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기록

와일드를 읽기 시작합니다

by 다움

#책후기/소개

#와일드

#세릴 스트레이드 지음

#페이지2북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작년 12월 열두 달 책방에서 입니다.

추천 책을 고르던 중 후보로 올라왔는데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때문에 추천 책에서 탈락?된 책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마음에 담기던 책이었습니다.

1월에도 2월에도 선택받지 못했지만 2월 추천 책 대신 이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마도 잠시 멈춘 걷기에 대한 열망과 자기 성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과 사람과의 만남은 때로는 인생을 바꿀 정도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기에 이번 독서에도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먼저 고백합니다.

다른 책들에 대한 부채 감을 밀어내고 오늘부터 독서를 시작합니다.


책의 표지에는 '4285km 가장 어두운 길 위에서 발견한 뜨거운 희망의 기록'이라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이 책은 여행 에세이이지만 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일생에 한 번은 의지할 지팡이 하나 없이 어두운 숲 속으로 홀로 걸어 들어가야 할 때가 온다.'


나무들은 키가 컸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북부의 가파른 산등성이 위에 서서 나무들을 굽어보는 나는 그 나무들보다 키가 더 컸다.

방금 나는 벗어놓은 등산화 한 짝을 나무들 사이로 떨어트렸다, 커다란 배낭이 엎어진 느 바람에 공중으로 투 이겨나가더니 자갈투성이 길을 굴러 저쪽 끄트머리로 날아가버린 것이다. 등산화는 몇 미터 아래 헐벗은 바위에 부딪혀 튀어 올랐다가 저 아래 숲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다시 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기절할 것처럼 숨을 들이켰다. 이 황무지에서 38일을 지내는 동안 이곳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금 일어난 일의 충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등산 화가 사라졌다, 말 그대로 완전히 잃었다.

나는 남은 등산 화 한 짝을 갓난아이를 품에 안듯 꼭 끌어안았다. 당연히 아무 소용없는 짓이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 아닌가? 등산 화 한쪽이라니. 나는 이 녀석을 들어 온 힘을 다해 멀리 내던졌다.

나는 스물여섯 살짜리 고아다. 혼자인 데다가 이제는 심지어 맨발이다. 친 아버지는 내가 여섯 살 때 가족과 남이 되었고 엄마는 스물 두 살 때 세상을 떠났다. 새 아버지가 있었으나 엄마가 죽고 난 후에 그는 그냥 알고 지내는 남자로 변했다. 언니와 남동생은 각자의 슬픔에 잠겨 뿔뿔이 흩어졌다. 결국 나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들처럼 등을 돌렸다.몇 년전 내 삶은 이미 등산화처럼 내 던져진 채 널브러져 있었다.

아무 데서나 자고 아무 데서나 일어났다. 그러다 마침내 1995년 어느 여름날, 이렇게 맨발로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슬픔과 혼란, 그리고 공포와 희망을 동시에 품고 이곳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이곳은 내가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던 한 여자의 모습으로 나를 만들어줄 것 같았다, 동시에 한때 진짜 내 모습이었던 어린 시절처럼 나를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비는 고작해야 50센티미터 남짓, 그러나 거리는 4,285킬로미터가 넘는 이곳, 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 PCT에 있었다.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9개의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도보 여행길로 사막과 열대 우림은 물론 빙벽과 강, 고속도로까지 거쳐야 했다. 웬만한 베테랑 여행자도 엄두 내지 못할 길이었다. 그러나 불현듯 이곳으로 떠나야겠다고 결심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곰, 방울뱀, 퓨마 같은 야생 동물이 있을 것이다.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될 것이며, 모든 것이 부족하고 추위와 더위, 외로움과 고통, 그리고 갈증과 허기가 괴롭힐 테지만 그는 직감한다. “이 황야의 순수함이 나를 구원해 주리 라는 것을.”


“깨달음의 눈물과 기쁨은 무슨,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은 비명 뿐이었다.”


셀 수 없는 물집과 상처, 얻어맞은 듯한 근육통, 멍들다 못해 빠진 발톱들…

아름다운 여행기가 아닌 거친 야생의 생존기 속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안함에 익숙해져 가는 나에게 이들의 행보는 사서 고생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비춰집니다.

어쩔 수 없어서 극복해야 할 무엇이라면 그나마 수긍이 가겠지만 여자 혼자서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 황무지 길을 걸어서 종단하는 선택이라니...

새벽부터 읽어 내려가는 내내 왜? 라는 물음이 계속 들었습니다.

작가의 기대처럼 황야의 순수함이 스스로를 구하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산 중턱을 걷다가 등산화를 잃어버리고 맨발로 걷게 될 여정이 안타깝고 내 일인 양 난감합니다.

눈을 뜨자마자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집어들고 시간을 확인하고 더 잘까 말까를 망설이며 겨우 수요일이냐며 주말을 기다리는 내 모습이 비루해집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수없이 나를 돌아보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에는 작가의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졌기를 바래봅니다.

오늘 새벽은 작가의 생존기에 한 발을 들여놓는 것으로 채웠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다.'이라는 책 제목처럼 오늘도 온 마음을 다해 누리겠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