감고 간이 담요를 두 장이나 겹쳐 덮었다.
몸이라도 따뜻해야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잠시 기절했다가 수술이 끝난 뒤 깨어나고 싶었다.
잠시 후 의사가 다시 등장해 수술을 시작했다.
발치 과정은 간이 오그라들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손에 땀을 쥐면서 초조해하다가 그냥 의사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내려놓았다.
내 몸이 내 것 같지 않은 순간이었다.
어렵게 발치 후. 안도감도 잠시
드릴 소리에 덜덜 떨리는 얼굴 근육. 진동은 온몸으로 퍼졌다.
얼굴은 요동치고, 입은 끝없이 벌려야 하고, 턱은 슬슬 항의하기 시작했다.
"우린 왜 이렇게까지 벌려야 하죠?"
괜한 의심은 불안감만 높힐 뿐이니 의사를 믿는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입을 벌리고 영혼을 비우는 것뿐이었다.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는 의사의 말을 통해 고통이 끝나가고 있음을 아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의사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왔다.
임플란트 후 피가 멎기까지는 보통 두세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이 지나야 죽을 겨우 먹고, 약도 삼킬 수 있다.
지난번엔 그 공복과 고통의 시간이 정말 길고 괴로웠다.
이번엔 약을 먼저 먹었기에 고통은 확실히 덜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도록 피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 참다 참다 죽을 먼저 먹고 약을 삼켰다.
다음 날 아침까지도 피는 계속 났다.
걱정과 불안이 들었지만,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싶었다.
밥을 먹고 약을 먹은 후 쓰러지듯 낮잠을 잤다.
다행히 저녁 무렵에야 지혈이 되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은 멍자국과 붓기로 시퍼렇게 물들어 있었다.
누가 보면 누구한테 한 대 쎄게 맞은 줄 알겠다.
마침 추석 연휴라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위로였다.
의사는 얼음찜질을 꼭 하라고 했지만, 처음엔 귀찮아서 그냥 뒀었다.
회복이라는 것도 결국, 정성과 주의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다시 배웠다.
살다보면 피하고 싶은 고통이 있다.
하지만 혼자 견뎌야 하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땐 마음을 단단히 먹는 수밖에 없다.
신기하게도, 그 시간을 지나고 나면
나는 전보다 조금 더 강해져 있다.
겁이 났지만, 이번에도 잘 해냈다.
다음 치과 예약은 8일. 소독하러 간다.
그날은 이번보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치과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