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소연의 사랑과 결함
열두 달 책방에서 열리는 밤 수다 독서 모임에 다녀왔습니다.
추위가 여전했지만 조금 이른 퇴근을 한 덕분에 1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설렘과 기대감입니다.
그 느낌이 좋아서 한 달에 한 번, 밤 수다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 추천책은 예소연의 『사랑과 결함』이었습니다.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관계를 대하는 깊이 있는 사색과 불완전함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어제는 여섯 분이 참여했습니다.
낮에 체중계에 올라가며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밤 수다에 곁들여진 간식들 앞에서 너무나 쉽게 무너졌습니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말은 물도 먹기 때문에, 혹은 물만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바꿔야 합니다. ㅎ
추운 겨울밤, 달콤한 간식과 함께 우리는 책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p.272
“수진은 늘 그런 식이었다.
마른 손을 불쑥 내밀었다가 금세 거둬버리는 식.”
이 문장을 계기로 마음 붙일 곳 없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해도 결국 남는 것은 미안함뿐인 구조, ‘해야만 한다’는 마음이 만들어내는 희생과 자책이 대 물림된다는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도 늘 미안함이 남는 감정들을 나누며, 내리 사랑은 본래 그런 속성을 지닌다는 데에 공감했습니다.
p.180
어떤 태도는 평생 시달릴 고통과 우울, 외로움과 맞닿아 있다.
타인의 외로움을 평생 책임질 수는 없으며 나이가 들수록 관계를 지속하는 일이 왜 더 어려워지는지 각자의 경험도 이어졌습니다.
결함은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타인을 억지로 고치려는 태도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 된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집착 없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집착이 따라올 때 관계가 어떻게 망가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할수록 상대를 고치려 들고, 그 태도가 관계를 더 나쁘게 만든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조언과 충고는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통제하려는 마음 사이의 얇은 경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랑은 받는 사람이 사랑이라 느낄 때 비로소 전해진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사랑을 충분히 받아본 사람이 더 잘 사랑을 줄 수 있다는 말, 사랑 받은 경험이 회복탄력성을 키운다는 사례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 오직 사랑하라'는 말은 전 생애를 통틀어 마땅히 행해져야 하는 말입니다.
내가 베푼 호의를 상대가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마음 역시 귀하고, 베풂을 감사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마음 또한 축하 받아 마땅하다는 말은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내 몫을 다하기 위해 주변, 특히 남편을 희생 시켰다는 고백과 상대를 고치려 들었던 태도가 정말 그 사람을 위한 것이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는 의견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했던 날들을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엄마의 장례 이후 온전한 이별을 하지 못한 채, 이별을 유예해 둔 것 같다는 말에는 모두 숙연해졌습니다.
연 미사를 통해 위로 받은 뒤 죽음에 대해 생각하다가 자신의 장례식에는 그리운 몇 명만 초대해 달라고 아이들에게 미리 말해 두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죽음도 준비가 필요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는 동안 환경이 옭아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스스로가 그 세계에 완벽하게 가담하고 있었다는 자각을 하면서 변화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시간 가까이 이어진 밤 수다는 사랑과 관계에서 오는 결함에 대해 생각해 본 시간이었습니다.
아직도 사랑은 어렵지만 그것을 지켜낼 약간의 실마리를 찾은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소중함을 알아본 이들의 정성과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