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중독은 나와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은 언제나 게임, 도박, 알코올 같은 것들 옆에 붙어 있었고, 나는 그 범주 밖에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늘 무언가에 빠져 있었다.
한동안은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렸다. 그때는 중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못했을 뿐, 분명 무언가에 사로잡혀 있었다.
중독이라고 하면 흔히 파괴적인 것들만 생각한다.
그러나 내 일상을 뒤흔든 것들은 꼭 나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았다.
책, 운동, 글쓰기, 동영상. 나를 성장시키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나를 변화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그것들이 나를 흔드는 방식이었다.
무언가에 빠져 있을 때 나는 눈멀고 귀멀었다. 오롯이 그것에만 몰입했다.
그 순간에는 몰랐다.
그것에 빠져 있느라 소중한 것들의 우선순위를 잃고 있었다는 것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나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진짜 나를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나’를 놓치고 있었다.
지쳐가는 몸, 무너지는 일상, 미뤄지는 관계를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나를 집어삼킬 만큼 커진다면 그것은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몰입하면서도 일상을 지킬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건강, 여유로움, 휴식. 이런 것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었다.
중독의 반대는 절제가 아니라 균형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무언가에 빠지되,
길 위에 서서, 나의 속도로 걸어가기 위해서 자신을 놓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