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

『소설 쓰고 앉아있네』 - 글쓰기에 필요한 건 재능보다 끈기

by 다움

『소설 쓰고 앉아있네』 문지혁 지음 | 해냄출판사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매일 주어지는 글감으로 짧은 글을 썼다.

하루에 200자 내외의 분량이었기에 큰 부담은 없었지만, 글쓰기를 습관으로 들이기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7월의 주제는 '나'였다. 자전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한 짧은 소설을 쓰는 미션이었다.

8월은 '비현실'이 주제였다. 현실에서 가장 먼 이야기를 상상하고 소설로 풀어내야 했다. 장르도 다르고 분위기도 달랐지만, 매일 글을 쓴다는 점은 같았다.

매일 주어진 미션을 따라가기에 급급했고, 큰 틀이나 이야기의 방향성은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7월의 글들은 8월 마지막 날까지 7,000자 분량의 원고로 정리해 제출해야 했고, 8월의 글들은 9월 30일까지 원고로 다듬어 공저 공모 형식에 맞춰 응모했다.

소설은 처음이었다.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었지만, 탈락해도 응모작에 첨삭을 해준다는 말에 솔깃해졌다.

‘올림픽 정신’이라며 참가에 의의를 두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무엇보다 배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컸다.

글쓰기엔 이론 공부가 먼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직접 써보며 배우는 것도 의미 있는 과정이라 여겼다.

용기를 냈고, 실행에 옮겼다.

물론 예상대로 공모전 결과는 ‘미역국’이었다.

아쉽긴 했지만, 작품마다 몇 줄씩 받은 평은 나름 큰 수확이었다.

아픈 곳을 콕 집어주는 문장들은 순간적으로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덕분에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특히 8월의 ‘비현실’ 주제는 어려웠다.

글을 쓰면서도 이야기의 방향이 잡히지 않았고, 어떻게 전개를 이어가야 할지, 마무리는 어떤 말로 끝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기본기부터 다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작년에 혹해서 사두고는 미뤄뒀던 책 『소설 쓰고 앉았네』를 꺼내 들었다.

이 책의 작가는 대학에서 소설 창작을 가르치며, 문학과 책에 대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한다고 한다.

아직 영상은 찾아보지 않았지만, 책 자체는 가독성이 좋고 문체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사실 이 책은 어떤 글쓰기 모임의 밴드에서 리뷰를 보고 마음이 끌려 구매했던 책이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책들에 밀려 책장 속에서 잊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책도 사람처럼 만날 ‘적기’가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이 그 책과 인연을 다시 이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이 작가의 말에 천천히 귀를 기울여보려 한다.


P 6~

소설가는 아주 가끔 소설을 쓰지만, 동시에 언제나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걸으면서, 샤워를 하면서, 손톱을 깎으면서, 지금 쓰고 있는 이야기와 소설을 자신의 무의식 어딘가에서 계속 생각하는 중이고, 컴퓨터 앞에서 풀리지 않았던 그 문제는 엉뚱하게도 양치를 하던 도중 문득 해결됩니다.

소설가는 입을 제대로 헹구지도 못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막혔던 장면의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갑니다. 손에 묻은 비누 거품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것이 쓴다는 진짜 의미입니다.


P19~

글쓰기는 예술이기 이전에 기술입니다.

원칙과 규칙을 지니고, 훈련과 연습을 필요로 하며, 처음 하는 사람과 숙달된 사람의 결과물이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예술이 되려면 기본적인 노동과 기술에 어떤 특별한 상상력과 고유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왹구어나 운동, 악기를 배우는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연습과 훈련을 반복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면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 글쓰기란 언제나 다시 쓰기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얼마나 어떻게 고쳐서 좋은 글로 만들 수 있느냐에 관한 일입니다.

고치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은 결코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없습니다.

좋은 작가란 매일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하게 쓰고, 일정하게 좌절하고, 일정하게 고치는 사람만이. 그 길고 건조한 무채색의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이 마침내 좋은 글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영감이 글쓰기의 어떤 부분에 어떤 식으로 사용될지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더 많은 영감을 채집하고, 기록하고, 보관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내면의 냉장고를 깨끗하고, 신선한 영감으로 꽉꽉 채워 놓는 일입니다.


막연하게 글을 쓰는 이들, 특히 전업 작가의 삶을 동경하고 타고난 재능? 만을 부러워하진 않았나 하는 반성이 일었습니다.

매일 한 줄이라는 부채감을 가지고 꾸준히 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퇴고의 지루함을 견딜 인내와 지구력도 필요합니다.

미션 인증으로 글을 쓰다 보니 마감 효과의 이점이 있지만 숙제를 끝낸다는 조바심에 퇴고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글쓰기를 즐길 수가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그을 쓴다는 것은 나도 알 수 없었던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고 꾸준하게 이어가면 결국 수혜자는 자신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간혹 나의 이야기로 위로를 받는 이가 있다면 더할 나위는 없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몰입하는 경험은 독서에서 얻을 수 있는 그것과 다른 결의 기쁨입니다.


『소설 쓰고 앉아있네』는 글을 쓰는 사람의 삶, 생각의 태도, 버텨야 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의 글을,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하는 여정으로 여기며
오늘도 한 줄을 써봅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는 그 순간,
당신의 글길에도 따뜻한 조언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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